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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May 14. 2023

성공적인 이직·창업의 9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태도에 대해

H선배의 창업 소식을 들었다. 채권 펀드매니저로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온 선배가 이제는 사모펀드(PEF) 설립을 준비하던 동료들과 힘을 합쳐 일임사를 만든 것이다. 냉소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는 그는 긍정회로만 가득한 내게 현실적인 조언을 종종 해주던 선배였다.  


예를 들면, 그린까지 180m 정도되는 워터 해저드 앞에서 5번 아이언을 잡은 내게 원온 쓰리퍼트보다 투온 원퍼트로 끊어가는 팁을 주며 정신건강 챙기는 법을 알려주는? 밀크티 한잔하며 그의 창업과정을 듣던 와중 H선배가 잠깐 사모펀드(PEF)에 있던 시절의 시행착오를 떠올리며 내게 해줬던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무역으로 시작해 중견기업의 반열에 오른 I사의 2세는 투자업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회사를 사모펀드(PEF)설립한다. 관악산 기운을 받아 열심히 공부한 H선배, 그리고 2세와 직접 알고 지내는 H선배의 동문선배(이하 동문선배)를 영입한다. 그리고 동문선배의 증권사 시절 함께 일했던 동료후배 2명, 총 4명이 창업 멤버로 합류한다. 동문선배는 회사의 투자총괄, 회계사인 H선배는 기업분석, 증권사 후배는 딜소싱을 담당키로 한다.  


#시행착오 1

딜소싱 담당자는 일본의 와세다 대학을 나와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MBA까지 마친 사람이다. 그 담당자를 따라 일본, 홍콩 출장을 함께 갔던 H선배는 당혹스러운 순간이 많았다 한다. 미팅 상대방의 '너흰 왜 여기까지 왔어?'라는 분위기였는데 알고보니 딜소싱 담당자의 네트워크가 ‘진짜’ 네트워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안부 정도 묻고 밥 한끼 하는 사이로는 프로젝트 협업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 담당자를 내보내고 이후에 채용한 사람의 네트워크는 나름대로 ‘진짜’였다고 한다. 그런데 딜소싱한 프로젝트가 진행될 기미가 보이자 신규 담당자는 그 프로젝트를 가지고 본인이 혼자 진행하려고 퇴사했다고 한다.


#시행착오 2

투자총괄인 동문선배는 I사 2세의 좋은 투자 건이 있으면 본사에서 자금지원을 충분히 해줄 거란 약속을 굳게 믿고 관악산 후배인 H선배와 팀을 꾸렸다. H선배는 I사 2세와 직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하지는 않았다(아니 할 수 없었다가 정확할 듯). 초반엔 그래도 열심히 투자검토를 해서 의사결정거리를 만들어 올렸지만 I사 2세의 주머니는 꽉 닫혀 열리지 않았고, 대부분 유효기간이 있는 프로젝트의 타이밍은 저 멀리 지나가버렸다. I사의 대주주이고 승계 작업도 마무리 된 것으로 알고 입사했지만, 알고보니 I사 2세의 저 뒷 편에는 아직도 정정하신 회장님이 앉아계셨다. 결론적으로 1원 한푼 아버지 동의 없이는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투자를 못한 이유는 그 동안 회장님의 허락을 못 받은 것이었다.  


#시행착오 3

H선배는 '진짜'네트워크가 없었던 딜소싱 담당자, 아버지의 그늘을 못 벗어난 2세까지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문제는 동문 선배의 '사람보는 눈'이었다. 똑똑했지만, 대형 증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었지만 리더의 자리로 올려 놓으니 생기는 문제점이 보였다. 정정하신 I사 회장님은 결국 관악산 멤버인 H선배와 동문선배에게 부서를 만들어 줄테니 본사로 들어와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H선배는 뒤도 안돌아보고 나왔고, 동문선배는 오히려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퇴사를 결정한 H선배에게 서운하단 말을 남기고 각자 갈길을 갔다. 2년 후 동문선배는 I사를 퇴사한다.





업의 특성상 여러 대표님들, 때로는 크던 작던 한 기업의 후계자들을 종종 만난다. 그리고 거나하게 취한 술자리에서 동료들과 재미삼아 우리도 KKR이 될 수 있다는 도원결의도 많이 해본다. H선배 전직장의 시행착오는 결국 동문선배의 '사람보는 눈'에서 시작되었다. 팀을 꾸리기 전에 I사 2세와 여러 번 만나보며 '진짜' 권한이 있는 사람인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했어야 했고, 전직장 후배였던 딜 소싱 담당자의 역량도 파악했어야 했겠다 (그러고 보니 같은 직장이었다는데!) 나를 뽑고 싶은 사람이 '하고싶은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교집합이 명확히 보이는 순간이 시작점이다. 그 타이밍은 한 두번의 미팅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때 내 곁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도 핵심 중의 하나다.


*그림은 DALL-E로 그려본 봄날의 들판, 무언가 시작하고 싶은 계절 봄을 기념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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