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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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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피하면서, 평화를 찾을 순 없어요"<디 아워스(The Hours)>란 영화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의 남편에게 한 말이다. 그녀는 결국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자신을 마지막으로그녀의 뜻대로 하고자 수면 아래로 잠겨야 했지만, 끝까지 그녀의 인생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그녀의 인생을 끌어안고 주머니에 돌을 넣고 뛰어들었다. 그녀는 죽음까지 마주 보는 인생을 살다 간 것이다. 그 정도로 강한 인생은 대체 무엇일까?조는 밤하늘에 뜬 달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도저히 그런 인생이란 대체 무엇일까? 감도 오지 않았다. 자신의 삶은 확실히 내 것이라며 끌어안고 뭔가에 뛰어드는 정신. 아마 캡틴 로버트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버지니아가 죽음에 뛰어들었다면, 그는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었으니 그런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현재의 조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방에서 보이는 별의 크기만큼도 알 수 없는 뭔가가. 과연, 조 라이터는 언제쯤 알 수 있을까? 몸으로 깨닫게 되는 날이 과연 올까?
똑똑
"네?""아직 안 잘 것 같아서." 센스쟁이 엄마가 우유와 쿠키를 들고 나타났다. "오늘 같은 날, 네가 잘 수 있을 리가 없잖니." 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쟁반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그래서 좀 생각해봤어?.. Sisu?" 엄마가 쿠키 하나를 건네며 묻는다."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으니까요." 여기서 문제, 왜 가슴이 답답할 때도 쿠키는 맛있을까?"올해는 주제가.. Masterpiece라고 했지? 걸작? 흠.. 난해한 주제긴 하네.""도저히 감도 잡을 수 없어요. 시작은커녕 어떤 단서 하나도 찾지 못했어요. 난 아마 못 쓸 거예요. 5년을 연속으로 도전했는데, 이번에는 도전조차 못할 거예요." 정답. 엄마가 만들었으니까.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불쌍한 얼굴을 하며 한 번 더 깨물자."그러면서 넌 다음날이면 다시 책상 앞에 앉았잖아. 작년을 생각해봐. 넌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할 거라면서 넌 올해도 광장에 뛰어갔잖니.조, 넌 이 엄마를 속일 수 없어. 그리고 더 속일 수 없는 건 누구인지 알아? 바로 너 자신이야. 넌 '그럼에도' 글을 써야 하는 너 자신을 속일 수 없어.널 봐. 넌 글을 써야 사는 애야. 하루만이라도, 누가 널 글을 못 쓰게 한다고 생각해보렴. 넌 아마 미칠 지경일걸?" 역시 28년간 날 키운 엄마라고조는 다시 한번 쿠키를 깨물며 느꼈다."오늘, 네가 나간 사이에 다이앤이 전화 왔어. 너를 찾길래 광장에 나갔다니까 엄청 웃으면서 '역시 조 라이터'라고 하더라.네가 요즘.. 슬럼프라며? 내심 많이 걱정이 됐던 모양이야. 다이앤은 너의 상사잖니. 이렇게 집까지 전화해서 널 걱정해주고 참 감사하지 않니?""그리고, 또 뭐라고 하셨어요?" 조는 다른 이는 몰라도 엄마 입에서 다이앤의 칭찬은 참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응, 좀 쉬라고 하셨어. 당분간은 찾지 않을 테니 쉬면서 너 자신에 대해 좀 돌아보라고. 그리고 <올해의 Sisu> 잘 준비하라고."역시, 안 봐도 도전할 거란 걸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찾지 않는다니? 그럼 전화도 안 하겠다는 말인가?"정말 찾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다이앤이?""응. 찾지 않을 거라고 했어. 너에게 완벽한 휴식을 주고 싶으셨나 보지. 그런 상사가 어딨니?" 엄마는 다이앤이 무척 맘에 들었나 보다.그나저나, 다이앤이 웬일이람? 다이앤의 입에서 나온 말치곤 파격적이잖은가? 1주든, 2주든 기간을 정해준 것도 아니고. 일단, <올해의 Sisu>나 잘 준비하라고 했으니 이번 한 달 동안은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연락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문제다.아무튼, 조는 모처럼의 휴식에(정확히, 다이앤이 없는 완벽한 휴식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웬지, 쿠키가 더 맛있어진 기분이다.기분이다. 맘껏 더 깨물어라!
