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별처럼 많은 잘난 사람들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
노래를 잘하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 음식을 잘 먹는 사람,
관찰을 잘하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등등 별별 잘난 사람들이 많다.
어렸을 때 나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과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유난히 부러웠었다. 공부라든지 운동 같은 것들은 노력을
좀 더 하면 어떻게 따라가볼 수 있는 일들 같았지만
노래와 춤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일로 보였기 때문이다.
노래든 춤이든 나와 인연이 전혀 없었기에 더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아마 내가 춤과 노래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았다면
부러운 대신 질투가 나고 배가 아팠을 것이다.
부러움과 질투의 차이를 설명하자면
'와, 저런 걸 잘하다니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부러움이고,
'흥, 저런 걸 잘하다니 뭔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질투이다.
부러움은 단순히 '좋겠다'라든지 '나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라는
선망의 감정을 동반하지만 질투는 '그래, 너 잘났다.'라든지
'그렇게 잘 하는 데는 뭐가 있겠지.' 같은 시기의 감정을 동반한다.
특히 사람들은 나와 가까운 사람이거나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질투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 번역한 중국의 현대 철학자 저우궈핑(周國平)의 책에 보면
'질투가 발생할 가능성은 시간과 공간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라는
구절이 있었다. 사람은 먼 곳이나 옛날에 살던 사람보다 나와 가까운
현재를 사는 사람을 질투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옳은 말이다.
나는 한때 스스로 질투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를 보면 '쟤가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잘하겠지'라고
생각했으며, 돈을 잘 버는 친구를 봐도 '쟤가 그렇게 돈을 벌 만큼 열심히
일했으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다. 간혹 주변의 누군가가 괜히
돈 많은 사람을 욕하거나 잘난 사람을 시기할 때도 '저럴 시간에
자기도 열심히 하면 될 걸 뭘 저렇게 속이 꼬였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우궈핑 작가의 책을 번역하며 나 역시 누군가를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사실 나는 글을 잘쓰는 사람들을 늘 질투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막연히 드라마 작가를 꿈꿨던 나는
꽤 오랜 세월 작가의 꿈을 붙들고 있었지만
끝내 데뷔에 성공하지 못했다.
대학 4학년부터 본격적으로 방송 아카데미와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서 작가 공부를 하며
웹진의 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고,
중국 어학연수를 마친 뒤에는 영화사에 들어가
햇수로 4년이나 연출부에서 일했지만 글로 이름을 알리는 것은
내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사소한 글을 쓰기도 했지만 정식 작가의 이름을 달 순 없었다.
그러는 사이 부업처럼 시작했던 번역이 주업이 됐고
일과 생활에 치여 글을 쓰겠다는 꿈도 점점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개인 SNS와 1인 미디어 같은 글쓰기 플랫폼이 늘어나
누구나 글을 쓰고 그 글이 인기를 얻어 책으로도 출간되는
경우를 종종 보며 나의 질투심도 점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떤 책이 인기를 끌면 제목이 좋아서라거나
누군가의 브런치에 구독자가 많으면 운이 좋아서라거나
누가 로맨스 웹소설로 한 달에 1억씩 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 참 희안하게 돌아간다며 애써 남의 글을 폄하하곤 했다.
내가 그동안 돈을 잘 버는 사람이나 공부를 잘 하는 사람,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않았던 건
내가 그런 것에 큰 관심이 없을 뿐더러 그렇게 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반면 글쓰기는 내가 오랫동안 소망해왔던 일이었기에
누군가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을 보면 괜히 시기가 나고
애써 그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려 했다.
심지어 소위 잘 나간다는 글에는 일부러 눈을 주지 않으려
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나는 질투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질투심을 꽁꽁 쟁여놓은 사람이었다.
이런 질투심은 멀쩡한 상대를 가치 절하한다는 것 외에도
스스로의 지속성을 단절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질투란 결국 누군가와의 비교에서 비롯되는데
나보다 잘난 사람과 나를 자꾸 비교하다보면 단순히
상대를 얕잡아보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이나 자존감에도
의심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누구는 글을 저렇게 잘 쓰는데, 누구는 저렇게 책을 냈는데,
누구는 벌써 구독자가 몇 명이라는데, 누구는 글로 얼마를 번다는데
질투에 눈이 멀어 이렇게 일일이 상대와 나를 비교하면
힘이 빠지는 건 나일 수밖에 없다. 그럼 잘 쓰고 있던 글도
계속 써야 할 의미가 사라지게 되고, 꾸준히 지속해보겠다던 결심도
점차 허물어지게 된다.
누군가를 부러워 하며 동기 부여를 받는 것은 성장의 자양분이 되지만
누군가를 질투하며 할 일을 멈추는 것은 자신을 갉아먹는 해충이
될 수밖에 없다. 남이 얼마나 잘났든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할 일을 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나보다 잘난 5조5억 명과 나를 비교하며 하던 일을 멈출 것인가
남이 나보다 얼마나 잘났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것인가?
질투만 하다 보면 사람은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고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없다. 물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남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남 때문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
결국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닌가?
무엇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는 바로 당신과 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