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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Oct 29. 2023

Created In Korea

한국 브랜드의 수명은

이번주에 진행한 미팅을 회고하다보니 다른 것 같으면서 묘하게 상호 보완적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두 대표님의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점이 하나의 탁본 같이 강하게 남는다.




에피소드 1.

”우리가 만든 옷과 살림살이가 한국의 기품과 철학, 현대의 기술과 실용성을 조화롭게 담아낸, [우리다움]이 깃든 세계적인 양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J대표님이 운영하는 회사의 목표이다. J대표님은 20년 넘게 한국의 특징을 살린 전통소재의 현대화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우리나라 청도의 감물염색에서 부터 진흙염색의 뿌리를 찾아 중국 광둥성 순덕 지역을 찾아 향운사라는 검은 비단을 발굴하였다. 이런 소재들을  J대표님이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 I에 사용을 하였고 지금은 연 매출 500억원의 탄탄한 소재에 강한 의류 회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생활용품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2년 전 전통과 현대와 조화를 컨셉으로 오랜 기간 지켜봐온 젊은 디자이너를 영입하여 브랜드 U를 런칭했다. 그리고 얼마 전 파리패션위크에서도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J대표님의 고민은 이랬다.


“저는 우리 소재가 글로벌 럭셔리에서 쓰일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청도 감물염색 소재는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죠. 무조건 전통을 부르짓지 않았어요. 향균작용에 대한 검증도 하였고, 미학적인 부분을 강화해 소재화 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저는 우리 소재를 바탕으로 하는 브랜드 U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저의 역량 만으로는 부족해요. 지금부터는 적극적으로 외부 도움을 받으려 합니다. 전문경영인이든, 투자든 말이죠.“


한국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라. 한국의 소재 기반이라면, 그 헤리티지를 잘 현대화 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래 J대표님의 프로젝트는 가슴뛰는 일이다. 내가 열광했던 20년 전의 292513을 왜 지금 입을 수 없을까에서 시작한 한국 패션 브랜드의 지속성에 대한 이 지겨운 고민, 그리고 한국은 안되라는 이 지겨운 시장의 자조를 그녀가 산산이 부쉈으면 한다.


에피소드 2.

북유럽에서 창업한 전기자전거 스타트업이 있다. 샤넬 5대 상속자인 데이비드 베르트하이머가 이끄는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았고, 래퍼 Jay-Z가 설립한 벤처캐피탈의투자도 받았다. 이들 덕분인지 몽클레르 같은 브랜드와 협업 레퍼런스도 차곡차곡 쌓고 있다. 나도 한 2년 정도 이 자전거의 멋짐에 반해 꾸준히 모니터링 했던 브랜드이다.


그런데 이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왔고, 그 첫 팝업이 사무실 근처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브랜드를 수입하는 사람은 누구일지 궁금했다.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졌을까? 생각보다 일찍 가까운 지인을 통해 연결이 될 수 있었고, 지난 금요일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한국 런칭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케터 출신이었던 그는 J대표님과는 조금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 동안 소비재 브랜드 관련 일을 하며, 한국에서 탄생한 특히 패션쪽 브랜드는 유럽에서 자리를 잡는게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5년 넘게 투자를 해야한다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브랜드를 만들어 5년 동안 운영하는 비용과 이미 유럽에서 인지도를 형성 중인 브랜드를 수입해서 유통하는 자금이 얼추 비슷하겠다는 판단을 했죠. 물론 내 브랜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독점 수입권을 활용해 또 다른 제품 이미지를 형성시키려 해요. 다른 브랜드와 협업도 곧 시작해요. 이 자전거를 시작으로 또 다른 브랜드를 수입하여 유통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시키려 합니다.”


Source: 청도군

한국의 1인당 GDP는 이제 3.4만불이 넘어가며 생계를 넘어선 부가가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지 오래고, 이제는 문화를 수출한다. 하지만 투자시장에서 소비재, 특히 패션 분야는 니치마켓에 속한다. 벤처캐피탈 투자의 경우 업종별 비중으로 보면 유통/서비스 분야는 약 20% 남짓이고, 이 중 대부분은은 판매플랫폼 또는 IT 중심의 관련 인프라 서비스다. 꽤나 유명한 PE사 대표께 왜 패션 브랜드에 대한 투자 결정을 잘 안하는지에 대해 물어봤던 적이 있었는데, 평균적인 펀드 운용기간 5-7년 내 브랜드 생존율이 현저히 떨어져 투자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에피소드 2의 대표님 사례가 많아지는 것은 유럽에 한국시장의 매력도를 높이는 일이고, 그래야 에피소드 1의 대표님 같은 시도도 많아질 것이다. 에피소드 1과 2의 순환 사이클이 형성될 수도 있겠다. 그 사이 내 역할은 숙제고. 고개만 끄떡끄떡 거리며 앉아 있을수만은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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