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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l 26. 2022

지속가능성의 도구로서 브랜드를 바라본다면

인터뷰 컬렉션 출판사 더퍼슨스 이시용 대표와 대화

더퍼슨스 이시용 대표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이며 금융전문가 네트워크인 CFA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사이다. 그런 그가 브랜드 디렉터를 인터뷰한 책을 출판하였다. 29CM창업자 이창우 대표, 스타일쉐어, 29CM출신의 라운즈 전우성 이사에서 OiOi를 운영하는 파인드폼 정예슬 대표까지 총 9인의 브랜드 디렉터를 인터뷰하였다. ‘브랜드 디렉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브랜드의 정체성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을 합니다.’라는 서문과 함께.


인터뷰 당시 벤처캐피탈리스트 관점으로 인터뷰하지 않았을테고, 나와 대화를 통해 인터뷰를 복기하면서 투자자 또는 재무전문가 관점에서의 인사이트를 도출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렇게 어색하게 마주앉은 두 남자의 대화 중 일부를 발췌하여 공유한다. 우리의 대화가, 그리고 이번 기록이 여러분의 기업 경영에, 브랜드 운영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시용 더퍼슨스 대표


H: 왜 브랜드 디렉터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는가?


L: 사회에서 직업은 삶의 큰 부분임에 틀림없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해 그들의 직업 뒤에 숨는다.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산업의 최선단에서 이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브랜드 디렉터라고 생각했다.


H: 이시용 대표는 CFA자격을 보유한 금융전문가이기도 하다. ‘가격의 하방경직성 → 매출의 예측가능성 → 낮은 할인율 → 높은 기업가치’, 즉 매출이 작더라도 기업가치가 높은 브랜드 운영기업에 대한 재무적 관점의 설명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를 재무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L: 기업가치평가 방식에는 레고블록처럼 기업의 영업자산을 합쳐서 EV(Enterprise Value)를 구하는 절대가치 방식이 있고, 상대가치로 구하는 방식이 있다. 브랜드 운영기업, 특히 초기기업의 경우 유형자산이 없다 보니 무형자산의 가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상대가치로 EV를 구하고 유형자산을 차감하여 무형자산의 가치를 추정해볼 수 있는데, 이는 주로 상장사들에게나 적용 가능하다. 결국 결론은 정답은 없다.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작동 가능한 지점은 니치한 시장에서 독과점 상태일 때 같다.


H: 초기기업의 경우 기업가치 평가방식 자체에 너무 큰 에너지를 쏟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보다 기업이 영업대상 시장을 어떻게 세분화하느냐, 즉 내가 일차적으로 바라보는 시장에 대한 정의가 중요하다. 누가 우리의 고객인지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L: 그렇게 정의한 시장은 측정 가능해야 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목표로 하는 틈새시장에 대한 시장 규모를 판단하고, 희망 점유율을 토대로 미래가치를 측정하고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의 기업가치를 추정해볼 수 있겠다.


H: 사모펀드에서 투자 검토 시 전체 실적이 마이너스인 회사 내 여러 사업 중, 수익성 있는 사업을 판단하는 방식이 있다. 사업부 별 매출총이익에서 판매관리비를 실제 투입 기준으로 차감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건비, 경비가 포함된 공통비를 내부 기준을 세워 실제 해당 사업에 들어가는 자원만큼 차감한다(보통 공통비를 사업부별로 균등 분할하여 차감한다). 이렇게 되면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한 사업과 손실 중이라 생각 사업의 지위가 뒤바뀌기도 한다. 스타트업은 특성 상 회사 전체 손익은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은데, 작더라도 수익이 나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설명할 수 있는 논리, 비용배분체계를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싶다.


L: 처음 VC 커리어를 시작한 것이 2013년이다.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했던 시기인데 당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라도 트래픽을 끌어오면 투자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작더라도 이익이 나는 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보인다.


