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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Oct 15. 2023

우리는 예술을 하고 있다#2

나에 대한 믿음과 신념의 시작점

요즘 즐겁게 참여 중인 조찬모임에서 '한국의 아방가르드'라는 제목으로 1960-70년대의 실험미술 작가들을 알아갈 기회가 있었다. 국제적으로는 반전 평화운동이 벌어지고 있었고 한국은 독재정권 하에 급속한 근대화, 산업화를 경험하는 중이었다. 그 시기 글로벌한 문화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Youth Culture를 표방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중 지금도 살아 계신 '이건용'이란 작가를 통해 오랜만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현재의 나를 반추 해 볼 기회를 가졌다. 이건용의 작품 키워드는 '몸'이다. '몸'의 행위를 하나의 객체 삼아 2차원 평면에 표현을 하고, 결과물은 하나의 회화가 된다. 나는 행위예술이 그림이 되는 거라 이해했다.  


"내 신체가 가진 딱 그만큼 붓질입니다. 내 팔 길이만큼, 내 키만큼, 내 다리길이만큼 내 신체가 가진 그대로를 평면에 그린 것이거든요."  


수업 내용 중 '신체항'이란 1973년 제8회 파리 국제비엔날레에서 이슈가 되었던 작품 배경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다. 신체항에 대한 의미를 작가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참고로 그는 기독교인이다. 


"만약 신이 존재하면서 우리에게 메시지만 보낸다면 나는 그 신을 안 믿었을 것이다. 인간과 똑같이 여인의 몸을 통해 인간의 몸으로 오시고 (중략) 그냥 관념적으로 생각하거나 만들어 놓은 신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몸으로 왔기 때문에 우리와 대화가 되고 소통이 되는 것이다. "


신체항, 국립현대미술관-경복궁전시장 1971


1970년대 예술인에 대한 정부 보조가 힘들었던 시절 이건용은 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없어 서울의 한 다방에서 난생 처음 모닝커피를 시킨 후 일어나 국위선양을 위해 파리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작가로 참가하는 데 항공료가 부족하다고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그 때 홀트양자회란 곳에서 유럽으로 가는 고아를 에스코트 하면 비행기표를 준다는 정보를 얻어 결국 고아 두 명을 오슬로와 스톡홀롬에 인계하고 파리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에너지의 원천은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었다고 한다.  


"나는 안된다는 게 내 인생에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젊었을 때부터 내가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파리에 도착했더니 '신체항'이라는 작품을 만드는데 나무를 누가 줘요? 고생 참 많았다. 그 때가 드골정권 시절인데 프랑스 정부가 국립공원 수 하나를 기증해 줬다. 그래서 만든 것이다."  


1970년대부터 오늘까지 이건용은 신체가 가진 '딱 그만큼의 붓질'로 작업을 한다. 특히 2021년작 바디스케이프는 그 정점에 이른 작품이라 생각한다.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그의 믿음과 신념의 과정에 지금의 나를 투영해본다. 




오늘 나는 총 5건의 통화와 2건의 미팅, 2통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예전 투자 건으로 인연을 맺은 대표님이 본인 회사 매각에 대한 문의를 해왔고, 우리 하우스에서 투자 앵글이 나오지 않아 다른 투자사로 검토요청을 부탁한 회사에 대한 자료보완요구를 받았다. 그리고 해당 회사 대표님과 어떤 논리로 자료작성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짧은 논의를 하였다. 11/7일에 있을 연세대학교 CFA자격증 설명회 때 참석할 발룬티어 멤버들을 모집했고, 증권사 후배에게 경남에 있는 특수화학물질이 저장 가능한 창고에 대한 투자제안서를 요청했다.  


고양시 삼송 작업실에서 바디스케이프 작품 앞에 선 이건용 화백. 중앙일보


나의 결과물은 투자행위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한다. 나의 행동, 목소리, 태도에는 어떤 믿음이, 신념이 들어있었을까. ‘자기다움’이란 것이 녹아들어 있었을까?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스쳐갔을 하루임에는 분명하다. 믿음과 신념은 이렇게 자신에 대한 의식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나를 느끼고 의식하고 살아가면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을까. 나에 대한 믿음은 앞으로 일어날 내 행동과 태도에 대한 믿음이지 않을까.  



*이건용 인터뷰 Source: 서울문화투데이, [Special Interview]이건용 작가 “자기 생각대로 살았고 자기 생각대로 표현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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