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Black and White
어린아이처럼 때 묻지 않은 듯이
미워하는 맘 없이 하얗게 살지도
그렇다고 은둔자처럼 바깥문을 닫은 듯이
까맣게 날 지우고 세상을 외면하고 살지도 못했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가
또 어중간하게 세상에 자리하고 만다
새하얗게 혹은 새까맣게라도 살아보려 했으나
현실은 잿빛 같은 얼굴을 한 채로 우두커니
깨끗한 거울보다 먼지 좀 묻은 거울이
보기에 더 맘이 편한 이유를 난 알지
오늘은 새파란 하늘보다 적당히 흐린 하늘이
올려다보기 편할 것 같아
이런 날엔 또 검은색과 하얀색에 기댈 수밖에
내 맘을 쏟아낼 백지와 내 멍 같은 잉크를
손으로 찍어 뭐가 됐든 쓸 수밖에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 내 맘을 하나씩 울리게
어지러운 맘을 흐드러지게 백지 위에 꽃 피우고
나는 또 잉크의 물결에서 허우적거리다
내가 만든 그늘의 아래에서 잠시
어느 색도 아닌 그 아래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그 그늘마저 아름답다 말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