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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y


5난 클루브린에 가야 해! (I'll go Kloobryn)
"뭐라고?" 맙소사, 우유 거품이 피에르를 산타로 만들고 말았다. "난 클루브린에 갈 거라고." 조가 수염에 묻은 거품을 닦아주며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에 산타가 되기 너무 이르단다, 피에르."언제?""내일""그렇게 빨리? 너 클루브린이 얼마나 먼 곳인 줄 알아? 거기 그렇게 맘먹는다고쉽게 갈 수 있는 곳 아니야, 조.""아니, 내가 가고 싶으면 언제든 갈 수 있어. 다만 여기서 많이 멀뿐이야.""얼마나 걸리지?" 제임스가 커피를 리필해주며 묻는다. 어쩜, 이 남자도 캡틴 못지않게 스위트하다."14시간 정도요.""조, 다시 생각해봐. 거기 너 혼자 가기 위험해. 넌 한 번도 밖에 나가 본 적 없잖아.""너도 한 번도 안 나가봤잖아. 그런데 위험한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어차피 나 혼자밖에 못 가. 티켓은 단 한 장뿐이라고.""비행기는 이미 예약한 거야?" 제임스가 빈 접시를 들고 가 빵을 다시 담아주며 말한다."네, 내일 오후 2시에요. 아빠가 준비한 티켓이 꽤나 특별한 티켓인 것 같더라고요. 여기에 '상시 패스'(all-year-pass)라고 쓰여있는데, 이 티켓을 소지한 사람은 클루브린 헹 비행기 내 특별석에 앉을 수 있대요. 따로, 클루브린에서 발급하는 비자도 필요 없고요.""그런 게 있어? 난 아직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버지께서 어떻게 그런 티켓을 구하셨는지 모르지만, 딸을 위해서 어렵게 구해주신 것 같구나. 그 아이, 그러고 보니 클루브린은 거주하는 예술인들을 위하여 관광객을 한 달에 1만 명만 받는다고 했어." 제임스가 접시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크림빵이라니. 정말, 당신은 이 마을의 천사임에 틀림없어요, "어떻게 그렇게 클루 브린에 대해 잘 알아요, 제임스?" 조가 빵을 한 입 가득 물으며 말한다. 크림빵을 먹을 때 입술에 묻는 크림은 빵을 더 스위트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그야, 클루브린이니까. 한 번쯤 예술을 꿈꿔본 자들은 모두 클루 브린에 가고 싶어 하지."하긴, 그러고 보니 제임스도 11월 1일이 되면 늘 문을 닫고 광장 앞에 나와있었다. 조는 오븐에서 빵을 꺼내는 제임스를 보며 순간 그와 동질감을 느꼈다. 그도 그녀처럼 늘 <올해의 Sisu>에 도전했었다. 다만, 조는 펜을 들었고, 그는 새로운 빵을 개발하는 것으로 루트를 달리했을 뿐이다.자기만의 방식대로 도전했지만 실패한다는 것. 조는 왠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빵 고마워요, 제임스. 덕분에 배불리 먹고 가요. 클루브린에 가도 이 빵이 정말 그리울 것 같아요.""오, 잠깐. 이거 들고 가." 제임스가 라지 사이즈의 박스를 조에 내민다."오, 제임스. 이러실 필요 없어요. 이미 빵 많이 주셨잖아요.""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 자, 얼른 받아. 가서 집에 가서 어머니와 나눠먹고, 원하면 클루 브린에 도 가져가고.""오, 제임스..." 조는 따스함으로 가득 찬 박스를 받아든다. 이 박스의 따스함이 제임스 그의 마음이리라."네가 많이 그리울 거야, 조. 넌 그 빵 한 박스에 고마워하지만 난 여태까지 늘 네게 고마워했단다.""제가 뭘 했다고요, 제임스?""나같이 빵집을 하는 사람에겐 아침에 눈길을 밟고 내 빵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무척이나 고마운 법이거든. 넌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내 빵을맛있게 먹어주었어. 덕분에 우리 빵집이 그냥 빵집이 아닌 'Morning Corn!'이 될 수 있었던 거야. 마을 사람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조, 그니까 잊지 마. 가서 너의 마스터피스를 찾아. 그리고 너의 한 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기억하렴."
