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 굽타의 논지,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2026년, AI 에이전트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기대와는 조금 다르다. 수많은 기업이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에이전트를 구축했다고 선언했다. 아직 우리의 경험이 부족한 것일 수 있지만 실제로 비즈니스 현장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 복잡한 과업을 완벽히 수행해내는 사례를 보지는 못했다.
실리콘밸리의 프로덕트 리더이자 그로스 전문가인 아카시 굽타(Aakash Gupta)는 최근 자신의 글을 통해 이 현상을 정확히 짚았다. 그는 2025년이 단순히 에이전트라는 존재의 가능성을 확인한 해였다면, 2026년은 그 에이전트를 어떻게 제어하고 운영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하네스(Harness)의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굽타가 정의하는 에이전트 하네스란 인공지능 모델을 감싸고 있는 일종의 제어 프레임워크다. 우리는 흔히 모델의 지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지만, 우리가 접하는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모델은 엔진에 불과하다. 아무리 강력한 엔진을 가졌더라도 조향 장치와 브레이크, 그리고 도로의 법규를 이해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그 차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굽타는 현재 AI 업계가 모델 자체를 최적화하는 데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하네스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모델 성능(Claude, GPT, Gemini 등)은 상향 평준화되어 범용재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가질 수 있는 진짜 해자는 그 모델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구동시키는 하네스의 품질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우리도 상당히 동의한다.
굽타는 에이전트 하네스가 갖추어야 할 구체적인 구성 요소들을 상세히 설명하며 그 중요성을 역설한다. 가장 먼저 강조되는 것은 인간 개입의 기술이다. 에이전트가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게 두는 것이 아니라, 결제나 데이터 삭제처럼 리스크가 큰 지점에서 적절히 멈춰 서서 인간 전문가의 승인을 받도록 설계하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에이전트가 접근할 수 있는 파일 시스템과 권한을 엄격히 제한하고 관리하는 기능 역시 하네스의 핵심이다. 도구 오케스트레이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에이전트에게 너무 많은 도구를 쥐여주면 오히려 판단력이 흐려지고 환각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굽타는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도구만을 정교하게 연결하는 뺄셈의 미학이 하네스 설계의 핵심 중 하나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하네스의 발전이 모델의 발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굽타는 마누스(Manus)나 랭체인(LangChain) 같은 선두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이를 증명한다. 마누스는 6개월 동안 모델은 그대로 둔 채 하네스 아키텍처만 다섯 번을 새로 썼다.
랭체인 역시 딥 리서치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일 년간 네 번의 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모델을 튜닝하는 것보다 인간의 업무 로직을 에이전트가 수행 가능한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그 기업과 팀이 보유한 핵심 자산임을 시사한다. 즉, 하네스는 기업이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고 실패하며 얻은 데이터로만 구축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이다.
굽타가 제시하는 하네스 설계의 세 가지 원칙은 매우 실무적이다. 첫째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모델이 스스로 수정할 수 없는 임계점에서만 시스템이 개입해야 한다. 둘째는 단계적 권한 공개로, 처음부터 모든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과업의 진행 정도에 따라 최소한의 권한만을 부여하는 보안 원칙이다. 마지막은 빠른 실패와 복구다. 에이전트가 무한 루프에 빠지거나 침묵 속에서 실패하게 두지 않고, 오류를 즉각 감지해 재시도하거나 인간에게 업무를 넘기는 복구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결국 2026년의 승자는 가장 똑똑한 모델을 쓰는 자가 아니라, 에이전트의 실패를 가장 빠르게 자산화하여 견고한 하네스를 구축한 자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번주는 굽타의 글을 읽으며 우리 팀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봤다. 우리가 현재 추진 중인 AI IB 프로젝트와 워크플로우 고도화는 결국 우리만의 독보적인 하네스를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겪은 금융이라는 도메인은 그 어떤 분야보다 정교한 인과관계 추론과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요구한다.
단순히 최신 모델을 도입해 재무제표를 읽히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직관과 분석 로직을 에이전트가 따를 수 있는 추론 가드레일로 치환하는 작업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조금 오글거리게 쓰긴 했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이 결국 금융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세지로 해석한다.
와이유파트너스의 제3의 멤버로 정의한 AI 에이전트가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의사결정 방식과 데이터 해석의 기준이 하네스라는 시스템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정형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부터, 비정형 데이터에서 원인을 찾아 숫자와 연결하는 과정은 모델만으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가 실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겪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우리의 보정 작업들이 하네스에 축적될 때 완성된다.
앞으로 와이유파트너스의 워킹그룹은 이러한 하네스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전문가 개개인이 단순 반복적인 데이터 정리에 시간을 쏟는 것이 아니라, AI 하네스가 걸러내고 정제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종적인 전략적 판단에 집중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에이전트가 내놓는 결과물이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일치하지 않을 때, 그 간극을 메우는 과정 자체를 우리는 하나의 자산이라 보고 이를 하네스의 고도화 동력으로 삼을 것이다.
변화는 우리 안에서 시작됐다. 나는 와이유파트너스가 말만 하는 곳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 정교하고, 안전한 하네스를 구축하는 것. 그게 우리가 현재 집중하는 방향이다.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는 스위스 출신의 화가로, 바우하우스에서 교편을 잡으며 기계와 생명,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탐구했다. 《Twittering Machine》(1922)은 손으로 돌리는 크랭크에 연결된 기계 위에 네 마리의 새가 앉아 지저귀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기계는 새를 통제하는 듯 보이지만, 새 없이는 소리를 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