"너희 아빠도.." "....?" 왠 갑자기 아빠 얘기람"너희 아빠도 꽤나 모험가였어. 캡틴 로버트처럼." 이런. 아빠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는 아무 말 없이 우유 잔을 집어 들었다.".. 알아요. 그래서 아빠 얼굴을 보기 힘들었어요. 자주 집을 비웠으니까.""그래도, 중요한 날은 대부분 빠지지 않고 돌아왔잖니. 돌아오지 못해도 선물은 꼭 잊지 않고 부쳤어. 세상 어디에 있든, 가족은 늘 잊지 않고있다는 얘기야. 아빠는 특히 너와 에이미의 입학식이나 졸업식은 늘 소중히 생각했어. 네가 좋아하는 피자집에 함께 가는 걸 좋아했어.""그래서 아빠는 지금 어딨는데요?" 엄마, 그러면 안 됐어요. 아빠 얘기를 꺼내면 안됐다고요."그래서 아빠는 지금 어딨는데요? 엄만 아빠가 어딨는지 알아요? 아빠한테 편지 한통 보낼 수 있으세요? 못하실 거예요. 아빠가 지금 세상 어딨는지알 수가 없으니까. 미국인지, 유럽인지, 남미인지 아니면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아시아로 갔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 엄마가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빠 얘기가 나오면 엄마는 반드시 울고, 조는 반드시 폭발하고 만다. 이래서, 조는 엄마와 아빠 얘기만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미안해요, 엄마." 가여운 엄마, 엄마는 정말 이렇게 아빠 없이 사는 게 좋은 걸까?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가고서 십 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는 남자를남편으로 두고 사는 게?"아니야, 네 말이 맞아. 네 마음 이해해. 너희가 아빠의 부재를 느낄 때마다, 엄마로서 참 미안하단다. 내가 괜히 너희 아빠와 결혼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깐씩 들 때가 있어.""엄마는 아빠의 어디가 맘에 들어서 결혼했어요? 연애시절에도 아빠는 이리저리 세상을 누비고 다녔었잖아요. 어떻게 그런 남자와 결혼할 생각을 했어요?" "너희 아빠는 그때도 무역업을 했었지. 너도 알다시피, 클루브린에서 너희 아빠를 처음 만났어. 그때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졸업여행으로 친구들과처음 해외에 나간 거였어. 모두들 클루브린이란 곳을 가고 싶어 했었지. 그곳은 예술가들의 나라로 유명하잖니. 학교에서만 배우던 작가나 화가나 영화감독이나 누구던 좋으니 한 명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모두들 클루브린으로 결정했었던 거야. 지금 생각하면, 다들 그때도 소녀 같았어. " 엄마는 삼십 년 전이 어제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엄마, 그거 알아요? 엄마는 지금도 소녀에요."그래서 가보니 어땠어요??""한마디로 하자면 Big Magic이었지! 예술가들의 나라답게 정말 근사했어. 뭐랄까, aika 마을 사람들은 작은 마을에서 편안하고 소소한 일상을 기쁨으로 안고 사는가 하면 그곳 클루브린의 사람들은 늘 뭐랄까, 그 너머를 보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 aika 마을 사람들은 지상에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하면, 클루브린 사람들은 늘 하늘을 보고 산다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되나 그런 느낌이었어. 모두 하늘에 나는 새가 되고 싶어 하는 눈이었어.나는 하늘을 새가 될 거야. 예술가가 되려면, 이 하루를 태워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야 해라는 열망이 담긴 눈빛. 그것은.. aika에선 보지 못했던 거였어."엄마는 잠시 생각에 빠지는가 싶더니 곧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생각했지. 왜 우린 저런 눈을 가질 수 없었던 걸까? 그건 우리가 aika 마을에 있고 저들은 클루브린에 있기 때문일까?"엄마의 물음에 조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조가 정말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클루브린은 5개의 마을로 되어 있어. 이건 너도 아마 많이 들어봐서 알겠지. 그림의 마을, 옷의 마을, 음악의 마을, 영화의 마을 그리고 글의 마을" 엄마가 클루브린 지도를 펼치니 펜촉 모양의 땅이 조의 눈에 들어왔다. 200여 넌 전, 프레드릭 워터먼 이란 자가 발견했다는 펜촉 모양의 땅 '클루브린'은 현재 그의 후손들이 힘을 합쳐 운영하는 도시국가로 예술가들의 나라로 불리는 곳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예술적 독립'을 한 국가로, UN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클루브린은 '예술'이란 이름 하에 전 세계 국가의 화합의 상징이자 예술가들의 염원의 땅으로 불리는 곳이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다만, 엄마가 갔다 온 지 벌써 삼십 년 전이 거든. 뾰족한 부분을 맨 위로 본다면 공항은 맨 아래쪽에 있었어. 그래서,가장 가보고 싶던 '글의 마을'에 가려면 가장 위쪽으로 올라가야 했지. 