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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Nov 04. 2023

I형 인간들의 마케팅 수다

진정성있는 적극적인 삶

사모펀드(PEF)에서 투자는 오늘 악수하고 내일 돈을 입금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대표 또는 소유주와 수년간 관계를 이어오기도 한다. 오늘 용산에서 Self-Storage업을 하는 회사와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택시 안에서 문득 든 생각이, 이 대표님은 나랑 참 비슷한 성향을 지닌 분 같단 생각을 했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 친구를 사귀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당장 프로젝트를 해야 하면 나랑 원수 지간이라도 같은 목적을 향해 단거리 러닝메이트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당장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없어도, 서로 원하는 앵글이 일치하는 지점까지 관계를 이어 나갈 의지가 있는 상대와 인연에는 '결'이란 것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 그러다 보니 나랑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분들은 다 나랑 비슷한 점들이 많은 것 같다. 


제발 나도 성공할 팔자이길 바란다. 그래야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이분들도 성공할 것이 아닌가. Self-Storage 기업 대표님도 9년간 큰 마케팅 없이 꾸준히 사업을 성장시켰다. 하지만 9년 사이 여러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하였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죽순이 대지를 뚫고 나왔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좀 더 적극적인 성장 계획을 세우셨다. 이 기업도 그 동안 진정성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적극성이 가미가 될 테니, 앞으로 의미 있는 변곡점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서울의 한 지역에서 호텔사업을 하시는 대표님과 대화 내용도 그랬다.  


"정진님 MBTI 는 'I' 시죠? 딱 봐도 'I'야. 저도 그래요. 예전에 저는 대중 매체광고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아침프로에 나오는 의사선생님들 말이죠. 돈도 잘 벌 텐데, 뭐가 아쉬워서 저렇게 나와서 본인 홍보를 할까 생각했어요. 사업 초기부터 미디어 마케팅을 최소화 하고 진정성있게 몇 년 몰아치니 모노클 인터뷰도 하고 사람들이 알음알음 호텔로 찾아왔어요. 하지만 돌아보니 너무 아쉬웠어요. 조금이라도 주목받던 시기에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더라면, 미디어에 한 번이라도 더 노출을 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 말이죠. 미디어 노출을 잘 이용한 대표님들이 잘 되는 모습도 봤죠. 물론 반대도 있겠지만요. 남 한테 어떤 부탁을 한다는 게 사업을 하는 저도 참 어렵고 싫더라고요. 그런데 이젠 회사를 위해서라도 2024년은 더 적극적으로 살려고 합니다. 아쉬운 소리도 좀 하고 말이죠. 후회는 없어야죠. 


결국 마케팅이란게 아쉬운소리 하는 것 아닐까요? 그걸 좀 우아하게 하는 기술이 마케팅 능력이고요." 



이 대표님과 알고 지낸 지 5년.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30,000% 이해가 갔다. 나라도 뭐 달랐나. 프로젝트 드랍하기 전에 조금 더 치열할 수는 없었는가, 조금 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할 여지는 없었는가. 두 남자 앞의 콜드브루가 다 녹아갈 때 까지 수다는 이어졌고, 좀 더 적극적인 2024년을 다짐하며 헤어졌다. I형 인간으로서, 어색한 미소와 함께 아쉬운 소리 좀 하면서 후회없이 사는 2024년 내 모습을 기대해본다. 


*그림은 DALL-E로 만든 서로 잘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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