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r

나를 잃고 싶지 않아

by Sehy


애매한 시간 따윈 지워버리자

내 것도 아닌 아침의 빛을 빌리기보다

확실한 나의 밤을 손에 쥐는 게 나다워

이 어둠에도 제법 어울리는 노래가 있어


어설프게 넘어가기 위한 어설픈 위로

나는 그간 내게 몇 번이나 했을까

남들은 내게, 나는 그들에게 몇 번이나

달콤한 함정 같은 말을 했던 걸까


인생에 가장 중요한 금은 지금이지만

지금만 적당히 넘어가는 건 사는 게 아냐

꿈을 꾸며 사는 건 낭만적이지만

현실도피로 꿈에만 머무는 건 사는 게 아냐


그러니 애매하게 사는 것 같은 건 잊어버리자

두 팔을 오므리기보다 활짝 펴고

어느 것도 아닌 시간의 경계에 서서

가장 확실한 발자국을 찍어보는 거야


그게 인생의 첫마디가 된대도 좋아

과거의 자취는 어떤 식으로든 희미해지니까

돌아보기보다 위를 바라보면서

나의 하늘이 개이는 걸 기다리는 거야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난 지금쯤 뭘 하면서 살아야 했을까

정답이 하나뿐이 아니라면 얽매이지 않아도 되잖아

어차피 내가 다 갖고 있는 걸


나는 지금 무슨 색의 사람일까

나를 무슨 색으로 칠하면 좋을까

내 것도 아니지만 완전히 놓지도 못하는

꿈의 경계에 서서 닮아가려 해


그러니 애매하게 얼버무리지 않을래

내 손엔 꿈의 가루들이 묻어있는걸

아직 어둠뿐인 방이어도 별의 꼬리쯤은

꿈꾸며 잘 수 있을 거야



'안녕, 잘 자'라는 자장가의 노랫소리가

밤하늘의 저 편에서 울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