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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n 27. 2022

기업 가치제고의 꽃, 인사(HR)

스타트업 HR, 조직문화 형성의 중요성


기업 대표님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어디 좋은 사람 없어?'라는 사람에 대한 추천부탁이다. 좋은 사람의 정의는 각자 다르겠지만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중소중견기업 대표님들의 고민은 역시나 사람이다. 사모펀드(PEF)도 마찬가지다. 기업인수(Buy-out)를 하거나 경영권에 참여하는 투자를 할 때에는 기업 내부에 있는 핵심인재(Keyman)들의 이력서 검토, 인터뷰로 시작해서 투자대상기업의 신규 사업전략이나 구조조정에 맞는 외부 C레벨 임원의 선임을 고민하고 대상을 물색한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PEF업무의 5할은 인사(HR). 즉, 사람에 대한 고민이다. 더 나아가 조직관리에 대한 고민이다.


리멤버, 원티드의 등장에서 시작해 최근 Flex까지, HR서비스를 론칭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났다. 돌아보면 투자성과가 좋은 대부분의 기업은 부서/본부 간 위임, 의사결정 범위가 잘 배분이 된 조직이었던 것 같다. 대표이사가 모든 의사결정을 도맡아서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조금 작은 조직. 스타트업의 HR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이런 갈증 또한 사람을 통해 푸는 것이 최고다. 주변을 돌아보면 한 분야의 전문가는 있기 마련. 최근 Series B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에서 인사, 조직문화를 총괄하고 있는 K*(그의 영어이름 Khan)가 떠올랐다. K는 스타트업의 HR 분야에서만 7년이 넘는 경력을 쌓아오고 있고, 작지만 함께 개인투자조합을 운용 중이다. 지난 화요일 스타트업의 HR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강남-여의도를 잇는 랜선 점심을 요청했고, 두 남자가 각자의 회의실에서 어색하게 아이패드를 앞에 두고 마주앉았다. 이번 칼럼은 그와 대화 중 일부를 공유한다.


H.(정진) 리멤버, 원티드, 링크드인 같이  직군을 포괄하는 인사 관련 서비스 외에 디자이너 Pool 많은 서핏, Flex 같은 신생 서비스도 계속 등장 중에 있다. 이는 사라져가는 공채 문화, 대기업 선호 현상의 감소, 전반적인 인력난  스타트업의 니즈가 반영된 트렌드라 생각한다. 실제 스타트업의 채용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우선 인사 업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직무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K.(Khan) 국내의 한 중견그룹사 기획조정실 소속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의전에서 그룹인사업무까지 5년여간 경영자의 용인술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이후 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옮겨가 약 7년간 인사 업무를 하였고, 지금은 AI, DeepTech 기반 에그테크(AgTech) 스타트업에서 인사, 조직문화를 총괄하고 있다.


7년간 몸담았던 스타트업이 시리즈 D 투자유치를 받고, 회사 규모가 커지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회사가 커갈수록 대표이사가 혼자 할 수 있는 업무 분야는 적어진다. 리더는 '일을 잘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주는 사람' 이란 생각을 하였다. 소위 Good performer였던 실무자가 좋은 리더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조직 내 인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전문가 트랙', '매니지먼트 트랙'으로 나누어 개발하였다. 대표이사가 조직 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챙기는 소위 마이크로매니징의 한계는 업계에서 직원 약 300명까지라고 본다. 사실 그것도 많다. 100명이 넘어가면 위임이란 것이 꼭 필요 해진다.


H.초기 기업임에도 미팅을 할 때 안정감 있는 조직 분위기가 느껴지는 기업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공동창업자가 아니어도 대표이사를 백업할 수 있거나, 안살림을 담당하는 CXO들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창업자 입장에서 위임을 하고 의사결정 부담을 분산시키려 해도 이를 받쳐 줄 임원진이 없는 경우 많은 답답함을 느낄 것 같다.


K.일단 스타트업에서 인사는 대표이사가 본인이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한다. 대부분의 대표들은 인사 분야에서는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인사라는 것이 누구나 한 번씩 의견을 내기 좋은 분야다. 그래서 위임을 잘 하지 않으려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유무는 그 다음 문제다.

