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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Sep 08. 2022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01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

브런치 작가로 등록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오류 메일인 줄 알았다. 전날 밤에 브런치 작가 등록을 신청하긴 했으나 이튿날 오후에 바로 통과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브런치를 사용한 지 2년 정도 되었다. 코로나 팬더믹이 터지고 위로의 글을 찾아보던 중 우연히 알게 된 플랫폼이다. “글을 사랑하는 작가가 모여 나를 탐구하고 이 세상을 알려주는” 공간이라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여기라면 나도 글을 올리고 싶은 욕구가 들끓었다. 무턱대고 작가 신청을 눌렀다.


아무런 계획 없이 마냥 신난 장난꾸러기처럼 대충 쓴 본인 소개와 메모장에 있던 짧은 감성 에세이 3편을 올렸다. 어려운 시국에 느끼는 답답함과 직장에서 겪는 고충을 털어놓고 싶었다. 머릿속은 할 말이 가득한데 글로 표현하자니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난 특별하니까, 내 스토리는 세상에 하나 뿐이니까 어쩌면 한 번에 통과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답장을 기다렸다. 메일을 분단위로 확인해보고 혹시나 에러가 생긴 게 아닌지 다른 메일로 이모티콘도 보내봤다. 에러는 없었다.


자신감은 하루 걸러 조금씩 떨어졌고 곧 방전될 때 즈음 브런치의 답장 메일을 받았다. 첫 도전은 실패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는 메일 통보에 슬쩍 울화통이 치밀었다. 에이, 이깟 플랫폼이 뭐라고! 나의 스토리보다 별 볼 거 없는 글도 많던데. 괜히 볼멘소리만 했다.


브런치의 알람을 꺼버렸다.


플랫폼이 없어도 내 일상은 풍부한 스토리로 가득하니 핸드폰 메모장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직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적었고 연애하며 설레고 아팠던 추억을 기록했다. 브런치가 없어도 꾸준히 글을 끄적였다. 그러다 어느 날 다시 브런치에 로그인하게 되었고 메인 페이지에 뜬 어느 신인 작가의 글을 보게 되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이셨다. 작가님이 나쁜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지만, 가족을 떠올리게 되고 아까운 본인의 삶을 떠올리며 견디고 있는 모습을 고스란히 글로 적어주셨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그때 구독자가 100명 미만이었다. 글 자체가 재치 있고 희망으로 가득 차 있어 망설임 없이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게 되었다. 조심스럽지만 "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아요. 다음 글이 또 기대되네요."라는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사소하지만 짧은 댓글이 위로가 되었고 작가님이 오늘을 더 의미 있게 보내는 힘이 되었다고 하셨다. 작가님은 그 뒤로도 꾸준히 글을 올려주셨고 일상을 공유해주셨다.


때론 정우성을 만난 썰을 풀어주셨고 때론 취미생활을 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알려주시고 엄마의 손재주에 얽힌 에피소드도 적어주셨다. 그러다 또 우울증이 심각해지는 날이면 암울한 기분의 심정을 글로 표현하셨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작가님의 글에 울고 웃으며 감동을 받았다. 꼭 이겨내길 기도하며 응원해주었다.


브런치 알람을 도로 켜놨다.


작가님의 새 글이 올라오면 얼른 핸드폰을 켜고 좋아요를 누르게 되었다. 작가님처럼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가치를 굳히고 싶었다.


메모장에 적었던 글을 꼼꼼히 퇴고하며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게 되었다. SNS에 퍼스널 브랜딩 계정을 만들고 나만의 감성으로 찍은 이미지에 어울리는 감성 에세이를 연재하게 되었다. 어느덧 100편 정도의 글을 업로드하게 되었고 팔로우가 100명 가까이 되었다. 내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짧은 에세이로 적었던 게 꾸준히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돈을 벌겠다는 목표보다 꾸준히 나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선한 영향력을 이끌었으면 하는 목적이 더 또렷해졌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기쁘다. 무엇보다 나를 더 알아가는 무대에 오르게 되어 설렌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제는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끄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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