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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Dec 31. 2022

그대에게 어울리는 옷은 따로 있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3>을 본 소감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은 연말이 딱이다. 연초에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똑똑히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거창한 꿈을 갖고 2022년을 계획했을 텐데, 어느새 365일이 지났다. 몇 개쯤 이뤄냈는지 곰곰이 되짚어 볼 만하다.


요즘 넷플릭스에 론칭한 신작이 꽤 많다. 신규 예능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기다리고 기다렸던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최신 시즌도 나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 에밀리가 파리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국이 아닌 프랑스에서는 예상 밖의 다이내믹하고 다채로운 삶이 펼쳐진다. 고비를 겪어도 끝내 해결하고 마는 주인공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극 중의 기업문화와 서브 캐릭터의 인간미도 사랑스럽다.


이번 시즌에는 에밀리가 기존의 회사에 남을지, 아니면 파리에서 동고동락했던 프랑스인과 새 직장으로 이직할지 고민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전 직장은 그녀에게 능력 있는 사수의 멘토링과 더불어 최대한의 배려와 혜택을 주었다. 프랑스로 파견되어 시즌 1과 시즌 2를 거쳐 드디어 파리의 삶에 적응했고 일과 삶의 균형의 중요성을 만끽하는 라이프를 펼치게 된다.


꼭 올해 여름에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였던 나랑 비슷했다. 전 직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끙끙 안고 갈 건지, 아니면 망설임을 떨쳐내고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지 말이다.


그때 시즌 3의 에밀리를 미리 만났다면, 아마도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나 홀로 긴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게 되어 엄청 힘들었다. 분명 새로운 삶을 로망 했지만, 쌓인 감정에 휘둘려 마음의 소리를 외면했던 자신은 멍청이나 다름없었다.


퇴사하고 백수 생활을 즐겼다. 이른 시간에 기상 한 뒤, 헬스장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독서했다. 점심은 그날 떠오른 메뉴를 골라 혼밥 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고 오후에는 혼자 영화관에 가거나 전시를 봤다. 이어폰 속에서 들려오는 큐레이터의 안내에 끌려 작가의 시선 따라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짧은 인생은 생존과 생활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야 한다는 것을. 한 걸음 물러나니 작품 속의 디테일이 더 잘 보였다. 내가 원했던 삶이 일중독은 아니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Work-life balance’의 준말)은 직장이나 사회에서 부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컨트롤해야 한다. 꼭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처럼 말이다.


프랑스 파티에서는 일 얘기 금지인 거 몰라요?


휴식 타임을 가지기 위해 모인 파티인데, 비즈니스 얘기는 분위기를 깬다. 모처럼 주말인데 문화생활을 즐기다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도 재수 없다. 일은 직장에서 하고 휴식은 직장 밖에서 이뤄져야 한다. 내가 원했던 라이프다. 그런 삶을 보장하는 직장이 나를 빛나게 하는 코디가 될 것이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 보면 어떨까. 기쁜 장면이든 슬픈 장면이든 나만의 메모리에서 꺼내 회상하고 저장해 두기로 하자. 행복의 도가니에 빠진 순간이라면 내년에도 그런 날이 가득하길 바란다. 슬픔의 구렁텅이였다면 내년에는 신중하게 그런 날이 더는 없길 바란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그대는 옳은 길을 걷고 있는 거라 말해 주고 싶다. 시소처럼 높았다가 낮아질 때가 있겠지만, 그 과정을 즐기고 있다면 으레 축복이란 걸 명심하자.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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