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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n 04. 2023

Begging도 능력

호기심과 집요함이 이끄는 성공

업계 유명인사인 선배는 현재 뉴욕에서 약 800조원의 자금을 관리하는 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이다. 한국말이 어눌하긴 하지만 임팩트 있는 입담으로 경제신문채널에도 종종 출연한다. 선배는 한국에는 분기마다 출장을 오는데 그다지 친한 축에 속하지 못한 나는 삼삼오오 모인 저녁식사자리 저만치에서 서당개마냥 두귀는 열어둔 채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그러다 한 메시지가 귀에 딱 꽂혔는데 그 말인즉슨 'Begging도 능력'이라는 거다.  




이 선배는 당시 잘나가던 건설사 임원의 아들로 태어나 해외지사 대표인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생 때부터 외국생활을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한국어는 많이 까먹게 되었고, 경제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대학교 3학년 때 건설사를 그만두시고 한국에 한 공장을 인수해 사업하시던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일단 학생비자 신분이라 학업을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결정적으로 해외생활만해서 한국어도 서툰 자신이 도저히 한국생활에 적응을 못할 것 같았다.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던가, 미국 체류기간을 늘리고자 그때부터 악착같이 공부해 대학원 진학을 했다. 대학원 이후 미국에 남는 방법은 취업이었고, 하필 백인 중심의 월가 진출을 원했기에 수십번의 인터뷰 낙방은 일상이었다. 그 시기 매일 동문회 사무실에 나가 취업에 도움을 얻고자 했는데, 어느 날 월가로 가고 싶으면 저기 앉아 있는 유대인 할어버지를 만나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 날부터 정말 구걸하다시피 찾아가 추천을 부탁했다고 한다. 1991년 그렇게 미국 월가의 한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선배의 Begging에서 시작한 일화는 호기심, 열정, 기회를 만들어내는 태도의 스토리로 옮겨갔다. 자연스러웠다. 선배가 사용한 Begging 이란 단어는 내게 '집요함'으로 다가왔다. 요즘 내가 무의식 중에 부족하다 느꼈던 태도여서 그런가 보다. 업계에서 유명한 사모펀드 대표도 칼럼에서 (적어도 투자업계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지닌 특징은 (성공의 정의부터 앵글을 맞춰야겠지만) 성실함도 아닌 '집요함'과 '호기심'이라 했다. 호기심을 실행하는 집요함. 다시 내가 견지해야 할 자세다.   


*사진은 DALL-E로 그려본 A man running towards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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