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첫걸음, 자연스러운 흐름
새로운 러닝을 시작할 때면 몸이 무겁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있다. 내게는 원효대교 초입이 바로 그런 구간이다. 원효대교로 올라가는 오르막을 지나면 다리 건너편으로 청파로가 쭉 뻗어있고, 그 너머로 남산타워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리 중간쯤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한강철교를 건너는 전철과 함께 노들섬, 노량진의 풍경이 레이어를 이루며 펼쳐진다. 그때쯤이면 신기하게도 처음의 귀찮음이 사라지고 숨이 절로 고르게 된다. 다시 앞을 보고 무심히 뛰다 보면 다리 끝에 다다르고, 원효대교 북단 교차로 아래로 내려가 만초천을 건너 마포대교를 향해 달린다.
내게는 이렇게 '귀찮음이 사라지고 숨이 고른' 구간이 약 1km 정도다. 첫 1km가 지나면 마치 내가 뛰는 게 아니라 다리가 스스로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24년의 시작이 그랬다.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의 달력은 한 기업의 투자검토를 위한 일정들로 가득했다. 이 분야에 먼저 투자한 선배들과의 만남, 동종업계 대표님들과의 대화, 산업전문가들과의 미팅, 누군가의 소개로 이어진 수많은 만남들이 이어졌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의 막막함은 이런 무식한과정을 통해서만 해소되는 것 같다. 언젠가는 노하우가 생기겠지만, 아직도 행동을 먼저 두고 나아가려는 내 성향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신호이거나, 어쩌면 이것이 맞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2024년 한 해의 맥락을 돌아보니, 지금 나는 또 다른 기업에 대한 검토로 연말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내 펀드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법인 설립, 사업자 등록, 도메인 등록, 계좌 개설, 사무실 물색까지 이 모든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마치 원효대교의 1km 구간을 지난 것처럼, 이제는 내 의지보다는 어떤 관성에 의해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나는 이 과정에서 감사함과 믿음만 잃지 않으면 될 것 같다.
*인상주의란 새로운 예술운동의 정착기에 그려진 이 그림에서, 여인의 모습을 통해 두려움을 넘어선 어떤 자연스러운 흐름이 느껴지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