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날들의 펄럭임
한 걸음씩 발을 바꿔가며 걸을 때도
숨이 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
너무 오랫동안 숨을 고르지 않고 온 탓일까
몇 시간인지, 며칠인지 혹은 몇 년이 될 수도
그럴 땐 괜히 멈춰 서서 숨을 깊게 내쉬어 보면
세상도 조용히 숨을 쉬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의 걸음 하나하나가 외롭게 느껴질 때는
누군가의 숨소리라도 들어야 살 수 있으니까
조금은 숨이 트이는 듯해 뒤를 돌아보니
나를 따라오는 발자국들이 눈에 밟힌다
바르게 걸어온 것도, 걷다 넘어져 구른 것도,
저쯤엔 무슨 일인지 멀리 돌아온 것도 보인다
모두 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었겠지
그땐 그렇게 걷는 것이 최선이었겠지
나는 나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을 테니
그렇게 제각각의 발자국들이 모여 오늘에 왔구나
나란 기점을 두고 보면 어제까지는 새까만데
내일부터는 새하야니 참으로 난감하구나
내일부터는 어떤 걸음으로 걸어야 좋을까
함부로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가 없구나
한때는 맘에 들지 않는 모난 과거를
싹 지워버리고 보기 좋게 다시 쓰고 싶었었다
그렇다면 '내일'이란 24장짜리 백지를 들고서
나는 왜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예쁜 발자국만 남기고 싶어서일까
모난 것 없이, 선을 넘어간 것 없이
결국엔 다 부질없는 고민인 줄 알면서
나는 오늘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내 두 눈 감을 때까지 주어지는 새하얀 백지들
아무 이야기도 쓰지 않기엔 너무 아깝지 않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책냄새인데
앞으로의 여백을 그냥 두기엔 아깝지 않니
수년이 지나면 다시 돌아보고 싶을 때가 또 오겠지
그때 자신의 발자취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길
내가 다 쓴 종잇장들이 펄럭이는 것을 보면서
과거의 발자국에 자신의 발을 대보며 웃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