왜냐면, 그 당시에 제인과 버지니아가 그곳에 있다는 말이 있었거든.""삼십 년 전이라면, 제인과 버지니아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텐데요?""그곳은 예술가를 꿈꾸는 자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혼도 함께 사는 곳이라는 말이 있거든.""그럼, 엄마는 유령을 보러 간 거였어요?""그럼 어떠니? 제인과 버지니아인데!" 세상에, 엄마는 무서울 게 없다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어?"당연히, 제인과 버지니아는 보지 못했어. 하지만, 난 그곳에 그녀들이 있었다고 생각했어. 둘 다 자기만의 방을 몹시 필요로 한 여자들이었잖아.그러니 충분히 그런 곳에 와있었을 거라 난 생각했어. 그렇게 느껴졌거든. 제인과 버지니아는 보지 못했지만 누굴 봤는 줄 아니?""누구요?""영화감독 자무시""자무시? 그 커피와 담배와 택시 나오는 영화를 만든 자무시?""응! 그 감독이 당시 '영화의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글의 마을'에 놀러 온 모양이야. 아무래도, 글의 마을은 가장 위쪽에 있다 보니,우린 공항에서 내려서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본 후에야 '글의 마을'에 올 수가 있었지. 해가 저물어가는 때에 우린 너무 다리가 아파서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기로 했어. 그런데, 그 카페의 이름이 뭐였는 줄 아니?""설마...""맞아! 커피와 담배 (Coffee & Cigarettes) 였어.""우와, 그 카페에서 영감을 받았나 봐요." 여기서 잠깐, 혹시 그냥 넘어갈까 봐 하는 말인데, 조는 이 얘기를 처음 듣는 게 아니다. 미스 조 라이터는 28살이다. 28에 부모님 첫 만남 얘기를 처음 듣는 사람 봤나? 단지, 조는 똑똑할 뿐이다. 그날을 떠올리면 행복해하는 어머니를위해서 말이다."응, 맞아. 그런가 봐. 그때, 난 친구들이랑 같이 주스를 마시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자무시를 부르는 게 아니겠어? 난 그 사람 덕분에 내 대각선 방향에 자무시가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단 걸 알았지. 자문 쉬는 아마 그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고 사인을 부탁한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그 사람은 뭐라고 한 줄 알아?""뭐라고 했는데요?" "'저기, 초면에 죄송합니다만, 괜찮으시다면 건너편 자리에 가서 앉아주실 수 있나요? 저쪽에 앉은 노란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분을 바라보고 싶은데 그쪽에 가려 보이지 않거든요.'라고 말이야. 보통 사람이라면, '정신 나간 사람 다 보겠네'라고 했겠지만, 자무시 감독은 그 사람 한번 보고, 나를한번 쳐다본 다음 웃으면서 정말 자리를 비켜줬단다. 덕분에 서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우린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씩 웃었지. 그게 우리 첫 만남이었어.""평범하지 않은 첫 만남인 건 확실해요." 엄마의 예쁨을 받을 수 있는 방법 1. 엄마가 신나서 하는 말은 항상 처음 듣는 척할 것"응, 맞아. 어머, 시간이 벌써 열두시가 넘었네. 이제 자야지" 단, 기억해야 할 것 1. 예쁨 받고 싶다면, 약간의 잠은 양보해야 한다."아, 맞다. 조""네?""그러고 보니, 내가 네게 말 안 한 게 있는 것 같아서.""엄마가 나한테 얘기 안 한 것도 있어요?" 어머, 조! 뭐든 처음 듣는 척해야 한다니까!"'글의 마을'에 말이야. 숨겨진 곳이 있다고 했어.""숨겨진 곳이요?""응. 물론, 숨겨진 곳이니 나도 본 적은 없지만 숨겨진 곳이 있다고 했어.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아무에게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곳.""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같은 건가 봐요?""이름이 뭐라더라... 약간 독특한 이름이었는데. 아, 맞아. 생각났다.""뭔데요? 인터넷에도 안 나오는 곳이에요?" 엄마는 다시 지도를 펼쳐 뭔가를 쓴 후, 조에게 내밀었다.
요즘 세상에, 숨겨진 곳이라니. 구글 어스를 뭘로 보고.이런 소문낸 사람은 영화 <라이언>도 안 본 거야? 조는 엄마에게 건네받은 지도를 펼쳐 드니 다시 펜촉 모양의 땅이 눈에 들어왔다.'참으로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곳이야.'조는 잠시 이 마을 저 마을에 눈길을 주다 펜촉의 윗부분에 자리하는 '글의 마을'에서도 가장 뾰족한 곳에 눈길을 멈췄다.그리고 엄마가 써준 그 이름을 본 순간, 가슴에서 소용돌이가 치는 기분이 들었다.클루 브린의 '글의 마을'의 숨겨진 곳,'글의 마을'에 산다고 해서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아무에게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곳.
"워드월드(WORD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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