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군대의 언어

언어의 끝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

by 통역하는 캡틴J


예전에 장교와 부사관 사이의 호칭 문제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골자는 이렇다.


육군참모총장은 부사관들과 화상회의 중이었고 회의 중에 했던 발언으로 인권위원회에 진정되었다. 육군참모총장의 발언은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을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였다. 어떤 맥락에서 화상회의를 하다가 이런 발언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논란이 있었다. 정치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인권위에 진정된 참모총장의 편을 들며 군대는 역시 계급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 눈에 띄었다.

나의 군대 경험을 떠올려보면 우선 나와 내가 6년 동안 일하면서 본 대다수의 장교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부사관들에게 모두 존댓말을 했었다. 특히 초임장교들이 자신들의 아버지와 연배가 비슷한 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존대를 하면서 업무 관계가 호의적일 경우 서로 협력해야 하는 업무 환경 특성상 일 처리가 유연하고 부드러워지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서로 잘 지내야 모두에게 이익이다.


부사관은 계급상 장교에게 거수경례를 해야 하고 장교는 다른 하급 장교를 대하듯 부사관에게도 명령을 하는 게 기본적인 규정이라는 점을 몰라서 존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군대의 중심이 사람이라는 점은 지난 6년 간 내가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이다. 군대의 특성상 있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단계의 관료주의를 바탕으로 잘 기능하는 하나의 작은 사회를 구축하려면 사람이 중심이 되어 협력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과의 관계가 무너지면 군대도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연장자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유교 문화와 상명하복이 우선인 군대 문화와의 충돌이 잠재한 군대에서 굳이 모두가 아는 사실을 언급해 부사관들에게 상처를 주고 논란을 키울 필요가 있었나 싶다. 말은 의도치 않게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는 것 같다. 항상 말을 듣는 이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000, 인간 탐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