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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Dec 14. 2022

우린 모두 빛나는 별이다

생명의 숨결이 점차 옅어지는 누군가를 그리며

인생을 살다 보면 방황하는 시기가 있을 테고, 가끔은 지쳐 쓰러질 때도 있다. 갑자기 우울해지거나,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고등학교 때 성적 정체성 혼란을 겪을 때가 딱 그랬다. 같은 반 동성 친구를 좋아하게 되어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세상을 거슬러야만 했던 자책감과 괴로움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은 이런 고민과 질문이 가득 차올랐다.


날 받아줄 사람이 있을까? 성소수자로 차별받느니 죽으면 다 해결되지 않을까?


어떤 방식으로 끝내면 덜 아플지 고민했다. 적어도 후회 없는 이별이길 바랐다. 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역시나 자기가 이쪽이 아니라며 거절했다. 망했다. 곧 소문이 퍼지겠지? 이튿날 등교하기가 두려웠다. 교실에 도착해 친구들의 눈치를 살폈다. 다들 알고도 모른 척하는 건가?


내가 게이라는 것이 전교에 퍼지지 않았고, 그 친구랑은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불안은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과대망상에 불과했다. 그때 용기 내어 고백한 일은 나의 삶을 통째로 바꿔주었다.


그 뒤로 자존감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고, 나를 지지해주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언제부터 인가 “너는 눈부시게 밝은 존재야”, “네가 필요해.” 또는 “네가 와 줬으면 좋겠어.” 같은 말을 종종 듣게 되었다. 나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이었고, 용기 내어 한 걸음 내디뎠던 나 자신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빛이 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당당하고 솔직하며 씩씩한 자세로 이 세상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여름, 또 다른 빛나는 별을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글 속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고 그의 얼굴에는 항상 설렘이 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숨김없이 기뻐하고, 서운한 일을 겪으면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한다.


그의 글과 눈동자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맘껏 뿜어내면서도, 나중이 있다면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빛내는 별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보다 10살이나 어리지만, 너무 대견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다. 본인과 같은 처지의 소아암 환자가 쾌차하기를 바라며, 전국의 소아암 전문의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 해서 별이 되더라도 그전에 무언가 남기고 떠나고자 노력하는 친구이다.


그를 보면서 “진정한 어른”이란 나이와 상관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성적 정체성 혼란을 겪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내일을 두려워하며 생을 포기하려고 했던 내가 너무나도 미숙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군가 간절히 바라는 내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그때의 나는 정말 어리석었다. 지금이라도 내일을, 아니 오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어 다행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반짝이는 빛의 소유자가 될 것이다.


나중에 저 하늘의 별이 된다면,

혼자라고 외로워하지 않았으면 해.


밤에는 한반도의 우리를 지켜주고

낮에는 지구 반대편 친구들을 지켜줘.


머지않아

우리가 네 곁으로 갈게.


우주가 사라져도

우리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는 거야.


그 나중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는 지금도 담담하게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면서 우리의 주변을 빛내고 있다. 해맑은 미소를 가진 그 친구처럼 우린 모두 가장 밝은 별이다. 화려한 겉모습보다 진정 빛나는 게 무엇인지, 거울 속의 나 자신을 보며 웃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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