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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Nov 11. 2023

우리는 예술을 하고 있다 #4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또한 추락한다.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또한 추락한다.Those who don't change will perish, but so will those who do.




박서보의 묘비명이다. 그는 변화하면서도 추락하지 않은 대한민국 단색화의 거장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의 묘비명이 일상에서, 일터에서 종종 생각이 나는 걸 보니 내게 큰 울림을 준 듯하다. 일이 잘 진행 안될 때나, 체력적으로 힘이 들 때 나는 가끔 무변화의 고요 속으로 숨는다. 내가 수년간 만들어 놓은 편안함 속으로 말이다. 쉼을 위장한 도피같이 말이다.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는 말을 품고 살면 매일이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렇게 나를 돌아보던 요즘, 갤러리 퍼플에서 원성원 작가의 개인전 오픈일 날 그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원성원 작가는 주로 사진을 사용하여 작업을 한다. 한 장소에 다른 날, 다른 시간에 수십번을 방문해 계절, 온도, 날씨, 작가 내면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를 수백장의 사진에 담는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굉장히 정교하게 콜라주 한다. 그 결과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내 기준이지만 몽환적이면서 황홀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번 개인전의 대표작품은 '누군가의 열매'라는 149x249cm크기의 대형작품이다. 바람의 결이 빚은 물결까지 무서울 정도로 정교하게 표현을 했다. 수개월이 걸렸을 것으로 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한달이 채 안 걸렸어요. 사진은 이미 찍어 둔 상태였죠. 그 동안 해왔던 대로 무심히 작업을 했죠.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완성을 했어요. 이제 작업 방식을 바꾸려 해요. 조금 쉬워진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러면 안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음 전시는 기간을 좀 두고 새로운 작업 방식으로 도전할 거예요."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그 단면을 잘 느꼈고, 그녀와 대화를 통해 내 마음 속에 있던 박서보의 메시지가 탁본으로 베어 나온 듯 했다. 작가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그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소재를 얻고 작업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 제목이 '가져온 이야기'인가 보다. 나의 이야기도 그녀의 소재가 되길 바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누군가의 열매, 원성원, 149x249cm 2023, 사진: 갤러리 퍼플


변화의 시각으로 자본시장을 바라보면 매일이 변곡점이다. 매일의 태도가 매일의 결과를 결정한다. 2023년은 고객을 포함한 동료들에게 '너 답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한 해였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나름의 행동을 했다. 2024년은 '나 다움'을 유지하며 변화하는 한 해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변화가 주는 추락 또한 견뎌낼 수 있는 바른 마음을 만들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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