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진 Sep 17. 2022

룰루레몬을 통해 살펴본 에슬레저 브랜드의 성공전략

진화하는 밸류체인·脫창업자 중심 조직·든든한 투자 동반자

나는 러닝을 즐긴다. 여행이나 출장 일정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달리기는 빼먹지 않는 편인데, 꼭 10km 가 한계점이었다. 거리를 늘리려 하면 무릎이 문제였다. 평소 러닝 수업을 통해 자세교정을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고, 룰루레몬과 인연도 이 때가 시작이었다. 2017년 7월 국내 3번째 룰루레몬 매장인 스타필드 하남의 엠베서더이자 아이언맨 공인 코치인 오영환 프로에게 달리기 자세 교정을 받았다. 룰루레몬 매장 안에서 운동 전 후 간단한 스트레칭 겸 요가 수업을 하고 야외에서 함께 러닝수업을 하였다.


이 때는 요즘과 같이 체험형 마케팅이 보편화 되기 전이라 그런지 이 수업이 기억에 많이 남았고, 수업내용을 현재까지 몸이 기억한다. 요가복 뿐만이 아니라 룰루레몬에 남성 러닝복이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오영환 프로와 함께 달려본 경험은 최고의 기억이다.


이번 글은 내가 경험하였고, 평소 생각하는 룰루레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보고자 한다.





룰루레몬은 요가계의 샤넬, 프리미엄 요가복 브랜드로 많이들 알고 있다. 하지만 룰루레몬 역사를 되돌아보면 몇 번의 위기가 있었고, 2020년 초 COVID-19 영향이 잠시 있었지만 애플과 같은 테크 기업에 견줄 만큼 투자자들에게 높은 투자수익률을 안겨준 기업이기도 하다.


[표1] 은 최근 5년 룰루레몬과 애플의 주가를 비교한 그래프다. 애플은 잘 알다시피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룰루레몬의 시가 총액은 칼럼을 작성하는 현재 기준 424.9억달러 (약 59조원)으로 애플 (2.5조 달러)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최근 5년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이는 답안지는 아니지만, 최근 5년의 시장의 평가지이다.


[표1] 최근 5년 룰루레몬 vs. 애플 주가 추이

Source: Yahoo finance


[표2] 룰루레몬 최근 10년 실적 추이


매출 또한 꾸준히 상승해왔고, 2021년도 매출은 62.5억달러 (약 8.7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였다.


다음은 룰루레몬의 강점 4가지를 선정해보았다. 국내 에슬레저 브랜드들과 생각을 나눠보고 싶은 부분들이다.


1) 여전히 진화 중인 밸류체인 – 유연하고 빠른 실험, 개선이 가능한 조직

내가 참여한 러닝 클래스, 요가 수업 등은 지역(Local) 매장이 주도를 한다. 러닝과 요가 외에 복싱, 스피닝, 트램폴린 등 국가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전 세계 약 4,000명 이상의 브랜드 엠베서더는 요가, 필라테스 강사와 같은 현지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엠베서더들은 룰루레몬 제품에 영감을 주고 개발 및 테스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룰루레몬 입장에서는 강력한 사용자 중심 데이터를 확보하는 셈이다. 엠베서더들이 현직 운동선수 또는 강사로 활동하는 이들이기에 제품에 대한 단순 평가보다는 기능 등 기술적 개선으로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도 획득하게 된다. 룰루레몬의 R&D 조직인 화이트스페이스는 지속적인 개선(Continuous improvement)에 초점을 맞춘 문화와 사고방식을 통해 빠른 시제품(Prototype) 제작-테스트를 진행한다.


룰루레몬은 ‘엔지니어드 센세이션 (Engineered Sensation, 사용자가 원하는 느낌)’ 이란 개념 하에 제품을 다섯가지 (Relaxed, Naked, Held-in, Hugged, Tight) 느낌으로 구성한다. 중요한 것은 이 ‘느낌’의 주체는 고객이라는 것이고, 고객의 ‘느낌’은 ‘감정’으로 연결된다. 이런 느낌은 기술을 통해 ‘소재’ 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요가복에 사용하는 Rulu™ 라는 소재는 위에 언급한 Engineered Sensation 중 Naked Sensation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듯한 느낌)을 표현한다.


[표3] 룰루레몬의 밸류체인 (Continuous improvement loop)



룰루레몬은 제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26개국에서 제품과 직물을 공급받는다. 우리나라 영원무역의 베트남, 엘살바도르, 베트남 공장에서도 룰루레몬의 제품이 생산되며, 최근 호전실업도 룰루레몬의 맨즈, 아우터를 올 해 하반기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룰루레몬 밸류체인의 특징은 ‘소통’, ‘기술’, ‘유통’ 이다. 지역 매장 중심의 커뮤니티, 엠베서더를 통한 제품 개발에 대한 영감, 테스트를 통해 기획에서 샘플제작까지 고객관점의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을 위한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그 기반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감각을 소재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이렇게 양산된 제품은 다시 지역으로 돌아가 매장과 엠베서더를 통한 마케팅을 통해 판매가 된다.


2) 탈 창업자 중심 조직으로 성장

룰루레몬의 브랜드 인지도는 지역 매장과 엠베서더를 중심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다. 앞서 설명한 밸류체인의 지속적인 개선 (Continuous improvement)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할수록 각 조직(R&D: 화이트스페이스, 소재: 로 머터리얼스, 고객접점: 에듀케이터 등)의 역량이 강화된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룰루레몬은 시간이 지날수록 탈 창업자 중심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고 판단한다.



