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

by 달빛그림자

몇 달을 놀다 새 책들의 번역을 시작한 뒤 브런치에 글을

쓰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12월을 새롭게

맞아 적어도 일주일에 2회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속하지 않으면 멀어지거나 계속 이어갈 자신이 없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대가를 주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니며 수많은 구독자가 다음 글을

독촉하는 것도 아닌 마당에 결국 이 글쓰기를 지속할지

말지는 나의 의지다. 그래서 취미로 시작한 일이 강한

동기를 부여받지 않으면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글쓰기, 내가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지속하기 쉽지

않은 것은 꼭 시간이나 여건의 문제만은 아니다.

또한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해도 지속이 옳은 것인지를

의심하게 하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비교'다. 아래를 보면

좋으련만 고개는 자꾸 위를 향하고 나보다 탁월한 사람을

보면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게 마련이다. 누구와 어떤

형태로든 비교를 통해 열패감을 느끼게 되면 아무리 해도

꾸준히 지속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별처럼 많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잘난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는 것은 모서리에 발가락을 찧으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다름없는 자동반사다.


특히나 번역가로서 간결하면서도 의미 있는 글들을 자주

접하는 나는 비교로 인한 좌절감을 자주 느끼는 편이다.

게다가 나는 어려서부터 기질이 예민하고 성격도 소심한

터라 이런 비교가 더 부정적이고 강한 영향을 미쳤다.

비교는 질투와는 다른 성질의 것으로 누군가를 질투하면

상대를 부정하게 되지만 누군가와 비교하면 나를 부정하기

십상이다. 특히 상대가 뛰어날수록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하고 있던 일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어차피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계속한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럴 때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궁극적인 힘은

바로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이다. 내가 잘하든 못하든

남이 잘났든 아니든 어떤 성과나 대가가 있든 없든 포기를

지속으로 바꾸는 것은 그 일을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것은 마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에 다른 사람과의 비교나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또한 그 누군가가 나를 당장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마음은 막을 수 없는

법이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야말로 그 어떤 비교나

나약해지는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묘약이다.


그저 좋다는데 다른 무슨 사족이 필요하겠는가.

좋다면 그걸로 된 거다. 내가 널 좋아하니까 가끔 지치고

자신감이 없어져도 계속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다 어느날 더 이상 좋지 않으면 그때 그만두면 되지

않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계속 하면 되고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때 멈추면 된다. 나의 여건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난 여전히 글쓰는 게 좋으니 이렇게 지속하면 그뿐이다.

글을 쓸 시간이 없을 때도, 남보다 못 하다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아무 성과 없이 벽을 치고 있는 것 같을 때도

좋아하는 마음을 기억하면 계속 글을 쓸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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