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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May 07. 2023

적절한 거리감의 중요성

지속가능한 업業, 브랜드의 필수요소

현재 갤러리 퍼플에서 진행 중인 서상익 작가의 개인전 전시장 왼쪽에는 대표작 중 하나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서상익 작가는 2012년부터 이어지는 '화가의 성전' 시리즈로 유명하기도 한데, 화가가 그리는 화가의 초상이기도 하다. 근현대 미술의 거장들인, 작가에겐 하나의 신앙일 수 있는 호크니, 피카소, 앤디워홀 등의 얼굴과 배경으로 그들의 대표작품을 그려내며 미술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 나갔다고 한다.  


'화가의 성전' 전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는 '30명이 넘는 거장의 얼굴을 그렸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이다.


서작가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존경하는 이유를,  


"호크니는 작업을 대하는 태도가 산뜻해요. 그 말은 작업과 적당한 거리감을 둔다는 것인데, 호크니를  피카소에 예술적 영감을 받은 팝아트 작가, 수영장을 즐겨 그린 작가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호크니의 작업실을 가보면 미술세계사 자료가 가득해요. 지나친 감정이입 없이 미술을 직업적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를 취해요. 저는 그런 호크니의 태도를 존경해요." 라고 말한다.   


저는 노동자입니다. 예술가는 쾌락주의를 인정할 수 있지만, 스스로 쾌락주의자가 될 수 는 없습니다. I am a worker. An artist can approve of hedonism, but he can’t be a hedonist himself. David Hockney ,The Guardian, 2015.05.09.  


"산뜻하다"라는 표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호크니는 미술작품 말고도 다양한 책을 썼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특히 그의 저서 '명화의 비밀'을 보면 과거의 화가들은 어떻게 그토록 생생하고 정밀하게 묘사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그의 집요함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이 정밀한 묘사를 위해 렌즈와 거울을 이용해 작품을 그렸다는 증거를 담고 있다. 그들이 광학, 즉 과학을 애용했다는 이야기다.



호크니의 초상, 서상익

호크니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직업으로서 예술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결과물을 대중은 감성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그가 원하는 부분이고 어쩌면 정답일 수 있지만 작품 뒤에 숨은 자기 객관화와 작품을 대하는 약간의 무심함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이런 적절한 거리감(Mental distance)이 우리의 업業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필수요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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