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을 지키는 집중력
이번 주 협상 테이블은 이전과는 또 다른 무게감을 가졌다. 이미 매각가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앞선 글에서 계속 언급한 내용이지만 인력 승계 문제, 잔존법인의 인수 구조, 남겨질 자산의 처분 방식. 숫자라는 단일한 축 위에서 모든 것이 정리될 것 같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협상의 무게는 그 뒤에 이어지는 디테일에 달려 있었다. 추석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시간을 질질 끌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단판을 준비했고, 양측의 최고 의사결정자가 한자리에 마주 앉았다.
인력 승계는 서로의 입장 차가 명확히 존재했고, 잔존법인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남겨질 자산의 처리 방식은 또 다른 난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느꼈다. 간극은 존재하지만, 그 간극 속에서 우리가 설득할 수 있는 구간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이 상황을 겪으며 나는 문득 이번주 PT 수업에서 있었던 경험을 떠올렸다. 이날은 화끈한 레그데이였다. 평소 스쿼트 본운동으로 140kg 5×5 세트를 소화하던 나는, 트레이너와 함께 150kg 5회를 시도하기로 했다. 단순히 무게가 올라가는 것 이상의 도전이었다. 무게가 올라가면 척추의 정렬, 골반의 위치, 발의 접지 같은 작은 변수 하나하나의 민감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조금만 어긋나도 그대로 무너진다. 그래서 반복을 통해 셋업을 본능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 과정을 일종의 명상처럼 느끼기도 한다. 숨을 고르고, 집중을 극대화하며, 내 몸의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트레이너의 말이 아직도 많이 남는다.
“이 무게를 뚫으려면 디테일이 정말 중요해요. 셋업이 제일 중요하고요. 그리고 무게 안에서 내 몸의 상태를 점검해가면서 앉아야 해요. 잘 앉았다면 일어서는 건 알아서 돼요. 셋업이 제일 중요하지만, 앉는 과정에서 뭔가 어긋나도 내가 그 부분을 잘 느낀다면 복구도 가능해요, 그만큼 집중을 하고 있었다면요.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보다 높은 구간을 극복하려면, 우선 그 무게 안에서 올바른 자세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이에요.”
이 말은 단순히 운동의 기술적 조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이번주 회의실에서 오간 말들을 곱씹다 보면, 협상은 스쿼트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게는 숫자일 뿐, 중요한 건 그 무게 안에서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이다. 잘 셋업하고 집중을 유지하면 버틸 수 있고, 어긋남을 감지하면 복구도 가능하다. 문제는 오히려 집중이 끊어졌을 때 찾아온다. 협상 테이블 역시 마찬가지다. 잠시 방심하거나, 작은 디테일을 허투루 넘기면 전체가 흔들린다. 숫자는 협상의 시작점일 뿐, 그 숫자를 현실로 만드는 건 결국 태도와 집중이다.
이번 주 협상도 피로했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논의, 끊임없는 검토,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주는 긴장감. 그러나 그 피로 속에서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협상도 운동도 결국 꾸준함과 집중이 답이라는 것이다. 목표보다 조금 더 무거운 무게를 마주할 때, 그 무게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확신, 그리고 그 구간을 붙잡기 위해 끝까지 집중을 놓지 않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지금 이 프로젝트를 완주하게 해줄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