[표4] 룰루레몬의 주가추이 및 주요 악재성 이벤트

Source: Yahoo finance, 언론보도 종합


룰루레몬에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표4]는 상장 이후 룰루레몬의 주가 추이와 주요 악재성 이벤트들을 정리한 자료이다. 룰루레몬은 2007년 7월 상장 이후 2008년부터 스타벅스 출신 전문경영인 크리스틴 데이 (Christine Day)를 새로운 CEO 로 영입한다. 금융위기를 통해 미국 내 경험 및 가치소비 트렌드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룰루레몬도 성장하게 된다. 그러다 2013년 3월 Luon 소재 요가팬츠의 속 비침 불만들이 품질관리 문제까지 이어져 대규모 리콜 사태로까지 번져나갔다. 손실은 시장가치로 약 20억달러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크리스틴 데이가 사임하고, TOMS를 이끌던 로랑 포트뱅 (Laurent Potdevin) 이 CEO로 취임한다. 같은 해 11월 창업자 칩 윌슨은 한 방송에서 일부 여성들의 체형이 룰루레몬 요가팬츠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just actually don’t work”)는 발언을 함으로서 큰 파장이 일었고, 결국 보유지분의 약 50%를 매각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리고 2018년 로랑 포드뱅의 리더쉽 부족, 사내 행동기준 미충족 이슈로 급히 사임을 한다. 하지만 해당 이슈들이 룰루레몬의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오히려 남성복 시장 및 해외진출 효과로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어갔고 주식시장도 이에 화답하였다.


3)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한 확장 (세가지 성장전략의 힘)

2019년 4월 발표한 룰루레몬의 세가지 성장전략의 힘(Power of Three Growth Strategy)은 다음과 같다.


1) 제품혁신 (Product Innovation) – 2023년까지 남성복 매출규모 두배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 기존제품 및 신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

2) 고객 경험확산 (Omni guest experience) -- 2023년까지 디지털 매출을 두배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온∙오프라인 판매채널, 이벤트 등) 통합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하는데 집중할 것임.

3) 시장확장(Market expansion) --2023년까지 해외 매출을 4배로 늘릴 계획임. (필자: 룰루레몬의 미국시장 의존도는 약 8-90% 임) 중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유럽∙아프리카로 확장할 것임.

Source: 회사 홈페이지, 문맥 상 의역이 들어 감


룰루레몬 같은 전방산업 (브랜드)의 성장전략은 P (가격, Price) 나, Q (판매수량, Quantity)를 늘리는 것이다. 판매가격 인상의 경우 럭셔리 브랜드 외에는 실행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대부분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제한하는데, 나는 판매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곧 브랜드 인지도를 측정하는 척도 중 하나라 생각한다. 룰루레몬의 세가지 성장전략의 힘은 안정적인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바탕으로 품목확장(룰루레몬의 경우 남성복 시장 진출), 시장 확장(해외진출)을 통해 판매수량을 늘려가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겠다. 성장을 위한 도구로서 P 와 Q는 대체제가 아닌, 독립변수에 가깝다.


4) 동반자 성격의 투자 파트너

1998년 설립한 룰루레몬은 사업 확장을 위해 2005년 12월 애드번트 인터내셔널 (Advent International, 이하 애드번트PE) 이란 사모펀드(PEF)를 통해 성장자금 (Growth capital)을 유치한다. 당시 거래의 기업가치는 2.25억달러였다. 애드번트PE는 투자 후 전 리복 CEO이자 애드번트PE의 운영파트너인 Robert Meers를 CEO로 임명하여 그의 스포츠의류 기업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내 확장전략을 펼친다. 2007년 룰루레몬은 상장에 성공하였고, 애드번트PE는 2009년까지 투자원금의 약 8배를 회수한다.


애드번트PE는 2014년 또 다시 등장한다. 2013년 회사가 대규로 리콜사태로 곤욕을 치를 때 창업자 윌슨의 지분 27% 중 절반을 8.45억달러에 매입을 하였다. 애드번트PE는 2명의 이사를 파견하였고 창업자와 2년 동안 위임장 대결(Proxy fighting)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며 경영 안정화에 일조한다. 추가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타사 전문가를 고용하는데 동의했다. 애드번트PE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 이후 5년동안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5배인 300억 달러 이상으로 상승하였다.


투자 후 룰루레몬의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여 결과적으로 좋았지만, 최초 투자 당시 초기 기업이었던 룰루레몬의 상황과, 2014년 어려웠던 회사 사정을 감안 시 룰루레몬 투자는 애드번트PE로서도 상당히 용기 있는 베팅이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회사 성장의 속도와 타이밍이라는 관점에서 이처럼 오랜 기간 함께할 수 있는 투자 파트너사는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룰루레몬의 북미를 제외한 해외 매출비중은 약 17% 수준으로 해외시장 침투율이 낮은 편이다. 그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반대로 이번 글에서 언급한 성장전략은 미국 외 시장에서 검증과 개선이 이뤄져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들은 투자자들 또는 파트너사들에게서 끊임없이 룰루레몬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성장할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룰루레몬을 면밀히 파악하고 앞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속가능한 에슬레저 브랜드가 탄생하기를, 그리고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금융 파트너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제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