#"그래서..." 한참 동안 말이 없던 피에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정말 가는 거야?""그럼, 정말 가는 거지. 그리고 정말 가야 해." 조는 피에르가 정말 보내기 싫어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건너편에 살면서 학교도 같이 다니고 aika 마을 안의 모든 걸 함께 했던 그들이기에 처음 떨어지는 이번이 그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조는 왠지 이렇게 갑작스러운 짐을일방적으로 그에게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피에르, 있잖아..""조" 조네 집 문 앞에 선 그들은 이제 피에르가 다음에 할 말을 기다리고 있다."잘 다녀와""피에르..""알아, 나도 내가 바보 같았다는 거. 아침에 네가 내게 처음 말했을 때,난 너한테 무척이나 서운했어. 어떻게 이십 년 지기인 나한테 아무런 말도 없이 덜컥 그렇게 결정해버릴 수 있는지,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을 잘 알면서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는지 서운했어. 따지고 보면, 네가 나한테 말할 어떠한 의무도 없는데 말이야. 그래서 난 내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널 무조건 못 가게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나한텐 그럴 자격도 없으면서 이게 다 널 위한 핑계라고 말이야. 그런데, 조, 그건 널 위한 게 아니었어." 조는 피에르의 떨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갖는다. 제발 그가 말을 멈춰주길, 그리고 제발 그가 멈추지 말고 다 이야기해주길"그건 널 위한 게 아니라, 처음으로 너 없이 홀로 남겨질 날 위한 거였어. 한 번도 우린 초등학교 이후로 떨어져 본 없잖아. 어딜 가든 함께였던 우리인데, 난 그게 두려웠던 거야. 날 낡은 세상에 남겨두고 홀로 새로운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 버리고 다신 네가 안 돌아올까 봐 난 그게 두려웠던 거야. 미안해, 조, 정말로 널 위한다면 용감한 선택을 붙잡을 게 아니라 응원해줘야 하는 건데. 훨훨 날아가고자 하는 널 붙잡을 게 아니라 더 잘 날아가라고 기도해줘야 하는 건데.. 미안해, 조.. 내가 겁쟁이라서, 미안해.. 미안..""무슨 소리 하는 거야, 피에르. 넌 예나 지금이나 정말 바보 같아"조는 자신보다 20센티나 큰 피에르를 토닥이며 새삼 행복한 마음이 든다. 진정한 친구 하나만 곁에 있어도 성공한 삶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글쎄, 피에르는 이십 년이나 그녀의 곁에 머물러줬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토해내고서 겁쟁이라며 그녀의 품에 안겨 울고 있다. 피에르가 얼마나 그녀를 애틋하게 생각하는지 조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조는그를 더욱 꼬옥 안아주고 싶다."피에르, 아무 걱정 마. 난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 그래서 가야만 해.그리고 내가 찾고 싶던 걸 찾은 후엔 반드시 돌아올 거야. 나의 집은 aika 마을 여기 한 곳뿐이니까. 그러니, 아무 걱정 마. 난 반드시 돌아올 거야. "#
똑똑
"네?""다 챙겼니?" 맙소사, 엄마가 양손 가득 약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네, 오, 엄마.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에요. 이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거기는 그래도 특이한 곳이니까. 없는 게 있을 수도 있어. 약은 제때 먹지 않으면 안 된다고"지사제, 해열제, 멀미약, 감기약, 진통제, 연고, 밴드... 오, 맘마미아"옷은?""다 챙겼어요. 거긴 여기처럼 겨울이 아니니까, 가을 옷 정도 챙기면 돼요. ""이 정도만 가져가서 되겠어?" 엄마가 옷을 뒤적이며 말한다. 엄마들은 여행용 짐 싸기의 기준도 '혹시 모르니' 100퍼센트에 맞추는 것 같다."엄마, 난 이민 가는 거 아니에요. 그저 한 달 정도 있다 오는 거예요.""그래도 혹시 모르니...""엄마.." 조는 걱정이 가득한 엄마의 두 손을 꼬옥 쥐어본다. "엄마, 난 정말 괜찮을 거예요. 엄마가 지금 하는 걱정의 90퍼센트 이상은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는다는 거 모르세요? 내가 멀리 가는 건 맞아요. 하지만, 걱정 마요. 난 괜찮을 거예요. 엄마가 걱정을 하면 할수록 난 더 떠나기 힘들어져요. 하지만, 난 떠나야 해요. 그것도 당장 내일이오. 제가 왜 떠나야만 하는지 아시잖아요, 엄마. 부디 엄마도 피에르처럼 제 맘 아프게 하지 말아 주세요" 이럴 때 할 수 있는 딸의 최고의 필살기! 품에 꼬옥 안겨 아양떨기!!!"그럼 하나뿐인 딸이 처음으로 멀리 떠난다는데 걱정이 안되겠니?나도 네가 떠나야 한다는 거 알아. 나도 너희 아빠가 로버트에게그럴걸 부탁했을 줄은 정말 몰랐단다. 왜 내가 아니라 로버트에 그랬는지...""아무래도 엄마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게 있어 거였겠죠. 저한테 그러듯이요. 캡틴은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고 했어요.""나도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어.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만..." 엄마를 보니 조의 마음도 더욱 약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조까지 약해져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자신이 강해져야 엄마도 강하게 있을 수 있다는 걸 조는 알고 있다."엄마. 저랑 약속 하나 해요. 절대 약해져선 안돼요. 쓸데없는 걱정도 해선 안되고요. 가서 전화하고 편지할게요. 되도록 자주 할게요."".. 응, 그래. 그곳에 정말로 너희 아버지가 있다면 좋겠구나.너희 아버지가 클루브린 행 티켓을 미리 널 위해 남겼다면, 아마 그곳에서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네, 저도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조의 볼을 쓰다듬으며, 울지 않기 위해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잘 다녀오렴, 가서 네가 찾고 싶은 것을 찾으렴.그리고 건강하게 꼭 돌아오렴.""사랑해요, 엄마""나도 사랑한다, 하나뿐인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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