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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Sep 06. 2022

프리랜서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다

퇴사하고 나니 더 바쁜 일상

프리랜서로 살아가려면 자율성이 필요하다. 직장생활은 정한 시간에 출퇴근 체크하는 걸로 하루 수입을 측정하지만, 프리랜서가 되는 순간 정확한 측정 시스템이 사라진다. 전부 셀프다.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헬스장에서 아무리 땀을 흘리고 운동 세트를 늘려도 눈에 띄게 몸매가 좋아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몸의 변화가 없는 게 아니다. 꾸준히 운동하고 1달 뒤 인바디 체크해 보기를 권장한다. 골격근량이 늘었을 거고 체지방이 줄었을 거다. 이제 시작이다. 


나의 하루 루틴은 퇴사하고 달라졌다. 이른 아침에 기상 후 뉴스를 듣는다. 오전에 헬스장에서 2시간 정도 운동하고 샤워를 마친 뒤, 브런치 카페에 간다. 독서와 짧은 글쓰기를 하다 보면 곧이어 점심시간이다. 요즘은 혼밥 할 수 있는 음식점이 많다. 눈치 보지 않고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먹는다. 그런 다음 지하철에 몸을 싣고 시내로 향한다. 1~2시간 남짓하게 전시회를 보고 카페에서 음료 마시며 잠깐 휴식한다. 오후 5시부터 비전공자를 위한 현대미술이론 수업을 듣고 저녁 8시에 최신 영화를 예매한다. 집에 돌아가면 어느새 10시가 넘는다. 하루가 이틀처럼 느껴진다. 시간을 쪼개어 스케줄을 짜 보니 하루 일과를 이렇게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걸 손수 경험하게 되었다('연예인의 스케줄'이 이런 걸까 싶었다). 


회사에 다닐 때도 하루는 24시간이었다. 그렇다고 하루를 의미 있게 보냈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었었다. 출근하고 업무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져 있다. 오늘 하루 뭐 했지? 내가 꿈이라도 꾼 건가 싶을 정도로 하루를 돌이켜 봐야 했다. 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정한 프로세스에 맞춰 업무를 추진하다 보니 자아의식이 없는 로봇이 된 기분이었다. 그때의 24시간은 아까웠다. 내가 인생의 시간을 회사에 투자하는 대가로 임원들은 조금 더 프리 한 스케줄로 하루를 보내는 거였다. 자본가들이 돈으로 직원의 시간을 사는 게 무슨 말인지 그제야 깨달았다.


프리랜서가 되고 나니 이제는 하루가 24시간으로 가득 채워진다. 아니, 어쩌면 24시간보다 길다. 요일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내가 짠 스케줄에 맞춰 하루 일과를 보내게 되니까 훨씬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해결해낸 기분이다. 더 이상 맨날 같은 일만 몇 시간 째 골몰하며 몸 사리지 않기로 했다. 규칙적으로 다양한 일을 하루 1~2시간씩 투자하며 꾸준히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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