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장인으로서 가장 위험한 생각

COMFORT ZONE에 머문다는 것

by 통역하는 캡틴J

마취 간호사로 4년 차쯤 되던 시기가 있었다.


오늘 나에게 배정된 수술 중에 첫 번째 수술의 마취 유형을 차트에서 쓱 확인한다.

사전에 동선이 입력된 로봇처럼 물품 준비실로 가서, 착착 물품을 바구니에 담는다.

마취상을 미리 차리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수술 시간이 임박하면 회복실에서 인계를 받고 환자 확인을 한 뒤에 환자를 데리고 수술실로 이동한다.

마취는 문제없이 끝나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수술받을 수 있도록 환자의 체위를 정리한다.

필요한 약품은 모두 카트 위에 준비되어 있고 나의 머리와 손은 마치 내리막길에서 항시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가 된 나의 오른발처럼 장전되어 있다.


'나 이제 정말 일 잘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직장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알고 있고 나는 그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는 것. 즉, 내가 이 환경을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하나의 영역에 발을 담그고, 그 영역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자기 실력을 갈고닦는다. 그것이 정신적인 수양이든, 신체적인 수양이든 하나씩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면 일정한 기간이 지속되고 그 기간을 극복하면 또 하나의 계단을 오른다.


하지만 사람이 평생 실력을 갈고닦기엔 인생이 너무 피곤하다. 결혼도 해야하고 육아도 해야하고 효도도 해야한다. 우리는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요소들과 충돌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트레이닝 하고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자신만의 COMFORT ZONE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나의 바운더리, 나의 안전 영역. 나의 의식주가 충분히 해결되면서 일하는 곳에서 더이상 아무런 번뇌가 없는 타이밍.


바로 이때가 그 ZONE에서 탈출해야하는 시기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