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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an 14. 2024

잘 적응해 보기

사모펀드(PE) 업계가 언제 어렵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 이제 만성이 되어가고 있는 고금리, 수년째 반복되는 가계대출이야기, 요즘의 PF 위기 등등 이제 곧 세상이 망할 것 같은 기조의 기사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2023년을 잘 적응 했고 건강히 지내왔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 보다, 우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면서 생긴 인사이트가 더 많았다. 포트폴리오사에서 생기는 연중 이슈의 10개 중 70-80%는 인사(HR)였다. 재무적인 이슈도, 영업의 문제도 모두 사람을 통해 원인을 찾아낼 때가 많았고, 또 사람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PE 업무는 5할 이상이 인사(HR)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사람의 중요성이 더해져 간다. 그래서 난 오늘도 사무실 밖의 인연을 만들어 가는 중인가보다. 


작년 12월 실적보고 때 대주주 측에서 몇 가지 근심을 내비쳤다. 줄어드는 딜 클로징 건수와 2024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었겠지. 그들은 조금 더 자주 의사소통을 하지는 제안을 해왔고, 그 애매한 '자주'에 대한 해석을 관리팀에서는 '주간(Weekly)'로 했다. 우리 팀은 주2회 점심시간을 이용해 딜 미팅을 한다. 누군가에게 보고 목적 보다는 외부 일정이 많은 우리의 업무 특성상 이렇게 라도 모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성공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엄선해 팀의 자원을 집중하자는 취지가 크다. 


약 50건 이상의 기업을 초기 검토하고 2-3개 기업을 프로젝트 후보로 고른다. 이게 우리가 투자 하겠다고 결정하면 되는 일도 아니다. '투자-가치제고(Value)-회수(Exit)'의 흐름으로 5~7년 운용되는 펀드 사이클에 맞게 투자시점의 Term-sheet 작성, 기업가치, 투자금액, 지분율, 그리고 성장전략에서 회수전략까지 분석하고 합의할 사항들이 수 없이 많다. 이렇게 해서 일년에 1~2개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한다. 운용사(GP)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같은 독립계 PE 입장에서 중타 정도되는 실적이다. 이정도 사이클을 유지하려면, 기본적으로 여러 기업의 대표님, 담당임원과 오랜 기간을 두고 관계를 맺는다. 당장 투자로 이어지지 않아도 업계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할 때나, 가끔 금융시장에 오픈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소개시켜 주시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런 업무를 어떻게 주간단위로 쪼개서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1월 첫 주 마지막 금요일에 빈 엑셀에 한 주동안의 일들을 우리 팀 내부가 아닌 외부 보고 목적으로 정리하자니 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긴 호흡으로 규모가 큰 투자검토를, 기업과 관계를 맺어왔다는 프레임 아래 한 주단위의 회고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것도 필요한 일. 약간의 반성과 함께 업무방식을 주간단위 업무 보고가 가능하게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위해서라도. 일을 위한 일의 경계만 조심하면 될 것 같다. 이 변화가 뒤숭숭한 2024년 금융시장을 현명하게 적응하고 극복하는 단단한 루틴이 될 것 같다. 


*그림은 DALL-E로 만들어본, 오늘 글을 스토리로 삼은 4컷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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