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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Mar 05. 2023

그 시간을 넘어서면 다가오는 좋은 일들

불편함 너머에 있는 긍정

지난 금요일 대구 복합패션문화공간 FXCO펙스코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했다. 대구시에서는 대구 대표 패션 브랜드 육성을 위해 FXCO를 거점으로 패션 디자이너의 작업공간과 시제품 제작, 컨설팅 및 투자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 10명의 디자이너들이 입주하여 브랜드 사업을 하고있다. 곧, 이들을 위한 포럼이기도 했는데, 주제는 '패션디자이너 지속성장 생태계 구축 전략'이었다. 나는 이 포럼의 투자 부분 연사로 참여했다. 오랜 기간 알고지낸 패션업계 선배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되었지만 사실 부담이었다.  총 5명의 연사 중 나를 제외하고는 브랜딩 컨설턴트, 명품기업의 전 대표님, 이커머스 전문가, 수십년 경력의 패션지 기자 출신 대표 같은 업계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만 있었던 제가 도움드릴 게 있을까요?' 


'투자금융시장에서 바라본 패션산업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겠네요' 



말이 되긴 한다. 룰루레몬도, 지미추도, Neiman Marcus 도 모두 사모펀드와 함께 성장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하루만큼은 안개가 자욱한 요즘의 여의도를 머리에서도, 몸에서도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세션의 주제도 최대한 패션기업의 투자나 인수합병을 통한 자본시장의 이해 쪽으로 잡았고, 넥타이 뒤에 숨은 무식함을 감추려 어렵게 만들어 놓은 금융 용어들을 북한말 수준으로 풀어내려 하였다.  


30분 강연, 30분 패널토론이었는데 스크립트까지 써가며 준비한 자료야 강연 때 잘 써먹었지만 문제는 패널토론에 이은 질의응답이었다. 


'저는 창작활동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어 속도가 느립니다. 하지만, 트렌드에 맞춰 기존 디자인을 벤치마킹한 유통중심 브랜드, 플랫폼들이 투자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건가요?' 


'저는 쇼핑몰을 운영 중입니다. 매출이 얼마나 되어야 투자유치를 할 수 있을까요?' 




최대한 성의껏 답변은 했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질문에 할 수 있는 즉답은 상당한 준비와 공감능력, 내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나머지 연사들 경력의 맥락에서 나오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접하면서 또 다른 산업 전문가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느꼈다. 행사를 마치고 대구 막창집에서 주최측, 연사들과 함께 소주 한 잔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또 다른 인연의 시작이었다. 



생소한 영역으로 나를 던지는 일은 불편하긴 하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넘어서면 좋은 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간 경험을 이 관점에서 돌아보니, 그게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사진을 DALL-E를 통해 만든 호크니 스타일의 패션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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