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어떻게 감성을 확장하는가

브랜드 감성의 기술화, 그리고 PE의 투자 기준

by 정진

기술이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소비재 브랜드에 투자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질문이다. 브랜드 충성도, 재구매율 등 모든 핵심 지표의 이면에는 고객의 감정이 있다. 그리고 지금, AI는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을 만큼 진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투자 판단의 기준을 바꾸는 감성의 기술화 아닐까?


최근 이 생각에 더욱 논리를 더해준 두 편의 보고서가 있었다. 하나는 BCG의 럭셔리 산업 관련 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맥킨지의 소비자 행동 변화에 대한 전망이다. 서로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두 보고서는 공통적으로 기술이 감성에 도달하는 방식, 그리고 그 변화가 기업 전략과 투자 관점에 어떤 전환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Why the Luxury Experience Needs an AI Moment"

Screenshot 2025-06-21 110308.png 출처: BCG

BCG는 럭셔리 산업의 고객 경험 혁신을 주제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금이야말로 AI와 생성형 AI(GenAI)가 럭셔리 브랜드의 미래를 재정의할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럭셔리 브랜드는 소수의 VVIC(Very Very Important Client)를 대상으로 '화이트글러브' 서비스라 불리는 초개인화된 정성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디지털 경험에 익숙한 신세대 소비자가 등장하고, 56%의 고객이 기존 럭셔리 쇼핑 경험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변화의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내가 바라보는 이 보고서의 핵심은 AI가 인간의 감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폭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는 고객의 기념일, 과거 구매 이력, 선호 브랜드 등을 기억하고 고객 응대자에게 실시간으로 제안함으로써, 실제보다 더 세심하고 따뜻한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 또한 GenAI는 자연어 기반의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고급스러운 맞춤형 컨시어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BCG는 특히 이 기술이 단순한 효율 개선 수단이 아니라, VVIC에게만 제공되던 화이트글러브 서비스를 VIC(Very Important Client) 또는 그 이하 고객층까지 확장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적 분기점이라 진단한다. 고객 경험을 스케일링하면서도 인간적 감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는 럭셔리 브랜드에게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State of the Consumer 2025: When Disruption Becomes Permanent"

Screenshot 2025-06-21 110153.png 출처: McKinsey

McKinsey의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소비자 행동이 일시적인 적응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로 고착화되었다는 통찰에서 출발한다. 2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소비자는 디지털 중심으로 움직이고, 즉각적 보상을 추구하며, 감성적 연결에 민감하고, 동시에 불확실성 속에서도 소비를 지속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 보고서에서 언급한 소비자의 다섯 가지 주요 행동 변화다.


더 혼자 있고, 그러나 더 온라인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소비자는 주당 3시간 이상의 여가시간이 늘어났지만, 그 90%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다. 이들은 디지털 쇼핑과 배달을 기본 옵션으로 간주한다.


디지털은 자주 사용하지만 신뢰는 인간에게: 브랜드 추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요소는 친구와 가족이며, 소셜미디어는 오히려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채널로 나타났다.


역시나 Gen Z의 부상: 이들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소비력과 자산을 축적 중이며, 동시에 재무적 불안감 속에서도 '스플러지(과시성 소비)'와 '편의성 프리미엄'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로컬 브랜드에 대한 선호: 이건 좀 신선한 조사결과인데, 전 세계 소비자의 47%가 '국내 기업' 여부를 구매 결정의 중요 요소로 본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가치의 재정의: 같은 소비자도 일부 카테고리에서는 극도로 아끼고, 다른 카테고리에서는 과감히 소비한다. 이는 소비자의 불확실성 하에서의 생존 전략이자 자아 표현이기도 하다.


McKinsey는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AI 기반 고객 인사이트, 가격전략 고도화(RGM), 포트폴리오 리포지셔닝, 기술 내재화 등을 제시하며, 이 네 축이 결국 소비재 기업의 성장 역량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무래도 요즘 소비재 기업 딜에 대한 노출도가 많다보니, 이 두 보고서의 메시지가 더명확히 느껴진다.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우선 이렇게 정리해보자.


소비자는 더 복잡해졌고, 그들의 감성은 더 정교해졌으며, 브랜드는 그 요구에 맞추어 기술로 감성을 확장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03_loro_piana_master_of_fibers_assouline_book_sergio_pier_luigi_loro_piana_yatzer-1400x933.jpg Sergio and Pier Luigi Loro Piana, 출처: Loro Piana


PE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단순히 테크 인프라를 갖춘 회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AI를 고객경험 전략과 경영 의사결정 구조에 내재화할 수 있는 조직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선별하고 밸류업 방향을 설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브랜드가 국내 고객의 감성과 구매 여정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면서도 개별화된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한다면, 이는 단순 매출 증가를 넘어 브랜드 충성도와 마진 구조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Gen Z의 '편의성 프리미엄', '경험 소비', '스플러지 소비' 특성을 파악한 브랜드는 그 소비자의 지불의지를 끌어올릴 수 있으며, 로컬 정체성을 강화한 브랜딩은 글로벌 시장 대비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AI는 PE에게 있어 새로운 투자 기준이자 밸류업 도구이며, 소비자 변화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배경이다. 투자자로서 이제는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다는 전제를 인정하고, 그것을 상수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과 기술, 그리고 태도를 갖춘 기업을 만나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브랜드는 준비됐다, 이제는 산업이 설계돼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