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설립 배경과 투자전략을 통한 인사이트
2022년 1월 패션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투자유치 소식이 들려왔다. 권다미·정혜진 대표가 경영하는 패션 브랜드 '웰던(We11Done)'이 무신사에 투자해 한국에 잘 알려진 미국의 세계 최대 규모 벤처캐피탈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펀드)의 투자를 유치하였다. 약 60%대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하였고, 거래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의 눈길 끌었던 것은 1819년에 설립하여 자산관리, 주식 및 채권운용 등 전통금융업을 주로 영위해 온 스위스 금융그룹 미라보(Mirabaud)의 참여이다. 정확히 웰던(We11Done)에 투자한 주체는 미라보(Mirabaud) 가 두 번째로 설립한 사모펀드(PEF) ‘라이프스타일 임팩트& 이노베이션 (Mirabaud Lifestyle Impact & Innovation, 이하 MLII)’ 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라보(Mirabaud) MLII 펀드설립 배경과 투자전략을 통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Mirabaud 사모펀드는 전 프랑스 중소기업부 장관이자 LVMH 북미지역 회장을 4년간 역임했던 르노 뒤트렐(Renaud Dutreil) 이 이끌고 있다.
Source: www.mirabaud-am.com
첫 번째 펀드는 2018년에 €155millon (약 2,100억원) 규모로 런칭한 Living Heritage 펀드였고, 주로 문화적 자원이 풍부한 (Culturally-rich)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같은 국가의 가족경영기업이 운영하는 럭셔리 서비스 및 의류 기업에 투자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의 갤러리 라파예트 그룹과 함께 1827년 설립한 프랑스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모부쌩 (Mauboussin)에 투자를 했다.
두 번째 시리즈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젊은 브랜드를 보유한 미래의 파괴적 혁신기업에 (Tomorrow's disruptors)에 투자하는 €150million (약 2,060억원) 규모의 MLII 펀드를 조성하였다. 이들이 집중하는 투자 섹터는 [표1]과 같다.
이 펀드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글로벌 중산층의 성장이 현재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및 기업을 근본적으로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 신흥 중산층의 특징은 상호 간 ‘연결성’이 강하고, 조금 더 ‘민감’하며(Sensitive), 본인들만의 ‘고유한 소비성향’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결을 같이한다. 특히 기존 유통, 상품 및 귀금속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붕괴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투자 전략 또한 글로벌 중산층의 성장과 컨템포러리 브랜드 및 기업의 붕괴로 인해 창출되는 기회를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1호 펀드가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투자했다면, MLII 같은 경우 투자 대상 지역을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일부 미국으로 확장했다. 자본투입 뿐만 아니라, 가치제고 (Value-add) 활동을 더욱 강조하는데 투자포트폴리오 기업에는 마케팅, 관리, 유통 및 혁신 노하우가 제공된다.
명확한 투자 기준은 나와있지는 않지만 르노 뒤트렐의 fashionnetwork.com 인터뷰에 따르면, €10 ~ €50 million (약 140억원 ~ 690억원) 매출의 성장기업에 75% 비중으로 투자 (10개 회사, 각각 €15million투자), 나머지 25%는 €1 ~ €10million (약 14억원 ~ 140억원) 매출 수준의 초기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약 140억원의 매출은 한 국가의 단일 패션 브랜드로서 실현할 수 있는 상위수준의 매출로 판단한다.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해외진출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목을 끄는 점은 MLII 펀드의 투자심의위원이자 파트너로 샤넬 그룹의 제라드 베르트하이머(Gérard Paul Philippe Wertheimer)의 아들이자 5대 상속자인 데이비드 베르트하이머(David Wertheimer) 를 2019년에 영입한 것이다.