그리고 사내 인사제도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도입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수반되느냐, 우리 회사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인사(HR)는 조금 더 관계 지향적인, 인문학적 소양을 요하며 나아가 조직문화를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H.질문을 위한 조금 긴 배경설명을 하겠다. 가끔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서 투자금융업계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있냐고 질문받을 때가 있다. 이 질문을 '나는 누구와 일 하고 싶은가'로 바꿔 대답을 한다. 크게 두 가지를 보는데 첫 번째,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여의도다. 취급하는 상품도 사람도.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본인만의 학습 방법을 알고 계획을 세우고,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고, 적용해보려 노력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제 주 3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를 하는 기업이 생길 정도로 정해진 업무시간 외 시간들이 많아진다. 평생 배움의 시대가 온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태도와 인성.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업무는 없다. 철저히 팀워크 위주의 업무이고 금융은 사람과의 비즈니스이다. '덕이 재주를 앞서야 한다' 라는 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부분의 주니어 들은 화려한 엑셀 스킬, 가치평가 모델링, PT능력 향상에 집중한다.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시간이 지날수록 네트워크, 관리 능력의 중요성이 증가한다.




위의 그래프와 같이 태도(인성)은 인생에 있어 상수항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누구와 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리더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태도가 좋은 사람, 인성이 좋은 사람에 대한 인사전문가의 판단기준이 궁금하다.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가?


K.인성을 판단하는 기준. 첫 번째로 채용 단계에서는 검증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판조회가 적절한 대안이다. 채용은 확률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조직의 성장 목표에 맞는, 조직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찾을 수 있을까의 문제다. 스펙으로 분류하는 것은 채용확률을 높이는 가장 쉬운 예이다. 좋은 학교에서 해당학문을 전공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업무를 잘 할 확률이 높을 수 있다고 접근하는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턴오버율은 매우 높다. 전 직장에서 1년에 수백명을 채용하였고 또 수백명이 그만두는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조직문화에 fit하게 맞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 지 고민하였다. 그래서 출신회사, 경력사항, 전공, 학위, 보유기술 등 카테고리를 나누어 우리 조직과 문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인재의 특징을 분류하려 노력하였다. 아주 유의미한 결과가 있진 않았지만 계속 이런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두 번째는 프로모션 단계이다. 이 때부터 인성과 도덕성에 대한 판단을 1순위로 한다. 특히 관리자 트랙에서는 더 중요하게 본다. 중간관리자에서 고위관리자는 크고 작은 권한을 가진다. 이 권한에 의해서 회사가 잘못될 수 있는 확률을 낮춰주는 것이다. 관리자는 불확실성이 없어야 한다.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더라도 그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고, 이러한 좋은 리더를 가리는 것은 대표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인재관리에 정해진 유형이나 영원히 변치 않는 기준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 우리 문화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우리회사의 인재를 정의하는 기준인 핵심가치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H.조직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곧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스타트업이 조직문화를 만들고 인사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최적의 타이밍이 있을까?


K.최초의 조직문화는 대표의 성향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조직의 성장단계, 도메인별 특성에 따라 변화해가는 것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대표가 본인의 한계를 느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모든 것을 다 하려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해당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 최적의 타이밍이 있는 것 보다는 빨리 깨달을 수록 좋다.


H.회사에서 창업가의 역할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K.비전 에반젤리스트*이다. 조직과 회사가 커지며 해당 과제(Task)별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다. 창업자가 모든 분야를 다 일 수는 없다. 빠르게 회사의 비전에 맞는 전략 방향에 맞는(Align)되는 사람들을 검증하여 영입하는 것이 창업가의 중요한 역할이다.


H.연결 지어 생각하면 위임도 매니지먼트의 역량이 아닐까?

K.사실 창업가는 회사의 명확한 비전을 갖고 인재를 영입하는 일만 잘해도 된다. 본인 역량의 부족함을 빠르게 깨닫고 비전 에반젤리스트로서 공감하는 인재를 찾고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대표이사의 역할도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부분을 깨닫는 것은 쉽지 않다. 창업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들로 자신의 경영을 비롯해 회사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 경영을 함에 있어 인사는 산업군을 떠나 공통의 고민과 숙제다. 사모펀드 매니저로서 만나는 이종산업, 또는 관련분야 전문가에 대한 인사이트 있는, 가끔 비밀스러운 대화들을 이 지면을 통해 종종 전달하겠다.




*스타트업 HR 전문가인 K는 현재 한국축산데이터(AIDKOREA)에서 People & Culture Lead로 인사, 채용, 조직문화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최성찬님이다. 이 지면을 빌어 감사 인사를 남긴다.


**에반젤리스트: 애플에서 시작된 단어로, ‘기술 전도사’ 라는 의미를 가진다. 자신들의 기술을 시장에 전파시키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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