소비자가 접하는 것은 상품, 서비스이다. 때로는 실제로는 마진이 남지 않은 상품, 서비스임에도 공급을 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인데, 스타트업 대표들이 경영을 알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연결선상 에서 29CM 창업자 이창우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공유하고 싶은데, 그는 ‘지속성은 브랜드 또는 브랜드 디렉터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닌 사업성이 결정한다’ 라고 했다. 브랜드 창업자가 경영을 알아야하는 이유, 그리고 재무를 알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투자의 관점으로 브랜드를 봐야할 시기가 있고, 때에 따라서는 당장의 수익창출이 필요한 시점도 있다.


브랜드 디렉터 고민하는 우선순위, 브랜드와 기업을 흔히 동일시하는데 브랜드는 하나의 도구나 툴, 하나의 Thing이고 궁극적 목표는 기업의 수익성을 위한 것이다. 동일시하는 순간 딜레마에 빠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9CM 창업자 이창우 닷슬래시대시 대표


H. 맞다. 브랜드분야 3대 석학 중 한 명인 장 노엘 캐퍼러 교수는 브랜드 가치(Brand Value)는 브랜드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고, 브랜드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수익성을 창출하는 측면에서 관리된다고 했다. 그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초기 브랜드 창업자가 부족할 수 있는 경영 노하우를 채우기 위해 공부를 따로 하거나 멘토를 둬야한다고 생각한다.


L: 파인드폼 정예슬 대표 같은 경우도 패션업계 크리에이트 디렉터, 브랜드 디렉터의 장점은 자신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나, 아쉬운 점은 경영에 대한 노하우라고 했다.


H: 패션 브랜드에 대한 투자도, 지원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나 재무, 경영에 대한 정보비대칭이 타 업종에서 심했을 것 같다. 이런 교육, 포럼 등 교류의 장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L: 파인드폼 정예슬 대표 같은 경우, 회사 규모를 키울 때 역할분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3년차까지 대표 개인이 성장을 주도할 수 있지만 3년차 이후 성장을 위해서는 가버넌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조언자,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경영자의 태생적 위치상 누군가에게 배운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최소한 이들끼리 교류는 필요하다고 하였다.


H: 브랜드 디렉터는 가버넌스 적으로 의사결정자여야 하거나, 최고경영진의 최측근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이게 HR에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브랜드는 기업의 장기비전이 아닐까 싶다.


L: 대신증권의 김봉찬 디렉터의 인터뷰 내용이 생각난다. 대신증권에서 브랜드 전략 실장 제의가 왔었을 때, 브랜드 전략실과 경영진과의 관계가 무조건 상명하복식이나 반대로 전략실이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이끌어가는 관계를 피하고자, 브랜드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조직개편에 여러 조건을 달았다고 한다. 조직개편의 목적은 경영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함이었고, 브랜딩은 결과가 없는 끊임없는 과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그런 회사가 드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정도 업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창업자, 창업자의 2,3세가 경영을 한다. 그들의 방향과 일치하는, 마이크로매니지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이런 문화를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결국 기업 또는 조직의 구성원인 사람이 일을 진행하는데 각 팀원들이 해당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요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H: 조직문화라고 생각한다. 이건 인사정책과도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분인데, 조직문화 (의사결정 방식, 일하는 방식, 의사소통 방식 등)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일관된 의사결정과 행동을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L: 일종의 멋을 브랜딩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브랜드란 용어도 남발되고 있다. 브랜드 이면의 철학, 그리고 수익모델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번 글에 우리 대화를 전부 담지는 못했다. 그리고 편집의 과정에서 논의의 한계가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칼럼의 끝은 열려 있다. ‘어우르다’. 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판이 크게 되게 하다(표준국어대사전)라는 의미다. 이 공간이 앞으로도 내가 가진 사모펀드 관점의 소비재산업,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여러분이 계신 산업현장의 노하우, 목소리를 함께 어우르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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