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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n 16. 2023

40대 팀장들 이야기

일을 하려고 만나면 안돼, 놀다 보니 일해야 해

40대 중반을 달려가는 팀장 셋이서 다동에 있는 한 중식당에 모였다. 한 명은 한남동 고급 주거단지에 위치한 증권사 WM지점의 PB A팀장, 한 명은 같은 증권사 IB본부 B팀장, 또 한 명은 PE에서 일하는 나.  


우리야 만나서 하는 98%의 이야기는 그냥 중년 아저씨들처럼 세상사 술안주용 잡담이지만, 2% 정도는 일 이야기도 한다. 오늘은 그 중 생각나는 것들, 그리고 필름이 끊겨가는 와중 잠깐 했던 다짐에 대한 기록을 해본다.




대부분의 공감대는 시중에 대기자금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그 돈을 눈으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잠깐씩 나오는 좋은 상품들이 찰나의 순간보다 빠르게 소화되는 것을 보면, 돈줄이 마르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리 셋의 관심사는 좋은 투자처를 어떻게 발굴하냐다. 이게 땅불바람물마음 다섯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되는 일은 아닌지라 조금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한다. 우리의 술자리를 영화의 방식으로 묘사하자면 한 시퀀스는 주로 비상장 기업들을 상대하는 나와, 상장사들을 상대하는 B팀장이 요즘 검토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서로 도울지에 대한 관점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으면, 주로 고액자산가들을 상대하는 A팀장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어떤 기업 또는 사람을 연결해줄까로 연결되는 티키타카 구조이다. 이러다 술좀 더 들어가면 우리 다 잘될 것 같다는 긍정회로도 돌릴 수 있어 꽤 재미있다. 그러다 골프얘기, 뉴진스 얘기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우리 세대의 공통점이자 내가 느끼는 장점은, 우리 같이 조직의 중간영역에 있는 팀장들은 때로는 회사의 보호 아래, 때로는 대표의 보호아래 약간의 낭만을 놓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힘들다고 형들에게 치대기도 하고.. 아니 그건 과거형이 맞겠다. 이젠 50대이신 그 형님들 대부분 금융권에서 경력을 마무리하고 다른 일들 하시니까.  


내가 말한 낭만은 우리는 아직 딜 던 (Deal Done)이 목표인 사람들이란 의미에 가깝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태도 보다는 조금 더 차갑지만, 그래도 눈 앞의 이익보다는 협업을 통해 수익을 나누더라도 '딜 던(Deal Done)'을 통해 얻는 커리어 적인 만족감과 그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인연을 얻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이게 딱 우리의 커리어 듀레이션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라 생각한다.  


내가 다 취하지 않아도 괜찮고 오히려 줄 수 있는 게 있어 행복한 시절, 지금. 그러나 우리는 이 시기에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일한다. 그리고 술도 치열하게 마신다. 골프도 치열하게 즐겁게 친다. 


*그림은 DALL-E로 그려본 'Deal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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