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기 싫은 날, 나는 청소를 한다

by 다미

나는 어릴 때부터 청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내 방은 나만의 규칙으로 굴러가는 작은 카오스에 가까웠다. 물건을 꺼내 쓰고도 제자리에 두지 않았고, 정리정돈도 잘하지 못했다. 사실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됐다. 늘 뒤에서 치워주는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 돈을 벌고 독립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일하면서 집안일까지 해내는 삶이 생각보다 꽤 고되다는 것을. 밥은 어떻게든 챙겨 먹겠는데 청소만큼은 자꾸 미뤄졌다. 게다가 사회 초년생 시절의 회사 생활은 쓰기만 했다. 집에 돌아오면 바닥에 누워 우울과 자책 속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이렇게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대체 왜 해야 하나 싶었다.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아주 미세한 변화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진탕 마신 다음 날 출근하던 지하철 안이었던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평생 일을 하며 살아갈 텐데, 계속 이런 생활 습관으로 버티다가는 삶이 먼저 망가지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뒤로 생활 습관을 꽤 많이 고쳤다. 그리고 매주 주말, 청소를 하는 습관을 들였다. 아무리 귀찮고 힘들어도 정해둔 시간에는 꼭 청소를 했다. 예전에는 청소를 해봤자 다시 더러워질 텐데,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꾸준히 해보니 오히려 반대였다. 청소는 생각보다 내 생활에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날 하루가 어땠든, 어떤 한 주를 보냈든 청소를 시작하면 금세 다른 생각이 옅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사라지고 공간이 조금씩 정돈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도 덩달아 상쾌해졌다. 생각이 많고 스트레스에 쉽게 지치는 내게 청소는 일종의 보약 같았다. 상념을 잠시 밀어두고 눈앞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결과가 바로 보이는 일이기도 했다.


점점 깨끗해지는 풍경을 보는 것이 좋아졌다. 빨래를 널고, 청소기를 밀고, 바닥을 닦는 일. 내가 숨 쉬고 생활하는 공간을 돌보는 일. 그것은 결국 나를 돌보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청소는 단순히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를 소중히 다루는 방식 중 하나였다는 것을.


얕은 우울이 찾아오면 몸부터 움직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운동이든 청소든, 무엇이든 좋으니 몸을 먼저 써보라고. 물론 매일같이 잘 해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매주 정해진 시간에 습관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내가 겪었던 우울감은 꽤 많이 줄어들었다. 조금 더 부지런해졌고, 조금 더 활력이 생겼다.


물론 지금도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날, 혹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청소가 유난히 싫다.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더 하기 싫어진다는 마음으로 몸을 일으킨다. 청소기를 꺼내고,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는다. 그렇게 힘든 날에도 공간을 조금 정리하고 나면 기분은 분명 나아져 있다. 뭐라도 해냈다는 감각이 남는다. 나의 일상은 그렇게 유지되고 있다.


어릴 때의 나는 그 필요를 몰랐다. 청소는 그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이 때로는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일상을 돌보는 힘, 나를 소중히 하는 일. 어쩌면 그것은 내가 머무는 공간을 돌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무기력을 겪어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