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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Jan 04. 2023

가장 소중한 것을 잃다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 1>을 본 소감

넷플릭스에 올라온 신작 <더 글로리>를 봤다. 복수, 스릴러, 드라마 장르라서 심심풀이로 클릭해 봤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작품이었다.


주인공 문동은(정지소/송혜교)는 고등학교 시절에 같은 반 학생들의 묻지 마 폭행을 당한다. 다짜고짜 뺨을 갈기고 뜨거운 걸로 피부를 태우며 괴롭힌다. 아파서 펑펑 울어도 문동은을 돕는 손길이 없다. 친모마저 그녀를 버린다... 이제는 포기해야 하나 싶어 자살을 시도하다 복수를 결심한다.


시나리오가 좋아서일까, 배우들의 연기가 살아있어서일까. 자꾸만 감정이입 되고 분노가 치솟았다. 문동은의 처지가 불쌍하다가도 복수를 하나씩 일궈내는 모습이 너무 통쾌하고 대견스러웠다. 긴 침묵을 거쳐 목적을 이뤄내는 행진이 조금이나마 후련하길 바란다.


살아오면서 문동은처럼 신체적 피해를 보아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심적인 충격, 정신적으로 피해를 봐본 적이 있다. 어떤 것은 탈모를 불러올 만큼 타격이 컸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문동은한테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따뜻한 곳에 있으니 밖의 추위를 모른다. 명예와 재부를 쫓을 뿐, 약속했던 꿈은 한낱 그림 속의 떡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적당한 대우에 만족하고 실컷 부려 먹다 늙으면 버릴 패라고 여긴다. 그때 눈치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들은 명랑한 것들을 모아 거창한 꿈을 심어주고 기대에 부푼 상태로 불려 놓고 무형의 채찍질을 했다. 그들의 몸값이 오르고 리더로서의 명예가 따랐지만, 나는 눈 가린 채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다.


비하 발언, 성희롱, 분노조절장애, 알코올중독, 꼴불견에도 일침을 가하지 않은 그들은 같은 부류였다. 직접적인 가해자이고 피해자를 무시했던 방관자였다.


칼을 휘두르는 복수보다 일단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이라도 깨어난 것에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스스로를 믿고 희망을 품는다.


그간 쌓인 분노가 불길이 되어 용맹한 눈빛을 되찾는다. 조금씩 이뤄나가면 긍정적인 에너지로 충만될 테다. 그러다 보면 나이가 들어도 명랑한 미소가 돌아올 거다. 처음부터 나에게 있었던 것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반드시 이긴다.


2부의 결말이겠지. 드라마는 그렇게 끝나겠지. 하지만 괜찮은 척, 잊어버린 척 견뎌 온 가슴속의 메모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삶의 옳고 그름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나 또한 성숙한 어른이 된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 대사 한마디에 눈시울을 붉힌다. 그때 뺏긴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떠올랐으니까. 그것은,


나의 둘도 없는 청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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