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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인간 탐구하기

타인을 통해 바라보는 나 자신.

by 통역하는 캡틴J

‘나 아닌 것’을 끊임없이 자기 안에 투입해 나가는 운동성이야말로 나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



아버지는 집이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다.


위로 여섯 명의 누이 그리고 아래에 남자 형제 한 명 사이에서 장남 역할을 요구받았는지도 모른다. 우선 공부를 성실하게 해 이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공부를 잘했으나 형편에 맞춰 대학에 갔을 것이다. 집안에 부담을 주지 않고 독립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20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완전한 독립을 했고, 졸업 직후에는 바로 취직을 해서 적응을 하려던 차에 부모라는 역할을 해야 할 상황이 왔고 이것은 24살이 겪기엔 너무 큰 부담이기에 떠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부담감을 둘러싼 강한 외부의 역동 속에서 결론에 이르렀고 거기에서 부양의 책임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회생활 시작부터 생긴 이 큰 책임감은 앞으로 발생할 많은 일을 책임감이라는 동력으로 버틴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그렇지 못하다”라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남을 배려하고 자신은 배려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먼저 남에게 관대한 것은 다른 이들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항상 다른 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자신의 행동부터 살핀다. 또 다른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이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며 마음속 생각과 의견도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외부로 표출하지 않는다. 남에게 자랑도 잘 하지 않는다. 자랑은 자칫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나은 위치임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은 대부분 동료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근간일지 모른다. 그러나 남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영역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은 때로는 가족을 힘들게 했다. 가족도 자신의 일부이기에 가족에게도 다소 관대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자신에게 하던 쓴소리가 가족에게 향할 때 감정의 큰 온도차가 생겼던 적이 많았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늦은 오후까지 일한 세월이 이제 30년이 넘어가는 시점이다. 지칠 때도 되었지만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을 싫어하는 그는 지금도 공부를 한다. 귀가 따갑도록 가족에게 들은 말은 “제발 좀 쉬어라”일 것이다. 하지만 쉬시라고 말하기엔 아버지의 그 경주마 같은 성격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의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렇기에 그 열정을 말릴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퇴직을 1년 앞둔 지금, 그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며 끊임없이 고군분투 하고 있다.


나역시 편안하고 행복한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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