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대로.

by 다미

요 몇 년 사이, 나 자신에 대해 몇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생각보다 사람을 귀찮아한다는 점,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과 상상을 많이 한다는 점.
그중에서도 가장 의외였던 건, 내가 생각보다 통제욕이 강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스스로를 ‘태어난 김에 사는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삶의 많은 부분을 꽤 단단히 쥐고 살아왔다.
상황도, 관계도, 가능하다면 내가 예상한 궤도 안에 있기를 바랐다.
어느 정도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어긋나지 않기를.


하지만 사람의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았다.
상황도 관계도 나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의 생각과 선택이 섞여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은 쉽게 내 뜻에서 벗어났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해보면 참 달콤한 말이다.
원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 크기가 커질수록,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집착할수록 나는 점점 지쳐갔다.
삶의 통제권이 내 손에 없다고 느껴질 때마다 이상하게도 패배감이 따라왔다.


그 무렵, 이상하게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그냥 누워버린 날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좋아하던 음악도, 글쓰기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손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과 ‘그래도 애써 살아왔잖아’라는 생각이 뒤엉킨 채로 빙빙 돌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거라면, 마음조차 먹어지지 않는 날들이 있다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도 완전히 틀린 선택은 아닐지 모른다고.


살던 대로 살아가되, 흘러가다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오면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그러다 보면 또 얼렁뚱땅 하루가 살아지고, 그게 모여 삶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꽤나 도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내 의지로 붙들고, 그 외의 것들은 흘려보내는 수밖에 없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마 한동안은 잘 안 될 것이다.
알면서도 다시 움켜쥐고 싶어질 테고, 또다시 넘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걷고, 또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걷는 쪽으로
나는 살아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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