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숫자에 속고 계신건 아니겠죠?
변질된 한국의 인플루언서 바이럴 시장
2018년 상반기 인스타그램의 월 이용자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가장 인기가 높은 영상 기반의 Youtube를 제외하면 네이버 블로그와 함께 전년대비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세로 자리 잡은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 전년대비 0.6% 상승 vs. 페이스북, 전년대비 5.8% 하락)
2015년 친한 친구인 개발자 한명과 같이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 시장이 커질 것을 감안해 인스타그램 바이럴 분석 툴을 개발했다. 6개월간 고생해서 인스타그램 인증 받아가며 실제 해외의 유명 인플루언서 시장이 견고해지는 것을 벤치마킹해가며 솔루션을 완성해갔다.
아쉽게도 결과는 실패였다. 희한하게도 한국에만 오면 한국식으로 변해버리는 문화가 인스타그램에서도 여지 없이 그대로였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스타그램이 인기 플랫폼으로 인지되고 브랜드의 바이럴 마케팅이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으로 확장되자 곧바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어느덧 그저그런 블로그 바이럴 마케팅의 모바일 버전 같은 모양세로 변해버렸다. 오늘도 특정 사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인스타그램 상 바이럴이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도를 해석해보고자 한다.
위 인플루언서들은 인스타그램 분석 툴을 만들 때 모니터링하고 바이럴 캠페인도 함께 경험하면서, 이제는 인플루언서의 역할 뿐 아니라 쇼핑몰 혹은 모델 등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내고 있는 분들이다. 항상 노력하고, 준비하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적극적이고 잘 하고 있는 프로페셔널이다.
다만, 언제부턴가 인스타그램으로 일부 블로거들이나 쇼핑몰 운영자들이 돈을 주고 팔로워를 사고, 라이크 수를 올려 돈벌이나 인플루언서라는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인스타그램 플랫폼에 들어왔다. (이 때부터인 것 같다. 우리의 솔루션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기가)
이제 인스타그램 바이럴이란 시장이 대중화됐고, 그 시장은 과거 블로그 바이럴 시장보다도 더욱 더 커져서 '에스팀'이나 'YG케이플러스' 등 인스타그램 플랫폼에 최적화된 인적 자원을 가진 대규모 모델 에이전시들까지 뛰어들어 정형화 된 마케팅 상품이 갖춰져 있는 상황이다. (물론 플랫폼에 공식 계정을 운영 중인 매체들은 말 할 것도 없다)
위 이미지는 최근 분석한 '에뛰드' 해시태그를 통해 알게 된 한 포스트다.
가장 뷰티 브랜드 바이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역시나 뷰티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바이럴에 있어 제품에 대한 매력도를 전달하기에는 패션 브랜드보다 난이도가 높고, 뷰티 인스타그래머이자 이미 인플루언서로 하늘 끝까지 가신 @ponysmakeup 이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 수준이 아니라면 다채롭지도 못하고, 결국 마법봉처럼 제품 하나 든 얼굴 샷들만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것 같다.
또 한가지 '에뛰드'를 분석하면서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 이 브랜드가 가진 매출 규모나 시장의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상상 이상으로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디지털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브랜드이지만, 인스타그램 상에서의 트렌드를 리딩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분석 기간 : 2018년 8월6일 ~ 8월12일
분석 대상 해시태그 : #에뛰드
총 포스팅 수 : 421개
유저 수 : 285명
인터렉션 수 : 185,169회
도달 수 : 1,136,822회
노출 수 : 11,026,178회
숫자만 보면 어마어마하게 트렌드를 이끄는것처럼 보인다. 인스타그램 월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이니 일주일만에 월 이용자 수를 넘어선 노출 수를 보이고 있다.
다만 주요 수치를 확인해보면 얼마나 의미 없는 숫자인지를 알게된다.
브랜드 공식 계정의 포스팅 수 : 16개
브랜드 공식 계정 포스팅에 의한 인터렉션 비중 : 82.93%
브랜드 공식 계정 포스팅에 의한 노출 수 비중 : 94.24%
브랜드 포스팅을 제외한 톱 20의 자발적 포스트로 예상되는 수는 0개이다. 심지어 일부 유저는 인스타그램 Tracking tool에서 Non-tracking user로 나타나 인스타그램에 방문해야만 해당 사람의 follower 수를 확인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우리 회사에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거나 인스타그램 시작이 얼마 되지 않은 이용자로 분류한다.)
아울러 브랜드 공식 계정에 의한 노출 점유일이 전체 노출의 약 95%에 달한다. 결국 421개의 포스팅 중 16개 밖에 되지 않는 내용이 전체 노출의 대부부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면 바이럴 전략 방향이 많이 잘못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텐데, 지속적으로 바이럴 하는 것이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인스타그램 바이럴 초창기 섭외를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제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해도 되나요?' 등 나에게 맞는 바이럴 캠페인인지를 묻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얼마인가요? 몇 개나 올려야하죠? 얼마나 유지해야하나요?' 등이 주된 질문이 되어버렸다. 결국 블로그 바이럴 시장처럼 인스타그램 바이럴 시장도 돈에 의해 움직이고 분위기를 만드는 쪽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이렇게 된 것 이유를 굳이 그들에게 묻고 싶지는 않다. 결국 그걸 만든 것도 나 같은 대행사들이 브랜드의 결정권자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수치에 얽매이고 진정성 있는 바이럴에 대한 고민과 깊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매월 마감 때가 닥쳐오면 보고해야 하는 숫자에 절망하곤 한다.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인식되어 대행 프로젝트를 따냈다면 그 압박감은 더 할 것이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한다는 것이 현재에는 아주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결국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이 예측하는 한 그 숫자는 그저 클라이언트의 마음 속에 있는 의지치를 맞추는 스무고개나 다를바가 없다.
많이 어렵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전문가라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진정성 있는 마케팅 방향으로 제언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배는 고프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