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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움 Jun 18. 2022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특히 천둥, 번개를 동반한 태풍 또는 폭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물론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 보고 듣는 경우에 한 해 서기는 하지만 말이다.

번쩍, 우르르 쾅쾅, 그리고 쏟아지는 빗소리. 묘하게도 이런 요란한 소리가 나에겐 안정감을 주곤 한다.


농사일을 하시는 부모님은 늘 새벽 일찍 일을 나가셨고, 해가 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하셨다. 그렇게 많은 날을 나는 동생과 함께 텅 빈 집을 지키곤 했다. 외로움이나 쓸쓸함이라는 표현을 몰랐던 그 어린 나이에도 이상하게 마음 한 편 이유모를 감정들이 늘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는 날은 달랐다. 비가 오면 밖에서 일을   엄마, 아빠와 집에 함께 시간을 보낼  있었다. 작은 방에 함께 모여 소소한 군것질을 티격태격  부대끼는 하루가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언제나 요란스러운 비는 그저 나에게 따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포근함 같은 순간이다.


이젠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그때 느꼈던 그 행복감과 안정감은 여전히 내 안에 있는가 보다. 세상이 뒤집힐 듯 요란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는 이 밤도 편히 잠들 수 있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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