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의 예측가능성은 기업가치를 높인다
길고 길었던 저금리의 시대가 끝나가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서명을 했다. 미국의 유명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는 이제부터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라 경고하였고, 이를 시작으로 국내 벤처캐피탈, 투자업계 인사들의 유동성위기, 투자 혹한기에서 살아남는 주제에 대한 글이 많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유니콘을 탄생시켰던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투자자들은 이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 현금흐름의 예측가능성이 높은 수익모델을 가진 기업을 찾아 나선다는데 창업자들은,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각 회사의 상황에 100% 들어맞는 솔루션은 없겠지만 최대한 구체적으로 함께 고민해보자. 일단 현금흐름중심 경영방식에서, 운전자본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려봤다.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함에 있어 투입되는 필수적인 금액으로 재무상태표의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차감한 '순운전자본'이란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 협의의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의 합에서 매입채무의 합을 차감한 금액이다. 여기서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받을 돈'에서 '줄 돈'을 뺐다고 생각해보자.
골프웨어 사업을 하는 김대표라는 가상의 인물이 있다고 치자. 김대표는 사업 시작 직후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3천만원어치 매입을 하면서 1천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2천만원은 1개월 후 정산(매입채무)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3개월 후 정산 조건으로 쇼핑몰에서 3천만원어치 의류(매출채권)를 판매하였다. 남은 1천만원어치 의류는 집에 보관(재고자산)을 하였다.
김대표 사업의 운전자본을 계산하면 매출채권 3천만원에 재고자산 1천만원을 더한 4천만원에서 매입채무 2천만원을 뺀 2천만원이 된다. 즉, 김대표가 사업을 함에 있어 순수하게 2천만원의 현금이 잠긴다는 의미다. 그리고 동대문 도매시장에는 1개월 후 구매대금 2천만원을 정산해야 하지만, 쇼핑몰에서 현금이 들어오는 시점은 3개월 후다. 김대표는 2개월 동안 현금 2천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서 잠깐 흑자도산의 개념을 설명하자면, 김대표가 동대문 도매시장에 정산해줄 현금 2천만원을 구하지 못할 경우 흑자도산이 될 수 있다. 회계적으로는 3천만원 매출, 2천만원의 원가로 1천만원을 남기는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운전자본의 크기는 업종에 따라 다르고 어느 정도 운전자본이 필요한 사업이 대부분이다. 완성차 제조업 같이 외상매출, 원자재 재고가 많이 필요한 업종은 운전자본이 많이 필요할 거고, 식음료 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맥도날드가 식자재 공급사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주기는 약 30-45일이다. 그런데 매장을 찾은 우리에게 식사비용을 30-45일 이후에 지불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신용카드 정산주기를 감안하면 2-3일 안에 현금이 회수가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보자. 운전자본 관리 정책이 안정화되어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경우 맥도날드는 약 30일간의 현금보유기간을 확보한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도 그 사이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스타벅스를 왜 핀테크 회사와 자주 비교하는지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이렌 오더를 위해 미리 충전해 놓은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2,503억원으로 카카오페이(3,841억원), 하이패스(2,603억원)에 이은 3위다. 선불충전금은 회계상 유동부채 성격이라 스타벅스의 순운전자본을 감소시키는 항목이다. 순운전자본 감소는 현금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기도 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불충전금은 매장 재투자, 인건비 및 임차료 지급 등에 사용하고 예금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 중이라고 한다. 회사 입장에서 조달비용은 0%이다.
건강한 재무관리 정책은 운전자본의 변동성을 낮춘다. 운전자본의 변동성은 잉여현금흐름 (FCFF), 영업현금흐름, EV/EBITDA 등 기업가치평가(Valuation)를 위해 참고하는 지표들에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운전자본 흐름은 회사 영업이익의 안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현금흐름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은 기업가치를 높인다. 이제 인사이트를 도출해보자.
1) '받을 돈 (매출채권) - 줄 돈 (매입채무)'기일의 적정 차이 찾아보기
산업의 특성과 시장 내 상품(제품)경쟁력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최대한 주어진 조건 하에서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자.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준은 30일 정도다. 주의할 점은 외상매출금과 외상매입금 주기를 일치시키라는 말이 아니다. 사업을 함에 있어 어느 정도는 운전자본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외상매입 상대방(봉제공장 등)와 외상매출 상대방(고객)과의 교섭력 수준도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고객에 대한 외상매출 회수 기간을 무작정 줄인다면, 타사 제품/상품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고 매출하락으로 연결이 될 수 있다. 더 연결해보면 이는 높은 자본조달비용으로 이어지고, 추가적인 기업가치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 초기기업일 수록 쉽지 않을 것이다. 최적의 상태를 찾았다면 그 다음 스텝은 유지하기다.
2) 운전자본 변동성 (△WC) 낮추기
반복적인 이야기지만 요약해서 강조하면, 운전자본 변동성은 회사의 영업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영업현금흐름 자체의 절대적 숫자도 중요하지만 운전자본의 변동성 증가는 영업현금흐름 변동성을 증가시키고,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영업현금흐름 변동성이 커지면 신규사업, 연구개발 투자 등 회사의 투자활동을 전체적으로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영업현금흐름 변동성이 큰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너그럽지 못하다. 이는 높은 자본조달비용으로 연결된다.
내가 하는 일상적인 기업경영활동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재무와 연결이 되어있다. 재무회계도 하나의 언어와 같아서, 한 번 습득을 하고 나면 재무관리의 프레임(Frame)로 경영활동을 바라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동안 수많은 기업경영에 대한 사례, 연구, 또 그 연구결과를 적용한 사례에 대한 연구, 컨설팅 케이스 등등에 접근 가능한 패치가 장착되면서 고민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글을 통해 지난 경험, 때로는 뼈아픈 실수를 복기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그것들을 지금의 시점에서 해석해 보고 있다. 이렇게 생긴 인사이트들을 최대한 공유하고자 노력해보겠다. 독자 여러분의 경영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