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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n 25. 2023

기쁜 마음

생각대로 생각되는 신기한 마음

다섯 살인 아들녀석이 새벽에 일어나 물을 달라고 보챈다. 시계를 보니 12시 46분. 아이 재우고 일을 하다 겨우 잠이 든 시간이었다. 칭얼대는 소리에 나도 예민해져 있었다. 물을 가져다 주니 울면서 좀 더 큰 컵으로 달라고 한다. 이게 뭐지?




“그냥 먹어!”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왔다. 마음속으로 아차 싶었다. 후회를 하기엔 늦었다. 울음을 멈추고 겁에 질린 아이를 두고 거실로 나왔다. 잠깐의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가라앉히고 겨우 아이와 함께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들에게 사과를 했다.


“아빠가 어제 화내서 미안해. 다음부터 조심할 게.”


- 아빠 괴물 같았어


“그래? 이제 괴물이랑 안녕해야겠다. 아빠가 화냈을 때 마음이 어땠어?”


- 기뻤어!


“응? 화나거나 무섭지가 않고 기뻤다고? 아빠도 사람인지라 마음속에 기쁨도 있고 괴물도 있고 슬픔도 있거든 아빠는 오늘 아침에 슬퍼.”


- 내 마음에는 기쁜 마음만 있어! 그래서 난 기뻐.


순간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나에 대한 거부감으로 감정표현을 숨기는 건가 싶기도 하고.


-눈물 흘리면서 ‘슬픔아 안녕’하는거야. 그래서 눈물흘리면서 슬픈마음이랑 안녕했어. 그래서 기쁜마음만 있어.


피식 웃고 아이를 안아줬다. 하지만 이 말이 출근길에 계속 마음에 남아 나중에는 울컥해지기 까지 했다.



내 마음에 기쁨만 있다면 그냥 삶이 기쁜 거다. 24/7 지속되는 모든 내 삶의 경험을 걸러내는 필터가 기쁨이라면 저장되는 기억도 기쁨이다. 그렇게 쌓인 기억 때문에 내 자신이 곧 기쁨이 된다. 기쁨을 긍정으로 바꿀 수도 있고 감사로 바꿔볼 수도 있겠다. 아이의 마음은 이상적인 하나의 모델 같다. 경제학의 수요공급곡선이 세상 모든 거래를 설명할 순 없어도 경제현상을 해석하는 하나의 프레임이 되듯, 아이의 마음도 내 마음을 한 번씩 올바른 방향으로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아들을 통해 나도 배워나간다. 집 현관을 여는 순간 모든 슬픔과 안녕을 하고 기쁨만 가지고 들어가야겠단 생각도 해봤다. 슬픔과 안녕하려 매일 울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ㅎ



*그림은 DALL-E로 그려본 스마일 현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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