David Wertheimer, Source: Mirabaud group
"지속가능한 방식의 디지털 기술, 패션 및 고객경험이 치열해지는 이 시장에서 키플레이어 (Key Player)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매일 저에게 동기를 부여합니다. - David Wertheimer- “
COVID19이 한참이던 2020년 5월 1차 펀드 레이징 €50 million을 마감하였고, 회사당 평균 €5 million을 집행하였다. 이 당시 문서를 살펴보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할 수 있는 혁신가에게 투자한다는 관점을 투자자들과 공유하였고, 코로나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을 보면 코로나 위기에 대해 운용사로서 대응이 매우 빠른 편이었다고 판단한다.
대표적인 투자 건을 몇 개만 소개하자면, 첫 번째 투자는 2005년 설립한 독일 기반의 10-20대 Youth culture를 대표하는 디지털 미디어 커뮤니티 및 이커머스 플랫폼 Highsnobiety이다. 스트리트 웨어, 럭셔리 상품 및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사이트를 매거진 형태로 발행하며, 최근에는 인하우스 컬렉션도 런칭하였다.
몽클레어와 협업으로 유명해진 덴마크 전기자전거 제조사 MATE BIKE도 있다.
Source: MATE BIKE
데이비드 베르트하이머는 MATE를 '지금까지 가장 패셔너블한 E-Bike 브랜드' 라고 표현하였다. MATE MIKE는 미국의 유명 래퍼 Jay-Z 가 설립한 Marcy Venture Partners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 외에 동남아시아 브랜드를 대상으로 이커머스를 위한 프런트, 백엔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트남 스타트업 Interpid, 보드 스포츠를 모티브로 한 친환경 신발제조사 카리우마(CARIUMA)가 있다. 카리우마는 운동화 한 켤레 판매 시 창업자의 모국인 브라질 열대우림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이제 웰던(We11Done)도 MLII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고, MLII의 Value-add 프로그램 케어를 받게 되었다.
웰던(We11Done)의 성장에 세콰이어 캐피탈 차이나의 로컬 및 글로벌 네트워크가 함께 하겠지만, 웰던의 유럽지역 내 럭셔리 브랜드로서 포지셔닝 및 마케팅 활동에 MLII의 핵심운용인력인 데이비드 베르트하이머(David Wertheimer )의 역할 또한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그가 샤넬의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는 점을 감안 시, MLII에서 그의 투자활동을 잘 살펴보면 샤넬의 미래전략을 상상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
Mirabaud의 MLII 펀드는 앞으로 다룰 예정인 LVMH Luxury Ventures 와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일단 LVMH Luxury Ventures의 경우 100% 자기자본으로 운용 중이지만, MLII 펀드의 출자자는 유럽, 아시아, 남미 등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데이비드 베르트하이머(David Wertheimer) 라는 패션계의 아이콘을 외부에서 수혈하였다. 그리고 웰던(We11Done)의 투자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세콰이어 캐피탈 차이나의 안젤리카 청(Angelica Cheung)의 경우 보그차이나의 전 편집장이다. 이는 자본시장과 패션산업계의 인적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섣부른 콜라보네이션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펀드 내 투자의사결정의 독립성,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등 수준 높은 가버넌스가 전제되어야 한다.
MLII의 투자전략을 살펴보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딜로이트가 발표한 글로벌 명품시장 동향 중 일부를 살펴보자. (21년)
명품 산업의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 목표가 패션 테크 투자를 주도 (기술)
순환경제 수용: 바이오 소재로 명품을 혁신 (소재)
명품 산업의 새로운 개척지: NFT와 패션 게이밍 (시장)
알파 세대*: 수십 년 동안 사회와 시장을 좌우할 미래 소비자 (소비자)
*알파세대: 2010년부터 태어나 모든 구성원이 21세기에 태어난 첫 세대, 디지털화된 경제와 세계화된 시대를 살고 있음. 글로벌, 디지털, 소셜, 지속가능 등의 가치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욱 중요한 특성을 보일 것임.
이제 위의 트렌드가 패션 및 소비재 산업 투자의 메인스트림(Mainstream)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또 다른 웰던(We11Done)이, 또 다른 Mirabaud Lifestyle Impact & Innovation(MLII) 가 우리나라에서도 등장하길 기대한다. 나도 PE에 있으면서,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투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