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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Feb 03. 2023

사모펀드 매니저의 투자섹터 발굴방식

내가 생각하는 최적의 사업모델을 상상해보기

"요즘 어떤 섹터를 주로 보세요?" 


업계 동료를 만나든, 기업의 사업전략팀을 만나든 거의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이다. 나도 뚝딱 영감을 얻어 여기가 미래다! 라는 확신을 얻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수많은 스터디와 전문가 미팅 과정을 거쳐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다.  


위 질문에 대한 요즘 대답은,  


"저는 수년 째 농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다. 


그 이유를 잘 따라가다 보면 사모펀드가 어떻게 투자 섹터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지, 어떻게 일하는지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활동하는 PE는 스타트업 보다는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인수, 성장자금 투자를 주로 한다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1) 환경요인(Macro) 분석


전제 1) 기후변화 + 기술발전 = ESG 

기후변화라는 외부 변수의 심각성은 이제 일반적인 정보가 되었고,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https://www.nytimes.com/2021/04/08/technology/taiwan-drought-tsmc-semiconductors.html

21년 4월 뉴욕타임즈의 충격적인 기사다. 대만정부는 가뭄으로 인해 TSMC 인근 농가의 물 공급을 중단시켰다. 정부의 선택은 반도체. 손실에 대한 보상이야 했지만 대만은 일단 물 부족 국가가 아니었다. 대만 주민들이 사용하는 물은 대부분 여름 태풍에 의해 퇴적이 되는데, 1964년 이래 장마철에 태풍이 상륙하지 않은 것이다. 자원 불균형이란 키워드가 떠올랐다. 식량문제에 대한 이슈가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 


전제 2) ESG의 주도 주체는 금융시장

자본조달의 난이도 조절을 통해 자연스러운 ESG 중심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즉, 투자를 받지 못하는 섹터가 생길 것이다.


미 연준에도 기후변화 전담 조직 신설 되었다. 금융기관이 ESG 중심 산업구조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고, 농업분야에도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2) 본격적인 시장조사 및 그룹화

동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1000% 이용하여 전국에 있는 투자가 가능한 농업 관련 기업들 (식품 유통 대기업 제외)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노지재배 농가에서 스마트파밍 스타트업, 유통 스타트업 등 20개 이상 기업을 만났다. 그 동안 만났던 기업을 사업 특성에 따라 3가지로 그룹화 시켰다.



일단 스마트팜을 콘텐츠화 하여 부가사업을 운영하거나 계획 중인 곳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렇게 농업 기술 특화기업, 노지재배 방식을 기반으로 기술을 보완재로 사용하는 유통기업으로 대상을 추렸다.



3) 밸류체인 그려보기 및 밸류체인 내 집중할 섹터 선택



농업의 밸류체인을 크게 '기획-재배-유통'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종자 개발에서 안정적인 유통망을 가졌거나 만들어갈 수 있는 기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일단 작더라도 운영 우월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이 우리의 자본과 만났을 때 규모의 경제로 진입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많이 한 기술 중심 기업은 제외하였다. 규모의 경제로 진입의 전제조건은 작더라도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야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기획력을 지닌 유통 중심 농업 기업을 선택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획+유통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기술을 흡수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이 있는지 궁금했다.




결론

1) 선택한 섹터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기업탐방 후 내가 생각하는 최적의 사업모델을 설정(가설)한다

2) 해당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대표기업을 발굴 후 투자검토 및 우리가 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매번 이런 접근을 하지는 않지만, 집중적으로 스터디하고 싶은 분야는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최적의 모델을 먼저 설정해보고 기업들을 만난다. 기업탐방 과정과 대표님들과 대화를 통해 부족했던 부분이 많이 수정되고, 또 다른 인사이트가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Serendipity! 이런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소중한 인연들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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