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내가 내게 닿는 길
왜 이토록 늦어져야만 했을까
내 머리에서 마음의 밑바닥까지 오는 길에
빛이 충분하지 않아서였을까
쉽진 않을 거란 걸 알았지만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내가 내게 닿는 길
수 십 년간 스스로를 지키기 위했던 장식 같은
말들을 치우니 비로소 내가 보였지
가장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있던 나의 실루엣
여기까지 오는 데에 수 십 년의 세월이
걸려서 미안해
내가 내 자신을 안고 받아들이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
난 나를 황야에 두고 나를 찾으러 이국의 땅에
다녀온 기분이야, 바보같이
소녀의 볼 같은 봄꽃이 강렬한 태양에 지고
영원히 타오를 것 같은 해가 차가워진 바람에 식고
떨어진 잎사귀가 새파랗게 질리는 동안
난 나를 두고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걸까
너를 바라보기까지 수 십 년의 세월이
걸려서 미안해
스스로에 해 줄 말이 부족했던 나는
변변찮은 주머니를 뒤지던 빈 손으로
나의 그림자를 안아 맘 속 깊이 가둬버렸지
내가 사는데 가장 쉬운 방법인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내가 날 찾으러 가는 길
결국 수 십 년간 몸만 커버린 나는 별로 가진 것
없는 두 손으로 다시 네 손을 잡으러 가
가장 어두운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널 위해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미안해
수 십 년간 네가 흘린 눈물은 나의 심연의 웅덩이
속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갇힌 널
난 두 손으로 더듬어 널 꺼내어 안으리
검푸른 멍이 화해로 변할 때까지 붙들어 안으리
그동안 나누지 못한 말들은 서로를 향한 눈물로
속앓이 했던 검은 응어리는 까만 글자로
서로의 맘을 늦게라도 헤아릴 수 있다면
하고픈 말들은 이미 혀 끝에 맴돌 만큼 있지만
조심스레 처음 쓴 '미안해'라는 말
눈물에 번지는 글자에 수 십 년의 마음이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