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03
머리 위 실타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내 얼굴 위, 갑자기 손을 뻗어도 잡지 못할 정도의 위치 어디선가 실 한 올이 쪼르륵 흐느적거리며 흘러 들어온다. 실이 움직이는 모습부터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앞으로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마치 무언가 큰일이 일어나기 전 그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단순한 움직임처럼 실이 움직인다. 불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서 또 다른 색의 실이 따라 들어오고 어느새 셀 수 없이 많은 색과 다양한 굵기의 실들이 사방에서 모여 제각기의 방향으로 움직이다 결국 커다란 엉킨 실타래가 된다. 그 거대한 엉킨 실타래가 내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닌다.
내 머리 위의 실타래를 보며 갑자기 내 얼굴 위로 떨어질까 봐 그래서 내 몸에 엉켜버릴까 봐 무서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덮는다. 이제 좀 사라졌을까 싶어 이불을 걷어내 눈만 빼꼼하게 내어 보지만 여전히 실타래는 내 머리 위에 떠 있다. 마치 천장에 매달린 조명처럼. 실타래는 더 커졌고 더 엉켜 보인다. 처음보다 덩치가 커지면서 손을 뻗으면 손끝에 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대로 벌떡 일어나면 내 머리가 실타래와 맞닿을 듯 보인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워서 어찌할지를 몰라 큰 소리로 엄마를 불러보지만 내 목소리에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머리 위에서 옆으로라도 옮겨볼까 싶어 손으로 살짝 만진다.
풀어낼 수 있을까? 그냥 가위로 싹뚝 잘라버리고 싶은걸?
어느새 나는 손이 닿은 부분의 실 한 올부터 당긴다. 어떻게든 엉킨 실들을 풀어보려 하고 있다. 꼬이고 꼬인 실들은 서로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아, 손으로 아무리 풀어보려 해도 더 꼬여가기만 했다. 한참을 낑낑대며 실을 풀어보려 반복된 행동을 한다. 그러다가 실이 내 손가락에 감긴다. 하지만 정말 조금만 더 풀어보면 한 두 줄이 풀릴 것 같다. 경험에 따르면 항상 엉켜있는 전선이나 실들은 한 두 줄만 잘 풀어내면 나머지도 결국에는 풀리기 마련이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풀기 위해 애쓴다. 어느새 손가락에 감긴 실 여러 줄이 내 손목까지 집어 삼켰다. 내 손목을 조이며 어느새 내 양손이 다 엉켜있는 실 안으로 들어갔다. 실에 내가 잡힌 것인가? 아니면 내가 실 안으로 들어가 쥐어 잡고 있는 것인가? 헷갈릴 때쯤 생각한다. 그냥 가위로 싹뚝 잘라버리면 속 시원하겠네 하고 말이다. 하지만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전에 항상 꿈은 끝난다.
중학생 시절에서 시작해 서른 살이 넘어가며 비로소 멈춘 꿈
처음 이 꿈을 꾼 것이 중학생 때쯤이었던 것 같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정말 빠르게 중2병이 왔었나 보다. 모든 것을 참 어렵고 불안하게 느꼈던 시기였다. 어느 날은 갑자기 다리 길이가 다르게 느껴져 혼자 절뚝거리며 걷기도 했다. 하지만 집 안에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멀쩡해졌다. 학교를 가려고 집에서 나오기만 하면 다리 길이가 짝짝이가 되곤 했다. 참 이상했다. 지금생각해도.
지금은 나이가 들며 많이 작아졌지만, 난 눈이 좀 많이 컸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왕눈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좀 더 커서는 아즈라엘이었다. 눈이 크고 보통 사람보다 눈동자 색이 흐려 옅은 갈색눈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 들었던 아주 충격적인 한 마디가 "너 '튀기'지?' 였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남녀 공학이었고, 그중 한 반은 특수반이 있는 학교였다. 특수반에는 지능적으로 좀 발달이 느린 아이들이 4명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나만 보면 내 눈알을 파겠다고 손가락을 독수리 발처럼 치켜들고 쫓아오곤 했다. 그래서 그 아이를 만나면 나는 거의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무서워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악의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내 눈이 신기해서 자꾸 만져보고 싶어서 그런 거란다. 신기한 것은 만져보지 않으면 못 참는 아주 어린아이와 같은 지능을 가진 아이였다. 처음 입학했을 때, 나를 정문에서 처음 마주친 이후로 그 아이는 등교할 때마다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곤 했다. 내 눈알을 파겠다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그 아이가 결국 전학을 갈 때까지 한참 동안 담임 선생님이 학교 정문에서 엄마에게서 나를 인계받아 교실까지 안전하게 데려가 주셨다.
이렇게 불안하게 중학교 생활을 시작한 나는 누군가가 또는 무언인가가 나를 정말 살짝만 건드려도 아주 심하게 울어 버리곤 했다. 눈이 큰 애들이 겁이 많다고. 다들 말하곤 했다. 어느 날, 부반장이었던 나에게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을 혼낼 일이 있어 옆 반에 가서 회초리를 빌려오라고 하셨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에는 체벌이 당연하게 존재했던 때였다. 옆반 문에 노크를 하고 조회를 하고 있는 노총각 물리 선생님에게 담임 선생님께서 회초리를 좀 빌려 오라신다고 여쭸더니, 대뜸 그 선생님은 웃음을 참는 얼굴로 그럼 네가 먼저 회초리 한 대만 맞자. 그럼 빌려줄게.라고 장난으로 받아쳤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나는 그 교실 앞에서 땅에 엎어져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다. 물리 선생님은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고, 우리 담임 선생님과 다른 반 선생님들까지 다 뛰쳐나왔다. 정말 무슨 일이 난 줄 알았던 거다. 도대체 그때 왜 그렇게 울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된다. 내 기억으로는 그날 이후로 중학교 생활 내내 선생님들께 혼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들 또 울까 봐 불안하셨나?
그렇게 불안했던 나의 중학생 시절 어느 날부터 이런 엉킨 실타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정말 똑같은 꿈을 한 열 번은 꾼 것 같다. 그리고 그 꿈은 내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학 강단에 처음 섰던 서른 즈음부터 비로소 안 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가장 자주 반복해서 꿨던 생생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