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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EU Weekly

입사는 계약이 아니라 확신이다

명확한 조건, 따뜻한 환영, 준비된 일정

by 정진



A사와 프로젝트를 진행과정 중 하나로 재무보고체계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있었다. 나는 이 역할에 적합한 인재를 수소문해 직접 추천했고, 경영진들과 함께 면접을 진행했다. 평가가 좋았고, 대표와 후보자가 2차 면담까지 마친 뒤 최종 조건 협의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나는 이 정도면 충분히 마무리된 일이라 생각했고, 안심한 채 다른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7월 1일 입사 예정자입니다. 기존 회사에는 퇴사 통보까지 드렸습니다."


그 한 통의 문자로 우리는 확신했고, 입사 준비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A사의 대표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커리어를 시작한 그녀에게 제안된 연봉이, 현재 함께 일할 팀원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연차와 급여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약간의 부담을 느꼈다고 전했다.


처음엔 이 부분이 큰 변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 인사팀은 그녀가 입사 결정을 철회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초지종을 확인해보니, 면접과정에서 A사 대표의 불명확함이 그대로 전달되었던 것이다. 입사일은 명확히 정해졌지만 연봉과 직급은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였던 것. 더 정확히 말하면, A사 대표는 의사 전달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후보자의 입장에선 그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었다. “입사 후 논의하자”는 말이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 작은 불확실성이 결국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의 씨앗이 되었다.


나는 직접 나서서 연봉과 직급을 명확히 정리했고, 하루의 고민 시간을 더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입사를 철회했다. 이미 전 직장에는 퇴사 통보를 한 상태였고, 함께 일할 팀원들도 그녀의 합류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결과였다.


그녀가 내린 결정은 단순했다.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진짜 문제는 불확실성 자체가 아니라 A사의 불명확한 확신에 있었던 것 같다.


이 일을 겪고 주말 내내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이 과정에서 더 잘할 수 있었던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경험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특히 인재 확보와 조직 안정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PE 포트폴리오 기업에 매우 현실적이고, 동시에 깊은 인사이트를 주는 사례였다.




입사를 확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채용을 마무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후보자와 조직 사이에 시작되는 하나의 감정적 계약이다. 서류상 계약 이전에 이미, 조직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수많은 비언어적 신호들이 오간다. 특히 실무 경험이 3~5년차 정도 된 경력자들에게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는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입사 조건이 명확하지 않거나, 누군가가 나를 확정된 멤버로 대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그 느낌은 불안으로 변한다.


조직은 조건을 나중에 조율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후보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많은 질문이 맴돈다. “이 회사가 날 정말 원하긴 하는 걸까?” “내 연봉은 협상 대상일까, 무시의 표현일까?” 입사 전에 제공되는 서면이든 비서면이든 모든 정보는 그 사람에게 있어 하나의 존중의 표현으로 읽힌다.


사람은 결정을 내려도, 그 결정에 확신을 가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입사 확정 이후의 7일을 정서적 온보딩 기간이라 부른다. 이 기간 동안 조직은 계속해서 한 가지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고 있고,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 간단한 메시지, 첫 주 일정의 공유, 노트북이나 계정 발급과 같은 물리적 준비, 그리고 무엇보다 대표나 리더가 직접 말을 건네는 환영의 한마디. 이 모든 것들은 숫자로 보이진 않지만, 신뢰를 형성하는 자산이다.


입사라는 것은 물리적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진짜 팀이 되는 건, 정서적 확정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다. 그리고 그 확정은 입사일보다 며칠 앞서, 혹은 입사 직후 몇 주 안에 결정된다. 그렇기에 입사 확정 프로세스는 결코 HR의 일만이 아니다. 그것은 조직의 전략이고, 투자사의 리스크 관리이며, 대표의 리더십이 투영되는 장면이다.


우리의 포트폴리오 기업은 모두 성장의 초입에 있다. 제도화된 채용 프로세스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리소스를 아끼기 위해 빠른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입사 확정 과정에서의 작은 혼선은 나비효과를 낳는다. 실무자의 부재로 인해 월말 마감이 지연되고, FDD 준비가 부족해지며, 결국 투자 시점이 늦춰진다.


내가 이 번에 배운 점은 명확하다. 입사 확정은 곧 조직의 신뢰를 입증하는 의식이다. 대표가 보내는 첫 메시지, HR이 전달하는 문서 하나, 입사 첫 주의 점심 한 끼.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한 명의 인재를 조직에 붙잡아두는 힘이 된다.


editorial-1143476209-two-men-on-computer-2880x1620.jpeg 출처: mercer


우리는 급하니 더 이상 일단 와서 보자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불안정한 조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조건이 미정인 조직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반대로, 입사 전에 주는 명확한 설명과 환영의 제스처는 이 조직은 준비되어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 된다.


이제 우리는 인사를 실무가 아닌 전략으로 다뤄야 한다. 입사를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입사 이후가 기대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시작은 언제나 단순한 것에서부터다. ‘명확한 조건, 따뜻한 환영, 준비된 일정.’ 이 세 가지가 갖춰졌을 때, 진짜 우리 조직의 사람이 태어난다. 결국, 이것은 A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모든 조직의 이야기다. 다음 YEU의 멤버도, 같은 마음으로 맞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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