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소설 <Masterpiece>에 대하여

by Sehy

우리의 삶 자체가 바로 마스터피스


마침표를 찍고서 어언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모를 일주일간은 다른 일에 집중하는 척 하며 소설은 쳐다보지도 않고 말이죠. 그리고 다시 일주일이 돌아와 새벽이 동이 트기만을 기다릴 때 즈음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소설을 쳐다봤습니다. 물론, 다시 보고싶은 마음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어제 문득 욕실에서 든 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것처럼 썼던 소설을 피하고 싶었던 것은 뭔가가 두려워서가 아닐까.


소설가들의 인터뷰나 에세이를 보면, 하나의 작품을 겨우겨우 마친 후 책상을 보고나면 그 자리엔 다 쓰고 재가 된 열정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아마 누구도 그 잿더미는 보고 싶어하지 않겠죠. 이제 더는 내 안에 태울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테니 말이에요.

이 책의 시작점은 프랑스의 소설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내가 쓰고 싶던 최고의 걸작은 바로 내 인생이다' 라는 한 마디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전 저 말 한마디에 내가 쓰고 싶던 소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걸 느꼈고, 정말 그렇게 모든 것이 시작됐습니다.


사실, 이 소설을 쓴 이유는 나 자신에게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꼭 이 소설을 끝마쳐야 했어요.

작가라면 그렇듯, 저도 이 책을 쓰면서 몇 번이고 흔들렸습니다. 내가 이 소설을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써야 할까, 이 소설의 길은

어디로 향하는가 하는 생각들이 절 집어삼킬 때면 호기롭게 시작한 이 소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운명으로 끝나는가 하는 두려움까지 들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동안 읽었던 좋은 책들의 말이 떠올라 다행히도 소설은 제 운명을 맞이할 수 있게 됐지요. 책은 마음의 양분이 된다는 말을 몸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조 라이터는 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세계와 희망하는 세계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저 자신을 요.

그리고 저 자신에 끊임없이 말을 걸며 생각해보았습니다.


자신이란 사람의 조각이 조의 아버지, 윌리엄 라이터처럼 세계 곳곳에 있는 게 나을까?

아니면, 조 라이터처럼 자신의 크기에 맞다고 생각되는 곳에 살며 만족하며 일생을 보내는 것이 나을까?


글쎄요, 소설을 쓰며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이 말에 따로 정답이 있는 것 같진 않더군요. 그 어느 쪽이든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되는

인생을 살면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자신이 바라는 인생이 있고, 또 보니 어느샌가 길이 나 있는 게 보이고, 그곳에 자신의 다음 인생이 있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딛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부르는 운명에 응답한 조 라이터처럼 말이죠.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마스터피스의 중심세계인 워드월드는 글자 그대로 Word + World 가 합쳐진 단어로,

본 1편에서는 '말로만 무성한 세계'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그려넣었습니다. 마을사람들 누구나 가본 적도 없으나, 그곳은 가면 무섭다 ,위험하다

라는 말만 믿고 모두들 아무도 가보려고 하질 않지요. 실제로 갔다는 사람도, 제대로 된 증거도 없지만요. 하지만, 조 라이터는 그런 말에 현혹되지

않고 확신이 드는 그곳을 향해갔고 다음 세상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예전엔 작은 마을이 자신의 크기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과거의 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로 갈 준비를 끝낸 것이죠. 그녀는 그렇게 계속 자신의 다음 세상을 향해 걸어갈 것입니다. 가는 동안 보물찾기도 계속 할거구요.

그리고 저도 제 소설의 단독 주인공이자 저의 친구가 된 조 라이터와 함께 계속 다음 여정을 용기롭게 해나갈 것입니다.


어제 욕실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피하고자 했던 두려움은 바로 '내 작품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그렇게

열심히 썼던 작품은 사실은 세상에 외면 당하고 어딘가에 쳐박혀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내가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도중에 끝마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 자신이 형성한 두려움에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치, 클루브린의 마을사람들처럼 말이죠. 그러면, 제가 소설을 썼던 대주제에도 어긋나게 되버리는 것이니까요. 저는 조처럼 양치기가 되어 살려고 합니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한 두려움에 지배당하지 않고, 용기를 두 손에 쥐고서 걸어가는 양치기가요. 그리고, 여러분도 꼭 그렇게 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삶을 응원합니다.

언제나 여러분 자체가 마스터피스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모두 죽여주는 양치기가 됩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