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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칭푸르 Apr 06. 2020

중화반점

공항, 중국어와의 첫 대면

외국의 지창(机场 : 공항)...

뭐랄까.. 괜히 긴장을 하게 되는 곳? 

특히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할 때면..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눈치를 보게 되고...(나만?)

가장 빠르고 편리한 교통 수단인 페이지(飞机 : 비행기)를 이용해, 쭝궈(中国 : 중국)의 출입문과도 같은 지창(机场 : 공항)으로 이동! 

그러니까, 우리는 <공항>이라는 한국어 간판이 붙어 있는 곳을 출발해, <지창 机场>이라는 중국어 간판이 붙어 있는 곳으로 도착하는 것이다.

온도와 습도가 잘 조절된 ‘안전한’ 페이지(飞机 : 비행기)에서 나오자마자 느끼게 되는 건 아마도 낯선 공기의 무거움, 그리고 생소한 복장의 공항요원과 그들이 쓰는 한위(汉语 : 중국어)에 대한 신기함... 다른 나라에 도착했다는 설렘과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대한 두려움! 이러한 ‘생소함’이 주는 묘한 공포감은 한위(汉语 : 중국어)잉위(英语 : 영어)가 뒤섞인 안내 간판을 보는 순간 좀 더 확실해 지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나마 남아 있던 작은 모험심을 곱게 접어 하늘 위로 보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말자! 기껏 나온 해외의 첫 관문(?)이 아닌가? 

게다가, 사실 우리는 실생활에서 한자에 어마어마하게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한자로 된 이름마저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쭝궈(中国 : 중국)는 그런 한자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다. 편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 보자! 눈에 들어오는 글자는 어떤 것인가? 의외로 쉽게 많은 것들을 유추할 수 있는 자신에게 놀랄지도 모른다. 


쭝궈(中国 : 중국)지창(机场 : 공항)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바로 ‘지엔이(检疫)’라는 글자가 적힌 간판이다. 이 한위(汉语 : 중국어)의 의미는 ‘검역’으로, 우리가 쓰는 한국식 한자로는 ‘검역(檢疫)’이 된다. 검(檢)자만 간단히 줄였을 뿐, 역(疫)은 전혀 변화가 없다. 게다가 ‘검’자 역시 매우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라, 조금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굳이 ‘Quarantine(검역소)’이라는 영어를 보지 않아도 검역을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검역소를 지나면, 우리 앞에 다시 ‘루징지엔차(入境检查)’라는 글자가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세 개나 보인다. ‘입경Ο사’! 모두 한위(汉语 : 중국어)와 한국에서 쓰는 한자의 모양이 같은 글자들이다. 

일단 ‘입경(入境)이란 글자를 보니 ‘국경(境)으로 들어가는(入) 입국’에 관한 무언가를 하는 곳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뒤에 붙은 생소한 지엔(检)이란 글자가 사실 방금 ‘지엔이(检疫 : 검역)’에서도 보았던 글자란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면, ‘루징지엔차(入境检查)’라는 이 네 글자가 후짜오(护照 : 여권)와이궈런 루징카(外国人入境卡 : 외국인 입국신고서)를 제출하는 ‘입국검사’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평소보다 눈썰미를 아주 조금만 더 발휘하면 되는 것이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면 이젠 수하물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문제는 어떤 한위(汉语 : 중국어)가 등장하느냐는 것인데, 아마도 ‘싱리(行李)’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한국 한자로 발음하면 ‘행리(行李)’가 되는 이 생소한 중국어는 사실 국어사전에도 나와있는 고전어로, ‘여행할 때 쓰는 물건과 차림’을 의미한다. ‘행장을 꾸리다’의 ‘행장’과 같은 뜻이라고 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한위(汉语 : 중국어)로도 ‘여행짐, 수화물’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시에도 등장하는 이 말은 필시 과거에 여러 루트를 통해 우리나라에 유입돼 글 좀 읽는다는 선비들의 입소문(?)을 타고 우리나라에 정착된 ‘외래어(중국어)’였을 것이다. 이는, 만일 현재가 조선시대쯤 되고, 우리가 천자문 정도는 뗀 수준의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도 간판에 반응해 움직일 수 있었다는 소리가 되겠지. 뭔가 괜한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 사실이기도 하다.



싱리(行李 : 짐, 수하물)까지 찾았다면 이제 세관을 통과해서 입국 홀로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세관(稅關)’이라는 한자와 비슷한 한위(汉语 : 중국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대신 바다도 아닌데 뜬금 없이 등장한 해(海)자만 보일 것이다. 

세관을 의미하는 중국어는 하이꽌(海关)으로 번체자로 쓰면 ‘海關’이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도 원래 ‘항구에 설치한 관아’란 뜻으로 해관(海關)이라 불렀다가, 조선 광무 8년(1904년)에야 비로소 ‘세관’이라고 바꿨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무역이 바다에서 이루어졌던 옛날을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사실은, 결국 중국을 입국해서 최종관문인 ‘세관’까지 통과하는 동안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한위(汉语 : 중국어) 몇 가지는, 단 두 글자를 제외한다면 기본적으로 모두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위(汉语 : 중국어)를 전혀 몰라도 말이다. 

결국,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지창(机场 : 공항)은 중국의 출입문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사실 한궈런(韩国人 : 한국인)에게 한위(汉语 : 중국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란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하는 장소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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