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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Mar 12. 2023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

판돈을 내고 게임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화요일 점심식사는 H카드에서 벤처투자를 진두지휘하는 P팀장과 함께하였다. 전 직장이었던 신생 벤처캐피탈의 대표로서 적잖은 고생을 했었기에, 그의 이직은 내게 꽤 무게감이 있었다. 화요일은 그가 새로운 업무를 시작한지 약 1년이 되던 때였다. 투자에 꽤나 보수적인  H카드였기에 투자금융시장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했다. 역시나 어퍼니티, 칼라일 같은 곳의 투자유치를 했던 곳인만큼, 노는 물이 내가 있는 나름 평화로운 시냇가와는 달랐다.


이중 기억에 남은 대화는, 실리콘밸리에 정착한 1세대 한인이 창업한 벤처캐피탈 조합 출자를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늘려간다는 이야기였다. 작년에 첫 번째 투자를 집행했는데, 내부 설득을 하는데 꽤 힘들었다고 한다. 국내의 위상이 해외로 이어지기는 힘들기에, 미래에 직접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도 하기 위해 먼저 작더라도 출자를 통해 현지에 투자자로서 우리의 이름을 알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직접 현지로 가서 직접 포트폴리오 기업도 만나 보고, 네트워킹도 열심히 했다는 그의 무용담을 뜨끈한 한암동 곰탕이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들었다.




"나중에 좋은 건 있으면 우리도 함께 검토해보고 싶네요" 


"국내에서 유명한 GP들이 대부분 해외에서는 LP입니다. 선 투자 없이는 접근도 어려울 수 있어요" 


선 투자 없이는 게임에 참여도 힘들거란 이야기다. 뜨끔했다. 그 와중에 '스킨 인더 게임(Skin in the game)' 이란 메시지가 머리를 스쳤다. '블랙스완'으로 유명해진 미국 경영학자 나심 탈레브의 책 이름이기도 하다. 이익만 챙기고 손실을 회피하는 전문가들을 비판한 책인데, 의사결정 사안에 개인적인 위험이 노출되지 않은 의사결정자는 책임감이 부족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간단히 말하면 게임에 참여하려면 판돈을 내란 얘기다. 




어려워진 시장을 탓하며, 가벼운 자본금을 핑계로 우리 팀이 Skin in the game의 원칙을 잠깐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투자기회를 발굴하는 과정에서도 말이다. 워킹그룹, 거래 상대방, 동료의 신뢰를 얻으려면 먼저 나도 위험을 지고 들어가야 한다. 그게 가치 있는 게임인지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나의 내공에 달려있겠고.  


*그림은 DALL-E를 통해 만들어본 에드워드 호퍼 스타일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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