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내 사이즈는 내가 잘 알아.

by 한약초콜릿

성장을 마치고 세월이 흐르면 육체는 여러모로 변하기 마련이다. 얼굴에서 나타나는 변화만 봐도 주름, 탄력저하, 잡티, 다크서클 등등 헤아리기도 싫은 것 투성이다. 동안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요주의 변화는 틈틈이 시술과 에스테틱 관리로 노력을 기울이면 일정부분 노화에서 멀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나잇살. 나잇살은 나이를 먹으면서 저절로 붙는 살이니 자의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쯤으로 여기곤 한다. 이치, 맞다. 의학적 수치 또는 연구논문 들에서도 나잇살은 피할 수 없는 불변의 변화라고 확언한다.
근육이 소실되고 그로인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어릴 적보다 적게 먹어야 그간의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속속들이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 세상이다. 점점 더 적게 먹고 살라는 말이 어찌 그리 쉬울까?
갈수록 맛있는 음식은 도처에 널리고 먹는 게 남는 거라는 진리는 뼛속부터 이어온 인류의 전통인데, 거부하기 힘들다. 그래서 운동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치를 거슬러볼까 궁리하게 된다.


운동은 몸매를 유지하려는 목적보다 건강을 증진시키거나 유지하겠다는 목적으로 행할 때 의지를 잃지 않기가 쉽다. 단지 체중에 목을 매고 운동계획을 세우면 신체의 성능을 능가하는 무리한 운동량을 욕심내게 되고 결국엔 지루해져서 중단한다. 이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육체는 움직임을 최소화해서 아주 편안한 휴식상태를 원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런, 본래 말하고자 했던 취지에서 멀어진 것 같다. 다시 나잇살 얘기로 돌아가면 숙명인 나잇살을 인정하면 훨씬 멋있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보아온 바로는 남성의 나잇살은 배로 집결한다. 장딴지는 쪼그라드는 대신 배와 옆구리에 살이 붙어 바지 사이즈에서 애를 먹는 경우를 왕왕 봐왔다. 허리에 사이즈를 맞추다보니 엉덩이와 허벅지를 흐르는 바지의 핏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구매에 애를 먹을 것 같지만 수선을 통해 몸에 알맞은 사이즈를 재탄생시키는 데에 남성은 거부감이 거의 없다.


여성도 나잇살을 배로 맞이하기 하지만 그보다는 의외의 부위에서 고민을 토로한다.


-등에도 살이 찔지 몰랐어요.-

-등살이 흘러 내려요.-

-팔뚝이 우람해진데다 저고리살이 되어 흔들려요.-


여성은 나잇살의 정체를 상체의 굴곡이 변한 것으로 알아차린다. 어깨에서 팔로 이어지는 라인이 둥그런 언덕처럼 봉긋 솟아오른 모습이 그 실체다. 팔뚝 살이 어깨보다 옆으로 밀려나온 걸 보면 아득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문득 전에 없던 등살이 눈에 띄면 혹독하게 자신의 몸매를 심판하고 울적해진다. 그리고 또 한 번 울적해질 때는 옷을 입어볼 때라고 할 수 있다.


날렵한 선이 특징인 재킷을 걸쳤을 때나 유연한 소재의 이너 아이템들을 입고 거울 앞에 섰는데 둥그런 부분들이 두드러지는 걸 목격하는 때야말로 옷빨이 사라졌다고 느끼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고민할 것도 새로 어울리는 옷을 구매해서 옷빨을 되살리길 바라본다. 이미 사이즈가 작아진 옷은 늘릴 수 없으니 조금은 쉬운 방도를 찾아도 되지 않을까? 물론 다이어트를 통해 예전 옷들을 기사회생시킬 수도 있다.


다만, 새 옷을 구매할 때는 절대 사이즈의 ‘숫자’에 집착하지 않을 각오가 필수다.


‘55’사이즈에 여성은 갇혀있다. 수많은 의류업체들이 넉넉한 사이즈의 옷을 제작하지 않는 면도 문제겠지만 소비자 스스로 ‘55’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를 키운다고 본다. 한때는 55사이즈가 똑 떨어지게 예쁜 몸이었는데 현재는 기준이 바뀌었다면 가감하게 한 치수 큰 사이즈를 골라도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일은 없다.


종종 거리에서 목격하는 안타까운 스타일 중 하나가 억지로 55사이즈를 껴입은 66에 가까운 여성들이다. 어김없이 팔뚝 살이 툭 불거진 소매며 어깨가 꽉 끼어 등판이 타이트하게 양옆으로 당겨진 재킷을 입은 모습은 내포된 간절함 때문에 보는 이가 더욱 간절해지게 된다.


“나는 55사이즈가 맞아.” 라는 내포된 간절함은 “한 치수만 키워도 훨씬 날씬하고 비율 좋아 보일 텐데.” 라는 간절함을 불러온다.


그리고 같은 옷이라도 사이즈를 잘 맞춰 입으면 제값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연출될 수도 있다. 고가의 옷이라도 착용자 몸의 단점을 신랄하게 드러내면 주워 입은 옷으로도 전락할 수 있다.


55든 66이든 77이든 단지 옷의 크기를 알리는 지표일 뿐이다. 개인마다 체형과 비율이 달라서 세상엔 똑같은 55사이즈 여성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55사이즈 기준인 가슴둘레 85cm로

똑같은 여성일지라도 누구는 팔이 길고, 또 누구는 허리가 길고 어떤 이는 어깨가 유난히 발달했을 수 있다. 이렇기에 모두에게 55사이즈 옷을 입힌다고 안정적인 핏감을 선사할 수 없다.


옷은 몸을 보완하는 물건이다. 숫자에 사로잡혀 몸을 압박하는 사이즈로 스스로도 보는 이도 갑갑하게 할 이유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사이즈가 큰 옷을 입는 것은 용기를 내야할 일도 아니다. 단지 조금은 변한 내 몸을 인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