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의 차이

by 달빛그림자

며칠 뒤가 한 대학 친구의 생일인지라 오랜만에

친구들과 카톡을 했다. 사실 생일을 맞은 친구는

요즘 보기 드물게 음력 생일을 챙기는 녀석이라

한 달 전 양력 생일에도 착각을 하고 축하인사를 했더랬다.

그 친구는 한 달 뒤가 음력 생일이라며 그때 밥이나 먹자고 했다.


대학 때야 매일같이 보던 친구들이었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린 친구도 있어

1년이면 3, 4번 만나야 많이 만나는 사이가 됐다.

친구들이라고 해봐야 나까지 포함해 덜렁 3명인데

연락은 언제나 내가 먼저 하는 편이다.

어차피 오래된 친구인데 누가 먼저 하면 어떻겠는가.


아무튼 한 친구가 생일 당일에는 바쁘다기에 그 전날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우리는 늘 고정적으로 강남역에서

만나는 편인데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이야기를 다한 뒤에도

몇 시에 만날지를 여전히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몇 시?"라고 물었고, 생일을 맞은 친구는 몇 시에 끝나니

몇 시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친구가 자기는 그보다

일찍 끝나니 나와 먼저 만나면 되겠다고만 할 뿐 시간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몇 시?"라고 카톡을 보냈지만 친구는 대답이 없었다.


다른 이야기에는 답을 하는데 시간만 이야기를 안 하니

나는 속이 답답해졌다. 세 번째로 "그래서 몇 시에 볼까?"라고

물었지만 역시 대답이 없었다. 분명 아래의 숫자는 지워지는데

답이 없는 거다. 그 상태로 아무도 톡을 하지 않고 15분쯤 흘렀다.

잠깐 잊어버리고 인터넷을 하고 있던 나는 "3번이나 물었다.

말을 좀 해."라고 다시 톡을 보냈다.

그러자 생일을 맞은 친구도 다른 친구가 너무 대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ㅋㅋㅋㅋㅋㅋ" 톡을 보내며 고양이가 지팡이를 짚고

후덜덜하는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계속 답이 없던 친구는 내게

"너 오늘 무슨 기분 나쁜 일 있어?"라는 톡을 보냈다.

나는 무슨 소리인가 싶어 어리둥절한 기분에

"아니, 나 아무 일도 없는데."라는 답을 보냈다.

그러자 친구는 "오늘따라 까칠하네. 사무실에서

얘기 중이라 빨리 답장을 할 수 없어."라는 톡을 보냈다.

다른 물음에는 대답을 하는데 시간만 말을 하지 않기에

답답한 마음에 "말을 좀 해."라고 보냈던 것인데

친구 입장에서는 급한 일도 아닌데 채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얼굴을 보고 하는 대화가 아니라 오해가 있었던 거 같아

"기분 나빴네 보네. 미안 ^^;"이란 톡을 보냈다.

그 뒤로 몇 시에 보자 약속을 하고 대화는 마무리됐다.

짧은 대화였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입장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사실 나와 친구 둘 중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다.

나는 친구들과의 대화에만 집중하고 있었기에 몇 번이나 시간을 묻는데도

숫자만 지워지고 답을 하지 않는 친구가 답답하게 느껴졌던 거고,

친구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카톡을 보느라 주변의 눈치가 보여

카톡을 확인하고도 바로 답을 하기 어려웠던 것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이렇게 사소한 문제로도 상대에게 기분이 상할 수 있다.

내 입장에서는 '간단한 질문인데 읽고도 왜 대답을 안 해?'라고 생각하고

친구 입장에서는 '당장 만날 것도 아니고 좀 기다리면 답을 할 텐데

왜 이렇게 보채?'라고 생각하면 작은 문제가 큰 싸움이 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먼저 "기분 나빴네 보네. 미안^^;"이란 카톡을 보내면서도

순간 '내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왜 사과를 해야 하지?'란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내가 정말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친구와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

사과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카톡을 마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입장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며 역시 사과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옳고, 친구 입장에서는 친구가 옳은 일인데

진짜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진다면 사소한 일로

의가 상하는 수준까지 갔을 테니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기적인 존재는 아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의 입장은 어땠을지 헤아려보고 이해하려 노력하게 되지 않던가.


문제는 이렇게 나중에라도 상대의 입장이 어땠을지 생각해보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때 발생하게 된다.

자꾸 본인의 입장만 생각하고,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고집하다 보면

손톱 만한 문제로도 엄청난 화를 부를 수 있다.


간혹 TV를 보면 상대가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상대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상대를 때렸다든지 복수를 했다는 류의 뉴스를 볼 때가 있다.

그럴 때 만약 내 입장뿐만 아니라 상대의 입장도 생각해봤다면

문제가 그렇게 눈덩이처럼 커졌을까?

나는 잘못한 게 없고 상대가 잘못한 거라며 핏대를 높이다 보면

결국 나도 상대도 마음의 상처를 입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럴 때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 발 물러서서

양쪽의 입장을 모두 생각해보면 어떨까?

때로는 가까이서 볼 때보다 조금 멀리서 볼 때

보고자 하는 것이 더 잘 보일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가 바로 그렇다.

어차피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이라면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의 입장뿐만 아니라 상대의 입장도 생각해보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이전 08화짜증과 불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