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by 다미

사랑에 대해,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참 많이도 생각했었다. 지금도 생각해본다. 사랑은 무엇일까. 짝사랑을 아주 오래 해왔던 나는 짝사랑이 끝날 때마다 사랑이 지겹다고 느꼈다. 지독하고 질리는 구석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어쩐지 끈끈하게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고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뿐더러, 나를 나답게 하지 못했다. 그때는 나를 이토록 잃어버리는 게 사랑이라면 더는 사랑을 하고 싶지 않았다.


좋아하는 드라마 대사 중에 그런 말이 있다. ‘불 같은 사랑도 해봤으니, 만두처럼 천천히 따뜻해지고 싶다.’ 라는 대사였다. 언제나 사랑 앞에 불 같았던 나는 그 대사같고 싶었다. 천천히 오래오래 따끈한 사랑을 맛보고 싶었다.


누군가와 만나기로 하고 1일이라고 규정짓는 날부터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은 신기했다. 정말 신기하고도 이상한 관계라는 생각을 했다. 10년을 알아온 친구보다도 더 두텁고 빠르게 친해지는 사이, 이성적인 호감이 그 밑바닥에 있는, 마치 가족인양 넘나들게 되는 서로의 선들. 그런 것이 신기했다.


나는 사랑한다는 표현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좋아한다는 말할 수 있어도 사랑은 쉽지 않았다. 사랑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무게감만큼은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는 단어였다. 그래서 쉬이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질 못하는 데다가 상대방이 내게 빠른 시기 안에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그걸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깊어지고 하루종일 대화를 나누고 그런 시간들을 가지면서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바라는 게 생기고 사랑하기 때문에 기대하게 되고 사랑하기 때문에 서운해진다는 사실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라게 되고, 좋아하기 때문에 기대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서운해지는 것처럼.


사람을 꽤나 귀찮아하는 성격으로 자란 데다가, 일정 선을 넘으면 손절하기 일쑤였던 나는 왜 사람들이 서로를 옭아매면서 울며불며 싸우고도 다시 내일이 되면 웃으면서 만나는지를 점점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서로 좋아하기 때문에 서운함을 나누는 구나 하고 말이다.


사랑하는데 왜 싸우지? 친한 친구랑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왜 싸우지? 라는 의문이 있었다. 나는 싸움과 갈등을 극단적으로 싫어했기 때문에, 좋아하고 사랑하면 싸우지 않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좋아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가깝기 때문에 싸우게 된다. 그것도 요근래야 점점 깨닫게 되었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 수록 알 수 없는 상대방의 마음도 내 마음 같길 바라는 마음이 커지니까. 더 나아가서는 내 마음을 알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니까.


언제나 나는 내 마음은 알아도 상대방의 마음은 알 수 없는 x값으로 두곤 하는데 상대방을 좋아하게 되면 그 값이 나와 같기를, 나보다 크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러운 모습보다는 그저 미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뚝딱이는 모습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되어 가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 속을 깊이 차지할 때쯤에 알게 됐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떠날까봐, 그런 일이 생길까봐 많이 무서워 했던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만큼 미움을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엄청나게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서로의 미운 점과 밑바닥까지 보게 되는 일 또한 사랑의 일부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겪어야만 하는, 반드시 동반되는 것들임을 알 수 없었다. 그로 인한 생채기들을 안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들을 가늠하는 것도 그것이 갖고 있는 점이라는 것조차 전혀 몰랐다. 이제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내가 무서워서 피해왔던 것들과 내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가 어떤 것들을 갖고 있었는지.


사랑하기 때문에. 정말 그 사실 하나만으로 울고 웃고 싸우고 붙고. 그래, 모든 건 다 사랑하기 때문에. 거기서 출발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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