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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n 11. 2023

각자의 이유로 파이팅

비용 절감의 3가지 단면을 통해 살펴본 인사이트

이번 한주 미팅메모들을 살펴보니 신규 프로젝트 보다는 사업 구조조정, 혁신보다는 개선을 주제로 한 내용들이 많았다. 대화주제 또한 그랬는데, 이번주 노트를 통해 결코 보릿고개를 지나며 보이는 비용절감의 3가지 단면에 대해 정리를 해봤다. 




지난 목요일 우리 펀드의 출자자(투자자)들을 모시고 펀드가 인수한 2차전지 관련 부품기업 S사의 실적을 리뷰하는 월간 회의를 가졌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작년부터 무섭게 상승한 원가율의 후유증을 견뎌내고 있는 S사는 3개월 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담당 김상무님을 영입했다. 입사 하자마자 S사의 공장이 있는 폴란드, 헝가리 출장을 다녀오신 김상무님의 출장과 하반기 계획에 모든 눈과 귀가 열려 있었다.  


# 단면 1. 판관비 축소, 양날의 칼 

"비용에 대해 엄청 타이트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로 시작한 김상무님의 브리핑. 최근 4개월 판관비율이 40% 대에서 19%까지 엄청나게 떨어져 있었다. 이게 마냥 좋아할 일일까 싶었다. 영업과 연관된 판관비, 영업인력의 법인카드 사용정책 같은 경우 영업조직 사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줄일 것을 줄였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다음주부터 판관비 세부 내역에 대한 흐름을 살펴볼 계획이다.  


# 단면 2. 원가절감, 제품의 질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특히 중국과 거래 경험이 없는 한국 기업은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김상무님의 이야기로는 현재 S사의 원부자재는 국내에서 소싱을 하는데, 중국에서 수입할 경우 물류비 포함 네고 없이도 40% 정도 저렴하다고 한다. 그래서 샘플 테스트 중에 있는데, 그는 동종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에서 8년간 중국법인장을 지낸 중국 통이었다. 완제품 품질에 변화가 없다면 원부자재 소싱처를 중국기업으로 바꿀 계획이다. 그리고 중국기업과 미팅 차 계획한 중국출장길에 (S사 입장에서 판매처인)국내 대기업의 중국공장을 방문해 신규 수주에 대한 영업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타 쌍피를 시전하시는 김상무님 1등석 비행기값이 안아까울 것 같다.  


#단면 3. 판매 방식의 변화

H대표님은 랄프로렌에서의 탄탄한 경력을 바탕으로 약 2년전에 미국에서 프리미엄 골프클럽 수입을 병행하며 골프 패션브랜드를 창업했다. 온라인 골프의류 브랜드가 대부분 헤리티지가 부족한 점을 감안하여 수입하는 골프클럽 브랜드에 대한 어패럴 판권을 확보했다. Co-founder인 랄프로렌 출신 디자이너와 함께 야심 차게 23 SS 컬렉션을 준비했지만 작년부터 골프 의류에 대한 시장 반응이 뒤숭숭하다. H대표님 컬렉션 런칭 수개월 전 지인이 전개하는 골프의류브랜드가 백화점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내와 전국으로 팝업스토어를 전개했지만, 결국 정식 입점이 되지 않아 악성재고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때 랄프로렌 시절 느꼈던 대부분의 패션브랜드는 재고 때문에 망한다는 교훈이 생각 났다고 한다. 이에 모든 제조 주문을 미루고 한정판 제품을 일시적으로 판매하는 드롭방식으로 브랜드 전개 전략을 수정한다. 조금 느려도 고객의 반응을 보며 성공 확률을 높여 가자는 결정이었다고 한다. 운영자금이 줄어들었기에 지금과 같은 투자 혹한기를 잘 지나가고 있다고 한다. 



내가 있는 요즘의 투자업계 (특히 나같은 독립계 PE)도 비슷한 다이어트 중인 듯하다. 좋은 투자기회에 대한 경쟁이야 원래 높은 편이었지만 일단 골프 라운딩 횟수가 줄었고, 네트워크 유지차원의 저녁약속 보다는 점심약속이 늘었다. 출자자(투자자)들에게 다가갈 전략도 IRR을 강조하는 방식에 더해 스토리텔링, 즉 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지에 대한 콘텐츠가 강조되어가는 느낌이다. 빈 종이에 가장 먼저 끄적거려보는 무의식적인 문장에 자기 자신에 대한 내용이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 여러모로 기업도, 우리도 각자의 이유로 파이팅해야 하는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책상 앞 보다는 밖으로 나가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는 다짐도 해본다.  


*그림은 DALL-E로 그려본 Hope. 유화 느낌을 살려보았는데, 이번 그림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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